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와 스파이더맨의 공통점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누가 만들었을까, <토이 스토리>와 <스파이더맨>은. 이들의 영광 뒤에는 버티고 버틴 픽사와 마블이 있다. | 스파이더맨,스토리,디즈니 애니메이션,토이 스토리,마블

&nbsp;━&nbsp; A &nbsp;LONG &nbsp;LONG TIME AGO &nbsp; &nbsp; &nbsp; 우디 뒤에는 2014년 11월 6일 &lt;토이 스토리 4&gt;가 제작 중이란 사실이 공개됐다. &lt;토이 스토리 3&gt;는 그야말로 완벽한 피날레였다. 그보다 비범한 속편이나 탁월한 결말은 나올 길이 없어 보였다. 건드리지 말 것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픽사는 픽사였다. &lt;토이 스토리 4&gt;가 공개된 뒤 우려는 찬사로 역전됐다. &lt;토이 스토리 3&gt;가 세상의 모든 감동을 녹여낸 용광로 같았다면 &lt;토이 스토리 4&gt;는 세상에서 가장 높게 띄워 올린 감동의 열기구 같았다. 뭉클함과 벅참의 여운을 선사하는 속편들의 성취는 &lt;토이 스토리&gt;로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픽사의 역사를 더욱 형형하게 되새기도록 이끄는 것만 같다. &nbsp; 1995년에 선보인 &lt;토이 스토리&gt;는 픽사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CG로 완성한 첫 3D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평단의 찬사 속에서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안겼다. 그 이후로도 픽사의 로고와 함께 통통 튀며 등장하는 전구이자 마스코트 룩소 주니어는 빛을 잃지 않았다. &lt;벅스 라이프&gt;(1998), &lt;토이 스토리 2&gt;(1999), &lt;몬스터 주식회사&gt;(2001), &lt;니모를 찾아서&gt;(2003) 등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적인 극찬이 이어졌다. 예술적 성취와 오락적 재미를 모두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4년 초 픽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픽사의 작품 배급을 희망하는 메이저 배급사가 네 곳은 된다고 밝혔다. 다음 날 픽사의 주식이 3% 올랐다. 디즈니의 주식은 2% 떨어졌다. 그 당시 픽사의 작품을 배급할 권한은 디즈니에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와의 계약 연장 협상 중단도 발표했다. 스티브 잡스는 알고 있었다. 픽사는 이미 디즈니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것을. 디즈니는 스티브 잡스와 반목하던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아이스너를 해고하고 스티브 잡스와 우호적인 밥 아이거에게 권한을 위임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결국 2006년 1월 24일 디즈니는 74억 달러 상당의 거액을 들여 픽사를 인수했다. 미키 마우스가 룩소 주니어의 후광을 인정한 것이다. &nbsp; &nbsp; 디즈니와 픽사의 관계는 1991년 무렵에 시작됐다. &lt;인어공주&gt;(1989), &lt;미녀와 야수&gt;(1991), &lt;알라딘&gt;(1992)이 연이어 대흥행을 거두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어가던 시절이었다. 반대로 픽사는 무명 화가나 다름없었다. 붓을 쥘 기회가 간절했다. 디즈니 내에서도 픽사가 제안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lt;인어공주&gt;의 몇몇 장면이 완성도가 탁월하다고 평가한 바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에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투자를 권유했다. 디즈니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신 전체 수익의 12.5%만이 픽사에 돌아가는 것이 조건이었다. 나머지 수익을 비롯해 작품과 캐릭터의 소유권은 디즈니 것이었다. 불합리한 계약처럼 보이지만 픽사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스티브 잡스는 10년간 500만 달러에 달하는 인수 비용의 10배가 넘는 투자 금액을 쏟아부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고 개인 보증으로 버티고 있었다. 디즈니의 제작 투자는 반등을 위한 유일한 기회였다. &nbsp; 픽사의 실질적인 수장 에드 캣멀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고대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일찍이 CG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심취해 있었다. 1970년대 초에 이런 생각은 망상이었다. 누구도 컴퓨터로 가능한 예술을 꿈꾸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 캣멀은 뜻이 맞는 인재들을 규합했다. 열정만으로 될 일은 아니었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lt;스타워즈&gt;의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루카스필름 산하의 그래픽 부서에 편입해 CG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광고 비주얼 제작 같은 업무를 제안하고, 수행하는 틈틈이 CG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에드 캣멀은 가능성의 조각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애니메이터들을 해고하고 싶었던 조지 루카스의 마음을 돌리고자 애썼다. &nbsp; &nbsp; 1985년 경영난을 이유로 애플에서 퇴출당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동아줄이 필요했다. 루카스필름에서 매각을 희망하는 컴퓨터 부서에 관심을 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CG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1986년에 루카스필름으로부터 이들을 인수했다. 에드 캣멀과 그의 팀은 그렇게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영화를 찍다’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Pixer’를 응용해 ‘픽사(Pixar)’라는 이름을 내건 것도 이 무렵이었다. 비로소 픽사라는 이름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도 픽사에 관대한 투자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가능성을 알아보는 직관을 가진 리더였다. 그는 &lt;토이 스토리&gt;의 성공을 예견했고 투자를 이어나갔으며 끝내 디즈니의 제작 투자를 이끌어냈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공개된 픽사의 &lt;메리다와 마법의 숲&gt;에서는 “우리의 동료, 친구, 멘토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자막을 볼 수 있다. 이는 “우주를 깜짝 놀라게 하자”고 곧잘 말했던, 픽사를 오늘로 이끈 최선의 조력자였던 스티브 잡스를 향한 우정의 헌사인 것이다. &nbsp; 픽사는 한때 언제 사라질지 모를 불확실성의 공동체였다. 그들은 한때 허풍선이거나 몽상가에 불과한 집단이었지만 끝내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꿈을 건너왔고, 끝내 현실로 착지했다.&nbsp;“말도 안 되는 무언가가 벌어진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에드 캣멀의 말처럼 픽사는 상상의 선을 긋는 대신 항상 그 선을 뛰어넘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lt;토이 스토리&gt;의 바로 그 대사처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nbsp; &nbsp; &nbsp; 피터 파커 뒤에는&nbsp; &lt;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gt;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일명 MCU라는 마블 스튜디오의 22번째 영화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lt;스파이더맨&gt;의 두 번째 솔로 영화인 이 작품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 서사를 하이틴 무비의 세계관에 이식하며 보다 특별한 관점과 흥미를 더한다. 이는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들이 단순히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영웅담을 그리는 영화를 넘어 다양한 영화 장르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일관성 있는 결과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공개된 영화들은 영화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보다 현실적인 드라마와 유연한 유머 감각을 추구함으로써 슈퍼히어로가 존재하는 비현실성의 생소함을 현실적인 메시지 혹은 실감 나는 엔터테인먼트로 환기시킨다. &nbsp; 시작은 2008년에 개봉한 &lt;아이언맨&gt;이었다.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 등장한 쿠키 영상에 등장한 사내는 끝내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밝힌 토니 스타크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스타크, 자네는 더 큰 우주의 일원이 된 거야.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 그는 바로 어벤져스의 태반이 되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다. 사실 모르는 건 토니 스타크뿐만이 아니었다. 마블 스튜디오 역시 몰랐다. 그들이 만든 이 쿠키 영상이 거대한 예언의 서가 될 것임을 말이다. 닉 퓨리가 등장하는 &lt;아이언맨&gt;의 쿠키 영상은 일종의 보너스 트랙이었다. 하지만 &lt;아이언맨&gt;은 전 세계적으로 5억8000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제작비 1억40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이었다. 이 성공은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세워 넣는 중력이자 &lt;어벤져스&gt;를 구상할 수 있는 최초의 밑그림이 됐다. &nbsp; &nbsp; &lt;아이언맨&gt;을 제작할 당시만 해도 마블 스튜디오의 비전이 그리 근사한 편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lt;아이언맨&gt;을 상영관에 세울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lt;어벤져스&gt;는 그저 몽상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 대표 케빈 파이기의 말이다. 코믹스 산업은 쇠퇴하고 있었다. 마블 코믹스가 20세기 폭스에 &lt;엑스맨&gt;과 &lt;데드풀&gt;을, 소니 픽처스에 &lt;스파이더맨&gt;과 &lt;판타스틱 4&gt;의 판권을 팔아넘긴 것도 열악한 회사의 재정 상태를 돕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다 점점 자신들의 캐릭터를 직접 영화화하는 것을 고민했고, 판권이 팔리지 않은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와 같은 캐릭터를 영화화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았다. 제작비 투자 유치에 실패한 뒤 제작비 충당을 위해 부동산 담보로 5억여 달러를 대출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lt;아이언맨&gt;과 &lt;아이언맨 2&gt;의 제작비로 쓰였다. 두 편의 &lt;아이언맨&gt;을 연출한 감독 존 파브로는 그러한 부담감 속에서 연출을 이어나갔다. &nbsp; &lt;아이언맨&gt;과 &lt;아이언맨 2&gt;의 대성공은 마블 스튜디오에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2011년에는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 영화인 &lt;토르: 천둥의 신&gt;과 &lt;퍼스트 어벤져&gt;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길, 즉 &lt;어벤져스&gt;로 가는 길을 닦아나갔다. &lt;아이언맨&gt;이 마블 스튜디오의 미래를 가리키는 손가락이었다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여섯 명의 슈퍼히어로가 팀을 이뤄 지구를 구하는 활약을 그린 &lt;어벤져스&gt;는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현실의 우주였다. 결국 6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lt;어벤져스&gt;의 성공은 마블 스튜디오의 내일을 기약하도록 이끌었다. 흥미로운 건 마블 스튜디오가 매번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시하는 동시에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nbsp; &nbsp; 2009년 마블 스튜디오를 인수한 월트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는 이와 같이 말한 바 있다. “케빈 파이기와 그의 MCU 팀은 우리가 마블을 인수할 때 가진 기대감을 이미 넘어섰다. 이런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는 모두 케빈으로 시작한다.” 케빈 파이기는 MCU를 위한 인피니티 스톤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마블 코믹스를 비롯한 만화책, &lt;인디아나 존스&gt;나 &lt;스타워즈&gt; &lt;스타트렉&gt; 같은 영화를 섭렵했다. 이러한 취향과 기호는 MCU를 이루는 영화들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그의 결정이 늘 환영받은 건 아니다. &lt;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t;를 제작할 당시에는 마블 스튜디오 내의 그 누구도 긍정하지 않았다. 말하는 라쿤과 움직이는 나무가 주요 캐릭터인 작품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케빈은 이것이 독특한 우주 어드벤처이자 MCU의 전환점이 될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결과는 잘 알다시피, 그렇다. &nbsp; &nbsp;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가격은 4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리고 2009년 이후로 등장한 22편의 MCU 영화는 전 세계에서 18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는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 &lt;어벤져스: 엔드게임&gt;은 27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전 세계 흥행 성적 부동의 1위를 수성한 &lt;아바타&gt;의 아성을 넘는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lt;캡틴 마블&gt;은 새로운 세기를 열 수 있다는 마블의 자신감을 대변한다. 무엇보다도 마블 스튜디오의 성공은 마블 코믹스가 잉태한 수많은 캐릭터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생생한 현실적 체험으로 다가오는 영화를 만들며 차근차근 세계관을 확장해낸 덕분에 맞이한 결실이다. 그들은 성공을 통해 또 다른 성공을 내다보았고, 안정적인 공식보다 새로운 가치를 상상했다. “우리의 본능은 항상 우리를 인도해왔고, 성공은 언제나 우리가 그러한 본능을 계속 따르도록 격려해왔을 뿐이다.” 케빈 파이기의 말처럼 마블 스튜디오는 가망 없는 게임을 계획하지 않는다. 늘 마지막 청사진을 그릴 뿐이다. 전 세계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