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기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내 기술 | 기술,기술 설명,sex,연애,섹스

다들 사랑을 나눌 때 쓰는 나만의 기술 하나쯤 있지 않을까? 다만 말로 하자면 부끄러울 수도 있으니 질문지를 짜보았다.  (1) 기술이 있나요, 없나요?  (2) 있다면 그 기술을 어디서 배웠나요? 친구들에게? 아니면 책이나 영상에서?  (3) 그 기술은 언제 쓰고 싶어지나요?  (4) 그 기술을 쓰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나요?  (5) 만약 기술이 없다면, 사랑을 나누는 중에 ‘어, 얘 지금 기술 쓰네?’ 같은 생각이 든 적은 있나요?   “전 그런 거 없어요.” 2번 질문까지 갈 것도 없었다. 섹스 칼럼 질문을 허락해준 여자 5명은 모두 첫 질문을 듣자마자 말을 끊었다. 전원 “없어요”,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말해요”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정말 없는 건지, 있는데 말을 하기 싫은 건지. 진행 상황을 들은 김은희 에디터는 “둘 다겠죠”라고 대답했다. 자기 일 아니라고…. 나만 하루하루 난처했다. “저는 있습니다.” 물어본 남자들도 대답을 회피하는 가운데 조지 리는 자신 있게 있다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답게 거리낌이 없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싶어 기쁘게 뒷말을 기다렸다. “뼈가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만지면 됩니다.” 아니, 무슨 지압원도 아니고. “쇄골이나 손목, 골반처럼 뼈 바로 위에 있는 살을 만지며 스킨십을 하는 겁니다. 그쪽을 더 잘 느끼는 것 같더군요.” 말인즉슨 맞지만 기술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것 아닌가 싶었다. “맞아요. 기본기에 가깝죠. 복서로 치면 저는 잽이 강한 편입니다.” 조지 리는 빠르게 인정했다.   ‘내 기술’이라는 주제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다. 무심결에 상상한 섹스의 내 기술은 ‘혀에 힘을 줘서 어디를 어떻게 자극하면 상대가 이렇게 되더라’, ‘허리를 어떻게 돌려서 어느 부분을 자극하면 금고 자물쇠를 돌려서 열었을 때처럼 딸깍 하는 순간이 오더라’ 같은 것이었다. 세상에 그런 기술이란 없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긴 돌아보니 나에게도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연애하거나 여자를 만날 때 익힌 기술이 있긴 있습니다.” 반쯤 포기했을 때 김성원 씨의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김성원 씨는 ‘귀사매(귀두 사용 매뉴얼)’를 만들어두고 여자와의 잠자리를 즐겼다는 사람답게 기술 설명도 자세했다. “성기를 최대한 밀착시켜서 깊이 삽입합니다. 그러면 여자의 안쪽 끝부분에서 뭔가 곡물 같은 알갱이가 닿는 게 느껴져요. 거기에 제 귀두를 딸깍딸깍 닿도록 합니다. 상대가 흡족해했습니다.” 알갱이 자극남 김성원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커닐링구스를 할 때는 클리토리스에 혀를 대고 혀만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머리 전체를 움직여야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자극시킬 수 있어요.” 이쪽이야말로 지압원이 따로 없었다. PPT 파일을 만들어서 설명회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었다. 혀뿐 아니라 온 머리를 이용해 커닐링구스를 하면 황급히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온 얼굴에 여러 액체가 묻는다. 그것도 나름대로 섹시하긴 하다.   “아, 이거 너무 야한데. 그리고 나는 이 기술을 쓸 때 늘 실패한단 말야.” 연애 상담에 물이 올라서 ‘곽정은주’라는 별명이 붙은 정은주 씨는 몇 번씩 대답을 망설였다. 대체 뭐길래? 얼마나 야한 거면 하다가 실패한다는 거지? “A부터 Z까지 그리기”라는 말을 듣고도 잠깐 이해하지 못했다. 뭘 그리지? “남자 위에서 허리를 그렇게 한다는 거지.” 여성 상위의 고혹적인 움직임이 엉덩이로 이름 쓰기의 확장판이었다니. 나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숨기고 재차 물었다. 실패한다는 건 무슨 뜻이지? “Z까지 가는 데 실패하는 거지.” 여기서의 실패는? 남자가 K쯤에서 절정에 가버리는 것? “아니, 내 체력이 떨어지는 것. 힘들어. 못 해. Q는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왜 하필 알파벳인지, 한글 자모는 안 되는지, 사자성어 각골난망 같은 걸 쓰면 안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본인이 부끄럽다고 했기 때문에 더 묻지 않았다.   “나의 기술은 말이지….”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던 김예리 씨와 원고 마감일에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주 중요한 말을 전해주었다. “섹스할 때 최고의 기술은 리액션이야.” 기술이 리액션이라니, 나는 큰스님 앞의 동자승처럼 말을 기다렸다. 예리 씨는 “리액션만 잘하면 나는 누워서 떡을 먹는 거라구” 같은 선문답을 몇 번 더 하다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달라진다는 말이지. 내가 좋다는 반응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사람은 모두 달라요. 어떤 사람은 유두에서 아무것도 못 느낄 수도 있고, 귀를 빠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취향을 빨리 파악해서 리액션을 잘하는 게 내 기술이야.” 내가 고작 허리 움직임이나 혀 돌리기 같은 거나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리 씨는 이렇게 근원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김예리 씨의 말은 최고의 배우들이 인터뷰 때마다 말하는 ‘연기는 리액션’이라는 말과도 닮아 있다. 그 말을 했더니 김예리 씨는 흡족해했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역시 거장의 세계는 통하는 면이 있군요.” 하다 보니 인생의 진리도 깨닫고, 섹스 많이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