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TEMPER
내가 이 계절을 맞이하는 자세는 벗는 것. 더 이상은 벗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울 때까지 벗는 것. 어떻게든 덜어내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뜨겁고 맹렬하고 소란스러운 내가 꼭 이루고픈 원대한 꿈은 서머 니트를 입고 한낮의 거리를 활보하는 것. 촘촘하고 보드랍거나, 성글고 거칠거나, 아무튼 니트를 입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서머 니트는 생각보다 훨씬 청량감 넘치지만 용광로 같은 나는 늘 이마에 땀방울이 늠름하게 맺힌다. 그럴 땐 천연덕스러워야 멋진데, 그러지 못해 번번이 쓴맛을 보면서도 하필 예쁘다고 꼽는 것들은 또 니트다.
서머 니트를 입었을 때만 느껴지는 정서적 풍요가 있다. 흐트러지지 않는 우아한 자태, 여유롭고 담백한 걸음, 고급스러우면서 묘한 색기, 풍류의 순간과 약간의 방탕. 이 모든 기분을 다 누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서머 니트를 입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