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코언, 진짜 거짓말쟁이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트럼프가 덫에 걸렸다. 자신이 놓은 덫이다. | 트럼프,대통령,민주당,정치,부동산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그는 협잡꾼이자 사기꾼입니다.” 오랜 기간 도널드 트럼프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미국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코언은 변호사로서 트럼프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언론은 코언을 트럼프의 ‘픽서(fixer)’라고 일컫는다. 직역하면 ‘해결사’ 정도가 적절한 표현이겠지만 실제 어감은 좀 더 부정적이다. 영화 속 범죄 모의 중 문제가 발생하면 그 대상을 없애버리는 역할을 맡은 이를 ‘픽서’라고 부른다. 코언은 현실 속 픽서였다.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것 같을 때 기사가 발행되기 전에 미국 최대 타블로이드 신문 의 모회사와 함께 기사가 나오는 것을 막았고, 트럼프가 다니던 학교에 협박 편지를 써 보내 트럼프의 학생부 기록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트럼프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여성들과 합의해 불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트럼프가 한 더러운 일들에 대한 뒷말이 나오지 않게 치워주는 것이 코언이 한 일이었다.2006년부터 2018년 5월까지 트럼프의 변호사였고 한때는 트럼프를 위해서 총알도 대신 맞겠다고 했던 코언이 무엇 때문에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일까? 지금은 총알을 대신 맞기는커녕 트럼프에게 총이라도 쏠 기세가 아닌가. 가장 큰 이유는 코언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것이다.코언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와 러시아의 유착 관계에 대해 조사하는 와중에 선거법 위반, 금융 사기, 세금 사기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코언을 트럼프는 외면했고, 코언은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에 러시아에서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의회에서 거짓으로 증언했다가 2018년 11월 다시 한번 유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올해 5월부터 3년간 징역을 살아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자신의 감형을 위해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그렇다면 코언은 청문회에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먼저 코언이 트럼프와 갈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인 ‘입막음 돈’에 관한 얘기가 있다. 2016년 대선 막판에 코언은 트럼프의 불륜 스캔들을 막기 위해 이를 폭로하려 했던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의 입막음 돈을 준다. 스테파니 클리포드는 스토미 다니엘스라는 예명을 쓰는 포르노 배우다. 13만 달러는 코언의 개인 돈으로 지급했지만 코언은 이것이 트럼프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2017년 2월, 대통령이 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트럼프는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그림들을 가리켰습니다. 그러고는 ‘걱정하지 말게, 마이클. 자네의 1월과 2월 상환금이 곧 도착할 걸세. 그 돈은 뉴욕에서 페덱스로 보냈고, 백악관의 시스템을 통과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네’라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해서 13만 달러의 합의금을 코언의 개인 돈으로 우선 지출하게 해놓고 트럼프가 그 돈을 다시 코언에게 줬다는 말이다. 코언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받은 3만5000달러짜리 수표의 복사본을 의회에 제출했다.코언은 2016년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해킹 자료를 공개할 거라는 사실을 트럼프가 민주당 전당 대회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의 오랜 조언자인 로저 J. 스톤 주니어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와 나눈 얘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스톤은 ‘이틀 안에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운동에 피해를 줄 만한 막대한 양의 이메일이 공개될 것’이라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트럼프는 이 얘기를 듣고 “대단하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그동안 자신은 사전에 민주당의 이메일 해킹에 대해 몰랐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코언의 증언은 트럼프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얼마 전 와 한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스톤과 위키리크스나 이메일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청문회 이후 줄리언 어산지의 변호사는 코언의 증언을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자신은 러시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던 트럼프의 주장도 코언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됐다. 2016년 10월 2차 TV 대선 토론 때 ‘아마 트럼프가 푸틴을 칭찬해서거나, 모스크바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해서’ 위키리크스와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고 있을 거라는 클린턴의 말에 트럼프는 자신은 러시아와 아무런 계약도 하지 않았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코언은 트럼프의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트럼프 타워와 관련된 논의는 2016년 1월에 마무리됐다고 하원에서 증언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이 증언이 사실은 위증이었다고 법원에서 시인했다. 코언은 실제로 모스크바의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가 선거운동 기간에도 진행 중이었으며 트럼프가 대여섯 번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 중인지 물어봤다고 이번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코언은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스크바의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에 관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또한 모스크바의 부동산 프로젝트로 수억 달러를 벌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위증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위증하라는 신호를 행동으로 보였다는 게 코언의 말이다. 코언은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하다고 말했다.특검에서 눈여겨볼 만한 굵직한 내용 외에 트럼프의 민낯을 까발리는 얘기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것이 나라에 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출마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 나라를 이끄는 걸 바라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을 홍보하고 자신의 부와 권력을 쌓으려 했을 뿐입니다. 트럼프는 종종 이 선거운동이 정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포머셜이 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경선 승리를 예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선거 승리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선거운동이란 언제나 마케팅의 기회였을 뿐입니다.” 인종차별주의자가 할 법한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는 흑인 지도자가 있는 국가 중에 ‘거지 소굴’이 아닌 곳이 있는지 댈 수 있느냐고 저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일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외에 베트남전쟁 징집을 고의로 피했다는 얘기나, 자신에게 세금을 환급해준 정부에 대해 멍청하다고 한 일 등, 사실이라면 충격적일 증언이 수도 없이 나왔다.코언의 증언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실질적인 물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코언의 증언이 실제 트럼프에 대한 기소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기 때문인지 민주당은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한 근거로 코언의 증언을 이용하는 한편, 공화당은 코언의 증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언은 공화당을 향해 과거의 자신 역시 진실을 외면하다 이렇게 됐다며 경고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도대체 왜 위증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며 반문한다. 공화당은 코언이 이미 거짓말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을 공격하며 코언의 청문회를 ‘빤히 들여다보이는 연극’이라고 폄하했다. 이 연극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며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내쫓기 위한 구실을 찾는 민주당원들이 연극을 함께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원들이 ‘진실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다’며 ‘교과서적인 악당 전략’을 쓰고 있는 부패한 대통령을 방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중립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코언이나 트럼프나 둘 다 믿기 어려운 인물들인 건 분명하다. 공화당이 지적했듯 코언은 위증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다. 또한 청문회에서 코언은 자신이 트럼프에게 사면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사면을 요구했다는 트럼프의 트윗 이후, 실제로 사면을 요구했다는 것이 코언의 변호사로부터 확인됐다. 다시 한번 위증이 반복됐다는 것은 코언의 청문회 증언 전부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어떠한가? 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9000번 이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했고, 가짜 뉴스를 전달했다. 선거운동을 할 때 버락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트럼프는 거짓말로 대통령이 됐고 거짓말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두 거짓말쟁이가 서로를 헐뜯고 비난할 때 둘 중 하나를 믿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그게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