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급등' 중국몽 믿고 투자할까 말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호재를 맞은 중국 주식시장의 뒤편에는 거대한 빚이 있다. 대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 트럼프,5G,중국,중국증시,중국몽

올 1월, 정말이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중국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 방송 작가는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렇게 되니 ‘어서 빨리 중국 펀드 가입하라’면서 중국 예찬론자가 됐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해당 프로그램 PD는 “뭔 소리야? 난 중국이라면 아직도 화가 나는데!”라며 반문한다. 이 PD는 2018년 1월 큰맘 먹고 6000만원이란 거금을 중국 펀드에 투자했던 경우이다. 최근 중국 증시 급반등에 손실이 -14% 정도로 줄긴 했지만 한때 -30%가 넘는 수익률에 오랜 기간 속앓이를 했다. “아직도 이 중국 펀드를 권한 우리 방송사 1층 은행 부지점장과 서먹서먹해요.” 이 PD의 전언이다.미·중 무역 전쟁에 속절없이 무너진 중국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급등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 증권사에서는 다시 ‘중국 예찬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다양한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도 어서 빨리 중국 투자에 나서야 할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물리치며 중국은 결국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하면 난 회의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화려하게 버텨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중국은 엄청난 고통의 기간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에 미국이 그랬다. 대영제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패권을 잡을 거란 분석이 많았지만 1929~1939년의 10년간 미국은 그 혹독한 대공황 시기를 보냈다. 중국이 과연 미국 다음의 패권을 잡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패권을 잡든, 혹은 잡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든, 중국은 과거 미국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시련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중국 증시, 갑자기 급등하는 이유는올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6~6.5%로 잡았다. 한때 연 10% 성장률도 우스웠던 중국인데, 이제 연 6% 성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 6.6% 성장률에 온갖 실망감을 쏟아냈던 전 세계 투자자들과 시장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반색을 하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첫째,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건 마치 경기 둔화 조짐이 보여 기준 금리 인상을 당분간 동결한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결정에 환호하는 주식시장과 비슷하다. 지금 중국 경기는 나쁘지만, 그리고 전망도 어둡지만 이것보다는 지금부터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풀고 심지어 금리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경제 책임자의 발언에 더 주목한 것이다.두 번째 이유는 역시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미·중 무역 협상은 잘될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정말?’에서 ‘혹시?’로, 이어 ‘그럴 수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협상의 실제 결과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악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에 증시가 반응하고 있다.세 번째 호재는 수급에서 찾을 수 있다. 3월 초 글로벌 주가지수 MSCI를 제공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오는 11월까지 MSCI 신흥국 시장(EM) 지수에서 중국 본토 주식의 비중을 4배 확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약 5%인 중국 A주식 비중을 20%로 상향 조정한다는 것. 참고로 현재 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2조 달러가 넘는데, 이번 비중 변경에 따라 최소 8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새롭게 중국 주식을 사야만 한다. 국내 많은 증권사들이 ‘수급에 숨통이 트여 당분간 중국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겹호재 속에 중국 증시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몽과 일대일로‘중국의 꿈’이란 의미의 ‘중국몽’. 중국 시진핑 정부가 2012년에 내건 구호인데 ‘위대한 중화 민족의 가장 부흥했던 시기를 복원하겠다’는 거창한 국가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중국몽을 미국 다음의 차세대 패권을 찾아오겠다는 선포로 파악하기도 한다. 여기에 덧붙여 나온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다. 일대일로는 과거 중국의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새로운 중국식 세계화를 뜻한다. 그런데 잘 보면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유럽을 잇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미국은 철저하게 배제돼 있는 것이다.이런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심정은 어떨까.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은 어쩌면 즉흥적이기보다 굉장히 계획적일 수 있다는 심증이 간다. 패권을 암시하는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웬만한 중후장대 장치 사업에서는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4차 산업혁명 중에서도 5G나 핀테크 등의 분야에서는 우뚝 솟아오른 중국을 그냥 보고만 있다면 3~5년래 느닷없이 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위기감은 무역 전쟁뿐만이 아니다. 가령 최근 펼쳐지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면 미국이 얼마나 치밀하게 중국 압박에 나섰는지 알 수 있다.중국은 2007년부터 베네수엘라와 경제협력을 가속화했다. 명목상으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제공하고 석유로 되돌려받기로 한 건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뒷마당에, 미국에 맞짱을 뜨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전략적인 포석이다. 이후 중국이 투입한 금액은 최소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6조원이라는데, 거의 100조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돈을 다 날리게 됐다. 미국이 중국과 친했던 마두로 정부가 아닌 콰이도 측을 공식 지지하며 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 남미 대륙의 교두보 자체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지난 2월 말 인도 공군은 파키스탄을 공습했다. 표면적으로는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펼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해묵은 갈등 같지만 여기에도 미국이 개입돼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공을 많이 들인 국가이다.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대표적 국가이다. 반면 인도와 미국은 굉장히 가깝다. 이런 이유로 웬만한 국제 정세 분석가들은 미·중 대리전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한판 붙을 거라는 전망을 한 번쯤 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여튼 중국몽과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은 고도의 전술로 스리 쿠션을 치고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국영기업 부채중국은 대국이지만 그 사이즈만큼 내부의 약점도 엄청나게 갖고 있다. 미국의 대외적인 압박 말고도 자체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혹자는 부동산 버블 때문에 중국이 흔들릴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이 통제한다. 따라서 2008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일이 터져도 중국은 버틸 수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도 부담된다. 하지만 작년 4분기를 봐도 알 수 있듯 중국 수출은 그냥저냥 버텼지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위안화 절상’도 악재이다. 하지만 중국은 패권을 노리고 있고, 위안화를 적어도 유로화급으로는 끌어올려야 한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또한 미국의 무역 협상을 통해 ‘기술 이전’이 차단될 수 있고, 엄청난 페널티 조항이 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떻게든 불법적인 기술 탈취를 할 것이다. 가장 빨리 기술 격차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난 미국의 시각으로 중국의 공격 포인트를 찾아보려고 한다. 과연 미국이라면 지금 중국의 어디를 노리고 있을까. 무서운 악재이지만 상대적으로 그 위험이 저평가되고 있는 사안이 있는데, 중국의 기업 부채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 기업 부채 규모는 131조900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가 넘는다. 수치만 보면 미국(74%)의 2배 이상에 달하고 신흥국의 기업 부채 비율(108%)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중국의 기업 부채 규모와 증가 추세는 파괴적인 위험”이라고 경고했다.최근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 2월 22일 중국의 한 대형 국유 기업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알루미늄 가공 및 수력발전을 하는 칭하이성 투자 그룹(QPIG)으로 만기가 돌아온 3억 달러 규모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약 122억원)를 못 내 부도 처리를 했다. 중국 국유 기업이 역외시장에서 디폴트를 낸 건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광둥국제신탁투자(GITIC) 이후 21년 만의 일이었다.생각해보자. 민간 기업이 아닌 국유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것도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 국유 기업이 부도를 냈다는 건 중국도 국유 기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에 왔다고 봐야 한다. 버겁다는 뜻이다. 물론 중국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시진핑 주석은 “지방 정부의 국유 기업 지원 관행이 잘못됐기에 문제의 싹이 채 자라기 전에 잘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칭하이성 투자 그룹 디폴트는 의도한 것이란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하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중국의 의도는 명확했다. 중국 경제는 거대 국유 기업이 이끌어간다. 그간 공산당은 국유 기업에 상상 초월의 자금 지원과 특혜를 주면서 이들을 톱클래스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조금 더 가면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다 석권하고, 그때부터 부채(빚)를 다 갚으면 그만인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지금 중국의 속내이다.분명 미국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무역 전쟁도 무역 흑자를 내려는 게 아니라 중국의 초대형 국영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한 것도 같다. 대공황은 자본의 이동을 가능케 한다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출범 초기 미국인들은 이 연방은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간 유대 자본 가문이 대거 참여하는 데 반감도 있었고, 개별 주 단위로 움직였기에 중앙은행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 FRB가 본격 궤도에 오른 건 바로 1939년 대공황 직후부터였다. 10년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인육을 먹으면서 버티던 미국인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 달러를 찍어 하늘에서 막 뿌려줬으면….” 이렇게 FRB는 시작됐다. 그런데 이 10년간의 대공황 시기는 유럽 기득권 세력의 막대한 자금이 아무런 통제 없이 미국 대륙으로 입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원래 힘들면 규제도 사라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대영제국에 존재하던 국제 유대 자본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건너갔다.난 이번 MSCI 신흥국 시장(EM) 지수에서 중국 주식 비중을 확대한다는 뉴스에 약간 결이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글로벌 투기 자본이 중국 기업을 먹으려 판을 까는 건 아닌가’라는 음모론적 발상이다. 그간의 수많은 패턴을 보면 엄청난 부채로 빨리 성장한 국가나 기업은 마지막 성공 직전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 부채 때문에 자신들이 이뤄놓은 많은 것을 다 팔거나 적어도 30~40% 지분을 뺏기는 일이 자행돼왔다. 일명 ‘양털 깎기’이다. 솔직히 지금 중국 국영기업의 상황을 보면 이런 데자뷔가 너무 선명하다. 그런데 중국 사이즈를 감안하면 IMF 외환 위기 당시 우리나라를 접수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 같다. 어쩌면 대형 자본들은 아예 미국을 떠나 중국에 눌러앉으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건 패권 국가의 숙명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몽이 완성되고 일대일로 사업이 구축된다면, 그 전제는 혹독한 중국의 대공황이 돼야 한다.5G 시대 통신 장비 부문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의 기술력이 탁월하다고들 한다. 얼마나 뛰어나면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화웨이 통신 장비 쓰지 마’라는 골목대장 흉내를 내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갑자기 화웨이를 꺼낸 건 정말 중국 기업들에 ‘양털 깎기’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우리 재벌 그룹들이 이 M&A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인수한다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중국과 너무 많이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수출의 30~40%가 중국과 함께 움직이는 터라 우리도 분명 유탄을 맞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요즘 유커가 급격히 줄어들고 한한령도 풀어주지 않은 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이번만큼은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함께 당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