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아름다움, 젊음 그리고 욕망으로 자신의 인생 3부작을 장렬히 완성했다. <그때 그들>은 욕망에 관한 영화다. 최악의 이슈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의 이야기를 눈부시고 위험하게 그려냈다. 허세와 위선으로 가득한 인물은 비현실적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현실적이다. 감독의 용감한 연출이 빛난다.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는 정부를 갖고, 국민은 그들에게 걸맞는 정치인을 갖는다. 딕 체니는 미국 역사를 퇴행시킨 정치적 괴물이었다. 조지 W. 부시라는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했으니까. <바이스>는 딕 체니의 악행을 고발하기 보다, 그를 있게 한 미국과 미국인의 현실을 지적한다. 이를 블랙 코미디를 섞어 서늘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비유와 은유가 난무하는 연출은 통렬해서 더 씁쓸하다.

사랑과 행복은 상관 관계가 있을까? 사랑은 집착이나 광기, 상대 파괴나 자기 파괴, 감정적 유희나 육체적 쾌락을 포괄하는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간 자본주의 중산층의 가식을 고발해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페이버릿>에서 감정적 가학과 피학으로 점철된 두 여인의 관계를 통해 사랑에 대한 질문을 세련되게 던진다.

20세기 중반 발행된 <그린북>은 흑인의 여행 가이드북이었다. 전국 곳곳에 흑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숙박업소, 식당에 대한 안내서가 필요한 시대였고, 저자인 빅터 휴고 그린의 이름을 따서 <그린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화 <그린북>은 1960년대의 실존 인물들을 토대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다룬다. 두 남자의 로드무비는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두 주인공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순삭’해 버린다.

감독 김윤석은 배우 김윤석만큼이나 훌륭했다. 영화 속 인물끼리도, 영화 밖의 관객과도 시종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통속적으로 흘러갈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보여주는 연출이 빛을 발한다. 배우여서 알 수 있는 강점을 활용해 미묘한 감정선을 바이올린 현 다루듯 세심하게 조율해냈다. 누가 성인이고 누가 미성년일까? <미성년>은 이 물음에 대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