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빛을 들이는 한 모금. 한낮에도 달가운 부드러운 술. | 술,위스키,칵테일,샴페인,와인

GLENFIDDICH100% 보리만으로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니트로 마셔야 옳다고 하지만, 갈수록 순한 맛을 찾는 흐름 앞에서는 고집 센 무형문화재 장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글렌피딕은 하이볼 패키지를 통해 곁을 슬쩍 내주었다. 보통 700mL인 용량보다 적은 200mL짜리 글렌피딕 12년산과 하이볼 전용 잔, 스티어러로 구성한 패키지다. 전용 잔에는 눈금이 있어 그만큼 위스키를 따르고 얼음과 탄산수를 가득 채우면 되는데, 전용 잔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다. 키가 적당히 큰 잔에 40mL, 손가락 약 한 마디 반 높이만큼 싱글몰트 위스키를 따르고 얼음과 탄산수를 더하면 하이볼 완성이다. 보다 꿀꺽꿀꺽 마시기 쉬우면서도 싱글몰트 위스키 특유의 깔끔하고 맑은 단맛은 여전하다. 글렌피딕 하이볼 패키지 4만5000원.LILLET BLANC부드럽다. 달콤하다. 흔쾌히 넘어가는 목 넘김 끝에는 단단하게 익은 복숭아 맛이 남는다. 프랑스 와인의 정통, 보르도 지역 와인을 베이스로 한 식전주 릴레 블랑은 오렌지, 자몽, 라임, 자두, 복숭아에서 얻어낸 과일의 단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17%로 다소 도수가 높기에 도수가 낮은 샴페인이나 토닉 워터를 섞어 마셔도 좋다. 아니면 더욱 화끈하게 진과 보드카를 더하거나. 릴레에 진과 보드카를 섞은 베스퍼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이름 짓고 즐겨 마시던 칵테일이다. “한번 맛 들이면 딴 건 못 마시지”라는 대사와 함께. 릴레 블랑 3만8000원.DUCHESSE DE BOURGOGNE스타우트만큼 진하면서도 에일만큼 날 선 맛의 맥주를 원한다면 벨기에산 듀체스 드 부르고뉴만큼 적절한 술도 없다. 잘 익은 와인 맛이 나는 에일 종류인 플레미시 레드 에일 중에서도 섬세한 산미를 자랑한다. 프랑스 보르도의 역사적인 포도원 샤토 마고, 샤토 탈보, 샤토 파비 등에서 사용한 오크 배럴에서 발효, 숙성시킨 맥주와 아직 미성숙된 맥주를 세밀히 섞은 결과다. 시간이 빚어낸 와인의 짙은 산미와 단맛을 입었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 750mL 2만1000원, 1.5L 4만9000원.APPLE CIDER & HOPPED CIDER세계 맥주 4캔 1만원 행사가 지겨울 때, 라거·에일·IPA 몽땅 지겨울 때, 이 술이 새로운 선택지다. 애플 사이더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다. 국산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가 만드는데 엄밀히는 맥주가 아니다. 오직 사과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대신 발효주인 만큼 맥주처럼 탄산이 속 시원하게 부글거린다. 쏘는 발효 맛 뒤에 사과즙의 새콤한 단맛이 맴돈다. 보다 맥주 맛을 느끼고 싶다면 홉 사이더를 추천한다. 애플 사이더에 홉을 더해 초록색 사과 맛 사이로 맥주 맛이 선명하다. 애플 사이더 3700원, 홉 사이더 4000원.ABSOLUT GRAPEFRUIT내뱉는 숨마저 뜨거운 한여름에는 러시아인처럼 보드카를 샷으로 마시는 패기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나 진정으로 보드카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무색, 무취, 무미의 고알코올 증류주인 보드카는 다른 음료나 과일을 섞어 마실 때 더 빛나니까. 앱솔루트 그레이프프루트는 천연 자몽 향을 더한 보드카다. 여기에 자몽 스파클링 주스를 1 대 3 비율로 섞고 한 조각 베어낸 자몽을 곁들이면 당장 달궈진 해변에 누워 여름을 만끽하고 싶어진다. 앱솔루트 그레이프프루트 3만원대. 자몽을 담아둔 ‘밀 누이 코스터’ 17만원 바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