도시를 기록하는 사진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사진가 신경섭은 건물과 건물로 이어진 생태계, 도시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기록한다. | 도시,사진,사진가,건축,신경섭

"도시와 건축은 저의 작업 대상이자 탐구 주제죠. 작은 단위의 건물부터 크게는 도시라는 스케일까지, 이미지로 바라볼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규제나 시스템 같은 비가시적인 것들을 미적 대상으로 삼고 있어요.”사진가 신경섭이 저 멀리서 건물과 건물이 이룬 도시를 바라보는 이유다. 신경섭은 2014년부터 ‘Scrutable’ 시리즈를 작업해오고 있다. 영단어 ‘Scrutable’의 의미는 사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암호 등이) 판독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그렇다고 제 작업의 목적이 규제나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러한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이 만들어낸 획일화된 질서를 사회적 풍경 속에서 탐구하고 인지하여 적극적으로 탐닉해보자는 것이죠.”특별히 도시와 건축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를 묻자 정자로 차근차근 써 내려가는 듯한 답이 이어졌다. 규제나 시스템. 비가시적인 것들. 그것을 인지하고 탐닉하는 것. 분명하면서도 추상적인 이 말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의 말대로 도시를 이미지로 바라보면 알게 되니까.초고층 타워가 세워진 정경은 서울과 런던이 다르지 않고, 크레인이 가르는 하늘은 인천과 파리가 다르지 않다. 지구가 한 마을 같다는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신경섭의 사진 앞에서 다르게 읽힌다. 도시는 끊임없이 부서지고 태어나고 부서진다. 그것이 도시의 역설적인 순리다.“저는 제 작업이 차이성보다 유사성으로 읽히는 게 흥미롭습니다. 도시마다, 나라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이 다 차이성이겠죠. 문제는 유사성인데, 금융자본주의는 세계 주요 도시를 비슷비슷한 공사장 풍경으로 채웠어요. 지금 사진 속의 타워크레인이 없어지면 그 자리는 완성된 건축물이 대체할 것입니다. 하지만 곧 거대 금융을 기반으로 한 건설 행위가 또 다른 자리에서 시작될 것이고 타워크레인은 다시 세워지겠죠.”신경섭은 그것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히 다음 문장을 붙였다.“도시는 살아 있는 생태계입니다.”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거대한 생태계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도시를 구축한 규제나 시스템에서 우리가 판독할 수 있는 일은, 이해할 수 있는 길이란 무엇일까. ‘Scrutable’ 시리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는 계속 변하므로 시리즈의 끝이 어디일지는 신경섭 자신도 모른다.4년 전, ‘Scrutable’ 시리즈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런던 카스뱅크 갤러리에서의 전시회명은 이러했다. 큐레이터를 맡은 배형민 건축가가 지었다. , 일상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