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맨즈웨어 트렌드 리뷰-<2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미리 보는 2020 봄, 여름 트렌드. | 수트,FASHION,패션,여름,컬렉션

매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은 서로 협의하며 트렌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6개월마다 열리는 컬렉션을 보면 비슷한 아이템이 눈에 띄고 쇼가 끝나고 판매가 시작되기 전, 다음 시즌 유행할 스타일이 모호하게 그려지기도 한다.그렇다면 과연 지난 달 런던, 피렌체, 밀라노 그리고 파리 맨즈웨어 쇼에는 어떤 아이템이 등장했는지 알아보자.BROWN SUIT지난 시즌, 모두가 테일러링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약 두 달 후, 2019 F/W 컬렉션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할 시점에는 그렇게 될 것이다. 2020 S/S 시즌에 또 다시 슈트가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브라운 슈트가 컴백했다.브라운 슈트는 밀라노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루넬로 쿠치넬리, 까날리, 꼬르넬리아니와 같이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테일러링의 거장 브랜드들이 다양한 브라운 컬러의 슈트를 선보였다. 이런 슈트는 격식을 차리기보다 캐주얼하게 입는 것이 가장 좋다. 너무 딱딱하게 격식을 차려 입으면 답답해 보이기만 한다. 그래서인지 트렌드에 맞게 부드러운 어깨선과 와이드 팬츠로 스타일링한 브라운 슈트가 자주 눈에 띄었다. 그중 단연 최고는 제냐와 꼬르넬리아니의 슈트. 두 브랜드 모두 브라운 블레이저를 볼륨감 없이 재단해 여밈 단추가 1개 반이 되는 형태로 디자인 했으며, 심지어 꼬르넬리아니의 슈트는 단추를 잠그지 않고 오픈해 입도록 디자인했다. 나폴리 슈트 스타일 취향이 아닌 이들의 경우에는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슈트에 주목해볼 것. 멋스러우면서 편안해 보이는 싱글 브레스트 디자인의 브라운 슈트 착장을 만날 수 있다.블랙 테일러링 슈트도 런웨이에서 포착되었는데, 2020년까지 버틸 슈트를 찾는다면 브라운 슈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듯 하다. 모든 브랜드가 컬렉션에 심플한 블랙 투피스 슈트를 적어도 한 벌쯤은 선보였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파리에서 열렸던 던힐의 컬렉션이었다. 또 타이거 오브 스웨덴의 크리스토퍼 런드맨이 디자인한 슬림한 실루엣의 슈트도 충분히 주목할 만 했다.BODY BAG BOOM이번 시즌을 통틀어 손이나 몸 앞부분에 가죽 제품을 두르지 않던 모델은 드물었다. 힙색을 보디 백으로 매던 유행은 지났으나, 패션 신에서 이 스타일을 제대로 각인 시킨 것은 디올의 ‘새들백’일 것이다. 쇼장을 찾은 관객 중에서도 보디 백을 매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쇼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을 넣기에는 적당하지만 노트북은 들어가지 않을 크기의 백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연출하고 있었다.리모와와 협업해 보디 백을 선보인 디올 외에도 80년대 앨범 디자이너 로저 딘과 작업한 프린팅 보디 백을 완성한 발렌티노와 ‘바이프로덕스’ 컬렉션을 론칭한 퍼퓸 브랜드 바이레도 그리고 힙색처럼 엉덩이 혹은 몸 앞쪽에 걸쳐 매도록 디자인된 벨트 백을 내놓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펜디까지 만날 수 있었다. 이렇듯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BIG SHOW패션쇼가 매력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그 이상의 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쇼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듯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작년 여름, 디올의 수장 킴 존스와 루이 비통의 수장 버질 아블로의 경쟁 아닌 경쟁을 통해 이런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월에는 셀린느를 새롭게 지휘하게 된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 최초로 맨즈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며 또 다른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이번 2020 S/S 컬렉션에서는 이런 특별한 순간들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화려하고 거대한 쇼들은 여전히 가득했다. 피렌체에서 개최된 피티 워모에서 페라가모는 시뇨리아 광장을 장악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앞에 런웨이를 설치했으며,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지방시에서 연 그녀의 첫 맨즈웨어 쇼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아름다운 궁전으로 초대했다. 태양이 서서히 지는 시각, 쇼가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디스코를 추며 애프터 파티를 즐겼다.밀라노에서 열린 베르사체 쇼는 특유의 거창함이 느껴지는 쇼였다. 모델들은 프로디지의 음악 ‘Firestarter’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영화 에 등장했던 드로리안을 모티프로 한 차가 회전하고 핑크색 꽃이 뒤덮인 런웨이를 거닐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쇼는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규모의 폐공장에서 열렸다. 파리에서는 버질 아블로가 센 강의 라이트 뱅크에 있는 한 광장을 막아 런웨이를 만들고 카페 테이블을 객석으로 꾸몄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관객들에게 크레페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샴페인을 제공했다.패션쇼가 반드시 과도하게 큰 규모의 행사여야만 할까? 그건 아니다. 화려한 쇼가 근본적으로 실망스러운 컬렉션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할까? 그렇다. 하지만 패션은 섹스와 가식, 열망과 감동에 대한 것인 만큼 SNS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루이 비통의 크레페 매대처럼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을만한 이슈도 없다. 본 기사는 에스콰이어 U.K 웹사이트의 'SS 20 Menswear Season: In Review'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