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마시는 행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요즘 커피 애호가의 시간은 커피를 내리기 전부터 시작한다. | 테일러 커피,펠트 커피,데이오프,힙플레이스,세젤힙

  돌이켜보면 커피 취향의 현대적 변천사는 소위 ‘다방 커피’에서 출발한다. 유리병에 든 고형 커피와 크림, 설탕을 뜨거운 물에 녹여 마시는 다방 커피의 황금비 1:1:2가 있었고, 취향에 따라 비율이 조금씩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생기면서 아메리카노 시대가 열렸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이 들어왔고 로스팅한 커피 특유의 신맛과 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올해는 블루보틀과 국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전면에 나서며 이런 흐름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커피 마니아가 늘면서 생긴 이상기류가 하나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원두와 로스팅 방법,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등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생긴 것. 실제로 한동안 커피 애호가 사이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카페를 투어하는 게 유행했다. 이제는 웬만한 동네 카페에도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지 묻는 고객이 늘어날 정도다. 지난 6월 동탄에 ‘세모네모살롱카페’를 오픈한 이상준 대표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손님들이 많이 물어요.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쓰는지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지, 아니면 어디 제품을 쓰는지도 많이 질문해요. 신맛이 강한 원두인지 고소한 맛이 강한 원두인지도 묻고 심지어 원두 가격대까지 물어봐요.” 최근에는 페인트공 입에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 이름을 들었다. “공사 중인 작은 카페에 아직 유리창이 달리지 않아서 주인 내외가 라마 뭐시기라는 커피 기계를 밤새 지키더라고.” 그가 지칭하는 라마 뭐시기는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인 라마르조코로 프츠 커피 컴퍼니나 앤트러사이트, 테일러커피 같은 유명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에서 사용한다. 라마르조코의 대표 모델인 리네아 클래식 2그룹이 대략 2000만원이다. 커피 맛집 소리를 들으려면 라마르조코 같은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슬레이어나 시네소, 빅토리아 아르두이노도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다. 모두 최소 준중형 자동차 한 대 가격의 제품들이다. 실제로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자동차에 자주 비유한다. 경차부터 중형차, 대형차, 슈퍼카 등의 크기와 용도부터 폭스바겐, BMW, 페라리처럼 각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가 내세우는 성향이 다르다. 차량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주행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것처럼 바리스타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같다. 그럼에도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기계 상태를 확신할 수 없는 중고 모델마저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다. 이유는 두 가지다. 스페셜티 커피의 보급과 고객의 인식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물의 온도나 압력, 시간에 영향을 끼친다. 성능 좋은 에스프레소 머신은 바리스타의 역량이 뛰어나다면 원두 본연의 풍미와 바리스타가 선보이고자 하는 커피를 최대한 일정하게 뽑아준다. 특히 라이트 로스팅이 많은 스페셜티 커피는 온도와 압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안정적인 커피 머신이 필요한데,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이 그렇다. 고객의 인식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바리스타도 고객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기와의 싸움이 끝나면 이제 원두 선택이 남는다. 요즘 커피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원두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가지다. 그중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프츠와 스, 펠트가 가장 유명하다. 챔프나 식스디그리스, 앤트러사이트도 있다. 동네 로스터리 중에도 상당히 고품질의 원두를 로스팅하는 곳이 많다. 건대입구역 인근의 ‘칼레오 커피 로스터’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 원두를 납품받는 로스터리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뽑는 카페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하나가 자양동에 위치한 ‘데이오프’다. 도산점으로 최고의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는 ‘펠트’보다 더 맛있는 펠트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테일러커피’에서 일하던 최한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으로 펠트의 에스프레소 블렌드 중 클래식 블렌드를 사용해 고소하고 균형감이 돋보이는 아메리카노와 달콤쌉싸름한 바닐라 빈 라테, 커피의 산미와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오프라테 등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커피를 추출한다. “테일러커피에서 일하면서 펠트 커피를 알게 됐어요. 제 여가 시간을 펠트 커피로 채웠죠. 제가 카페를 연다면 펠트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수많은 추출 변수에 대한 정보를 축적했고, 이를 위한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도 들여놓았다. 반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예 없는 브루잉 카페도 있다. 흔히 핸드 드립으로 부르는 브루잉은 오로지 바리스타의 경험과 오감에 의존한다. 물의 온도와 타이밍, 추출 속도와 추출량 등을 모두 바리스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식과 경험에서 오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목표하는 바는 모두 같다. 자신이 보여주려는 최고의 커피를 구현하는 것이다. 8월 초 성수동에 문을 연, 바리스타가 아닌 로봇이 브루잉하는 ‘카페봇’도 결국은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고객도 그 사실을 아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