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Q라는 자부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가민 대만 공장에서 신제품 ‘마크’의 정교한 제작 과정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 신제품,제품 생산,스마트워치,가민,MARQ

 면으로 만든 하얀색 모자와 덧신을 신고 비닐 재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곤 먼지를 제거하는 청정실을 거쳐 조립 공장으로 들어섰다. 새하얀 공간에는 커다란 기계가 줄지어 서 있었다. 한눈에도 공장은 빠르고 정교하고 돌아가는 듯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로봇이었다. 납작한 상자에 바퀴가 달린 로봇이 재고가 떨어진 조립 라인 곳곳으로 부품을 배달하고 있었다.   “이런 자동화와 스마트 메커니즘 덕분에 설비 가동률이 높아지며 제품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시스템은 가민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죠.” 공장 곳곳을 우리에게 소개해준 기술자가 말했다. 이곳은 대만에 위치한 가민 스마트 연구개발센터. 정확히는 SMT(Surface Mount Technology) 생산 라인이었다. 가민의 새로운 하이엔드 프리미엄 스마트워치 ‘마크(MARQ)’를 연구, 개발 및 생산하는 곳이다.     가민은 한국에서 GPS 기반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특히 운동 분야에서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브랜드를 웨어러블 제조 스타트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 가민의 역사를 알고 그들의 기술력과 산업 규모를 살펴보면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가민은 GPS 기술 기반 글로벌 제조 회사다. 가민을 창립한 두 설립자(게리 버렐, 민 카오.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브랜드명을 지었다)는 항공, 해양 내비게이션과 통신 기술의 공학적 지식이 뛰어났다. 이들은 GPS 기술이 일반 소비재와 결합할 때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15개월간의 연구로 그들의 첫 시제품인 GPS G100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사업은 확장을 거듭하면서 GPS를 핵심 기술로 사용하는 항공, 해양, 자동차, 아웃도어, 피트니스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37개국 65개 사무실에서 1만3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대만에 메인 생산 공장과 지역 본사가 있다. 지난 30년간 가민 브랜드 전체 제품의 누적 판매 대수는 2억5000만 대. 2018년 한 해에 판매된 기기만도 6000만 대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약 3조8940억원(33억 달러)이다.     가민은 현재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30주년 기념 모델로 등장한 ‘마크’는 특별하다. 마크 컬렉션은 레이서, 파일럿, 탐험가, 항해사, 운동선수 등 다섯 가지 전문 분야에 필요한 기능을 집중적으로 구현한다. 각 제품마다 다른 소재와 디테일로 개성을 강조한 모습이 특징. 티타늄, 사파이어, 세라믹, 다이아몬드 유사 코팅, 자카르직 나일론, 이탈리아 바체타 가죽 같은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다. 더불어 광학 접착 및 얼라인먼트, 수압, 열, 충격 같은 강도 높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린다. 사실 이런 설명은 피부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가민 공장에서 마크의 개발과 제조 과정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가민의 브랜드 신념(제품이 모든 것이다)은 엄격하고 까다로운 연구 개발과 혹독한 테스트로 연결됐다. 시계를 만드는 데 좌표측정기,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 컴퓨터 단층 촬영기 같은 첨단 측정 기기를 사용해 극도로 미세한 부분까지 문제를 잡아냈다.     작은 방이 밀집한 연구개발동 어딘가였다. 그곳에서 방을 차례로 통과하며 마크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관찰했다. 좌표측정기가 있는 방에서는 머리카락보다 정밀한 단위(2um 수준)로 마크 3D 제품의 오차를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이 있는 방에서는 우리 눈보다 2000배 확대된 화면으로 제품 표면의 거칠기나 광택 처리 선명도를 확인했다. 컴퓨터 단층 촬영 부분은 아주 인상 깊었다. 마크를 기계 안에 넣자 360도 회전하면서 약 5000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자동으로 찍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제품 내부 구조를 레이아웃 단위로 잘라서 볼 수 있게 해줬다. 완전히 조립된 제품의 속을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또 다른 방으로 갔다. 그곳은 마크의 내구성과 수명을 테스트하는 곳이었다. “으악!” 모두가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다. 낙하 테스트 장비 때문이었다. 시뮬레이션 기계가 꽤 높은 곳에서 마크를 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던졌다. 그 옆에 자리한 철통은 마치 고문 기구 같아 보였다. 장비가 빙글빙글 돌아갈 때는 안에 들어 있는 마크가 철커덩거리며 사방으로 튕겼다. 밥솥처럼 생긴 기구에 마크를 넣고 수압 100m 수준으로 갑자기 압축했다 꺼내기도 하고, 시계 밴드에 각종 화학 물질을 뿌리고 닦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손가락처럼 길게 생긴 꼬챙이들이 고정된 마크의 버튼을 집요하게 누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기술자들은 이런 과정을 수천, 수만 번 반복한다고 했다. 반면 테스트를 거친 마크를 멀쩡했다. 기구에서 꺼내 우리에게 시계를 보여줬을 때 작은 흠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뛰어난 소재와 정교한 설계로 이루어진 제품이었다.   “80여 명의 검사원들이 1200여 가지의 수동 검사 과정을 거칩니다. 완벽함을 얻기 위해서는 테스트에만 80시간 이상이 걸리죠.” 마크 시리즈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능을 개선한 스마트워치가 아니었다. ‘브랜드 DNA가 녹아든 완벽에 가까운 걸작’이라는 설명이 허풍이 아니었다. 5개의 전혀 다른 전문 분야에 어울리는 시계를 이렇게 멋지게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민에게 ‘마크’는 자부심이었다. 그들의 역사와 철학을 알고, 제품의 공정 과정을 확인한 후엔 인정할 수 있었다. 자부심의 근거가 확실했다.   마크에 대한 다양A한 궁금증을 가민 CEO, 아웃도어 부사장, 한국 지사장에게 물어봤다. 크리프 펨블 0 /가민 CEO 가민의 철학은 무엇인가? 가민의 경영 철학과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섬김(serving)’입니다. 고객을 섬기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팀과 모든 임직원을 존중하죠. 우리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마크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제품인가? 마크는 기능이 굉장히 많은 시계이며 디자인에도 신경 쓴 제품입니다. 우리는 시장의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마크는 우리 고객들이 분명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일 겁니다. 마크는 왜 한정판으로 만들었는가? 이번 제품은 한정적인 수량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한정적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 스마트워치 제품은 일반적인 판매점을 통해 판매합니다. 그러나 마크는 전략적으로 특정 시계 채널 혹은 럭셔리 판매 채널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같은 전략을 쓸 예정이고요.   브래드 트렌클 / 가민 아웃도어 부사장 마크(MARQ)에 담긴 뜻은? GPS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마크(mark)’란 특정 지점의 위치 정보를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발음으로 ‘우수한(marquee)’이라는 단어도 있지요. 이 두 가지를 합쳐서 ‘마크’라는 이름을  만들게 됐습니다. 5개로 구성된 라인업의 가격이 모두 다르다. 이유는 무엇인가? 소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티타늄 베젤 혹은 티타늄 밴드, 특수 코팅이나 베젤 타입을 쓰는 경우 다른 시계에 비해서 가격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익스피디션은 티타늄 베젤을 쓰지만 에비에이터나 캡틴은 특수 세라믹 베젤을 사용합니다.   각 제품은 소프트웨어 호환도 가능해 보인다. 마크의 모든 제품은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설계했습니다. 단순히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문 영역에 필요한 특별한 기능으로 만들었지요.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것이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됩니다. 시계의 액션 버튼 기능이나 베젤의 카운트다운 기능은 물리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코픈 린 / 아시아 마케팅&세일즈 총괄이사 겸 가민 코리아 지사장 전문가를 위한 제품인데 한국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우리의 전략은 핵심 소비층으로부터 대중으로 점차 넓혀나가는 것입니다. 각 영역 전문가들에게 먼저 제품을 소개하고 그들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으로 예상하나? 마크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천장을 높였습니다. 가격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우리는 기존의 틀을 깨고 싶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소재를 쓰고 브랜드 스토리를 담아내는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웨어러블과 경쟁할 때 불리한 부분은 무엇인가? 가민의 모든 시계는 운영체제나 기종에 상관없이 어떤 스마트폰과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커넥트 앱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지요.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를 위해 정보 제공을 동의하는 경우 외부 서비스의 연결도 가능합니다. 스트라바나 나이키 플러스뿐 아니라 AIA생명 같은 보험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