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요리하는 세상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유튜브로 요리하는 세상에서 셰프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레시피,셰프,요리,박찬일,제이미올리버

옛날 얘기 한 토막. 처음 서양 요리를 공부하는데, 어떤 요리책에 그레이비소스라는 용어가 나왔다. 인터넷도 넷스케이프가 돌아가던 시절, 내가 이 소스에 대해 알아낸 건 사전적 설명 몇 마디가 전부였다. 아마존에서 외국 요리책을 주문하면 일주일 만에 한국에 도착하는 그런 시절도 아니었다.지금은 유튜브를 검색하면 된다. 심지어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가 알려주는 레시피를 곧바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제 유튜브는 요리 학교를 위협한다. 졸업장이 필요하면 모를까, 요리를 배우는 데 유튜브는 모자람이 없다. 내가 스튜디오를 차리면 화면에 유튜브를 띄운걸 보면서 요리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완벽하다. 그런 세상이다.중국요리 중에 삼겹살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는 요리가 있다. 광둥어로 시우육이라고 한다. 한국의 중식당에서도 안 팔고, 조리법이 제대로 쓰여 있는 책도 없다. 나는 이 메뉴를 개발해서 팔았다. 어떻게? 유튜브로 봤다. 으흠, 그렇군.소금을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 오븐에서 어떻게 고기를 굴리는지 온갖 유튜버들이 제각기 다른 레시피를 경쟁하듯 채널에 올린다. 온갖 다른 중국어, 그러니까 광둥어와 보통화, 대만의 중국어에다가 영어를 쓰는 이들도 있다. 이 요리는 세계적이어서 영어권에서도 많이 팔린다. 당연히 현지 중국인과 서양인이 다 이 요리를 만들고 유튜브에 올린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홍콩 관광청에 물어서, 그걸 가르쳐줄 수 있는 단일 요리 코스가 있는지, 아니 ‘야매’로 슬쩍 배울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있는지 알아봤을 것이다. 비행기표를 끊고, 방도 잡아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 배우는 요리만큼 유튜브가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그래도 10여 초 나오는 광고(거기에다 중간 광고도 있다)를 보는 인내심만 있으면 썩 괜찮은 조리법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왜 이 플랫폼이 뜨는지, 유튜브로 다들 뭘 보는지 몰랐다. 이제는 적어도 하나는 안다. 요리만 봐도 유튜브는 탁월하다.아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멀쩡하던 주방장 일을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 뭐냐고 했더니 유튜브란다. 유튜브로 요리를 올리고 그걸로 먹고살아보겠노라고 했다. 아서, 아직은 그런 시대가 아닌 것 같다고 했던 내 만류는 바보짓이 됐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쯤 영상을 찍고, 영상으로 찍을 요리에 대해 기획하면 일이 끝난다. 애도 보고, 늦잠도 잔다. 매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여기 주방장이 누구야? 좀 봅시다” 하는 진상 손님을 안 만나도 된다. 이미 찍어서 올린 타이틀 영상은 잘 돌아간다. 던져두면 제가 알아서 큰다. 그래도 어떤 점이 제일 장점이냐고 물었다. “음식이 맛없다고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거죠.”요리 유튜버들도 가지각색이다. 우선은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는 타입이다. 어떤 외국 친구는 1000만 정도의 조회 수를 보이는데, 완벽하게 통제해서 중국요리를 찍는다. 정말로 시골스러운 가옥의 부엌에서 요리한다. 구운 고기를 항아리에 기름과 함께 담아 저장하는 식이다. 이제는 소수민족 관광지에서나 보여주는 그런 뻔한 ‘민속촌’ 요리다. 그런데도 중국요리에 로망이 있는 사람들의 접속이 폭주한다. 사람들은 앉아서 중국요리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보고 싶어 한다. 비밀스럽고, 도시 문화에 차단되어 있으며, 전원적인 그런 중국요리의 현장을 꿈꾸면 누군가는 그에 걸맞게 영상을 제작해서 납품한다. 그것이 가공된 이미지인 줄 아는 시청자도 별로 없는 것 같다.유튜브는 요리의 기초뿐 아니라 꿈의 공장도 자처하게 됐다. 이를테면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 시골 식당에 온 느낌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서 납품하는 선수들이 있다. 사냥해서 잡은 멧돼지고기로 만든 라구 파스타 탈리아텔레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것도 공급한다. 진짜와 상상력, 가짜가 다 유튜브 요리에 들어 있다.또 하나는 그야말로 딱 현실의 한순간만 보여주는 담백한 쪽이다. 내가 요즘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 일본의 한 녀석은, 고정된 화면에 딱 생선 손질하는 장면만 보여준다. 자막도 없고 음성도 없다.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생선 종류가 엄청난 일본이라 듣도 보도 못한 온갖 생선이 다 나온다. 만약 한국의 아침 수산 시장에서 처음 다뤄보는 생선이나 해물이 나오면 그 유튜브를 검색하면 된다. 이제 이런 현실이다. 노랑조개를 손질하고, 정어리 종을 횟감으로 만드는 과정도 배울 수 있다.모든 정보는 이제 유튜브로 집결된다. 유튜브에서 먼저 검색하고 다른 사이트를 뒤지는 날이 올 것 같다. 요리도 당연히 최적의 플랫폼이 유튜브다. 영상과 소리, 게다가 맛있게 먹는 사람들까지 생동감 있게 내보낼 수 있다. 앞으로 이 플랫폼이 무얼 더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하다. 내게 요리 강의 요청 같은 게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파이는 한정되어 있고 유튜브가 다 쓸어 담고 있으니까, 내 몫이 없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