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승

김동률의 ‘그게 나야’와 ‘답장’은 위험한 뮤직비디오들이다.

BYESQUIRE2019.04.01

위험한 뮤직비디오들이 있다. 김동률의 ‘그게 나야’와 ‘답장’이 그렇다. ‘그게 나야’는 마감 때 키보드를 두들겨 부수다가도 울게 만든다. ‘그게 나야’만 있다면 강남구 1등은 기본이고 서울 1등 청승도 가능하다.

‘답장’은 한 컷 한 컷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촌동 대림아파트에 불꽃이 반사되는 장면, 그 빛을 받아 이설의 얼굴이 화면 가득 붉게 물드는 순간, 볼이 파인 현빈의 푸른 옆얼굴. ‘답장’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적적하고 허하고 외로워진다.

현빈 표정 때문인 것 같다. 쓸쓸하고 처연한 그 얼굴이 좋아서 기주 선배만 보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나도 참 열심히 봤다. 그 드라마에서는 현빈이 유독 궁지로 내몰렸고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표정이, 여주인공과의 달달한 러브 신보다 좋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끝난 후에는 현빈의 그 얼굴을 찾아서 <만추>도 보고 <그들이 사는 세상>도 보고 <내 이름은 김삼순>도 몇 편 봤다.

하지만 다 성에 안 차서 6분짜리 뮤직비디오만 내리 본다. 비로소 너에게 답장을 쓸 수 있게 됐는데, 그럼에도 우린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하는 텅 빈 그표정. 한 작품을 통째로 성립시켜버리는 단 하나의 표정.

김동률의 ‘답장’ 뮤직비디오는 필름메이커 김선혁 감독이 이끄는 스튜디오 카스카에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