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Gen Z)의 섹스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90년생이 한다 | 젠지,Gen Z,섹스,1990년대,밀레니얼 세대

↑ 90년대생은 참지 않는 세대라고 해요. 제가 올린 제목 중 하나이긴 하죠.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을 지은 주인공이자 그 책의 편집자인 87년생 김남혁은 지금 이직해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90년대생의 성생활은 뭔가 다르려나 싶어 ‘90년생이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떠올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의 카피 중 ‘얘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때 만나던 여자 친구를 보면서 실제로 했던 생각이에요.” 그 역시 90년생을 겪었다. 그에게 책을 30초 정도 분량으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90년대생은 참지 않는 세대라고 해요. 직장 같은 곳에서 부조리를 겪어도 승진이나 월급 등으로 보상받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이 세대는 그래 봐야 정규직으로 취업되지도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미안할 정도로 맞는 말이다. “제가 그 나이죠. 최근 연애를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성생활도 합니다. 모텔 대신 미리 계획을 짜서 호텔에 가요. 글래드 호텔이 좋고 롯데는 별로예요. 성생활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자 친구가 있을 때만 합니다.” 90년생 조지 리는 늘 매너가 좋다. 섹스 칼럼 취재에는 응해도 여자 친구가 드러날 이야기는 함구한다. “제가 90년생인데 저 자신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말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지만, 어떤 90년대생 남자들은 확실히 여성을 더 잘 배려하는 것 같다. 동시에 조지 리는 에너지도 넘친다. 사정을 기준으로 하룻밤에 가장 많이 섹스 한 횟수는? “4회입니다.” 조지 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도 물어봐드릴까요? 이런, 이분은 94년생인데 1회라고 합니다.” 조지 리는 ‘1회남’과 이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갔다고 했다. “저도 모텔엔 안 가요.” 지난번에 자전거를 타다 연락을 받은 92년생 취업 준비생 김성준 씨는 이번에는 방에 누워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다가 연락을 받았다. “저도 성생활은 여자 친구하고만 하는데 주변 친구들은 다 달라요. 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도, 몇 년째 연애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 신경 안 써요. 섹스 이야기도 거의 안 해요. 저는 모텔도 잘 안 가고요. 몰래 카메라가 불안해요.” 인터넷에 새겨진 한국 남자의 비루함이 이 남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인터넷에 도는 그 이야기가 과장인지 조금 궁금했다. “제가 자취를 하지만 여자 친구가 좀 멀리 살아서 섹스는 한 달에 한두 번만 해요. 사실 섹스를 하기보단 술을 마셔요.” 그럴 수가. 90년대생은 술을 마셔도 성욕이 솟구치지 않는 걸까? “에이, 여자 친구랑 술 너무 많이 마시면 모텔 가죠.” 김성준 씨가 해맑게 말했다. 그의 하룻밤 최고 기록은 3회. 앞 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나는 90년대생이 아닌데?” <에스콰이어> 섹스 칼럼 공식 모텔 홍보대사 84년생 권헌준 씨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90년대생과 성관계를 한 경험이 있는 다른 연령대의 생각도 필요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권헌준 씨는 섹스 이야기를 할 때 빼면 신중한 사람이다. “내 작은 경험이 90년대생을 대표할 수는 없을 텐데”라는 전제를 단 끝에 그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느낌이지만 여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야. 보통 클럽 같은 곳에서 만난 여자들은 내가 ‘보빨’을 해줘야 ‘자빨’을 해준단 말이야.” 역시 권헌준 씨는 섹스 이야기만 나오면 스위치를 켠 듯 사람이 달라진다. ‘자빨’ 같은 말은 하도 오랜만에 들어서 처음엔 좌파를 해준다는 줄 알았다. 남자가 입으로 상대의 그곳을 애무해줘야 여자도 해준다는 말 같았다. “내가 접한 90년대생은 그렇지 않았어. 먼저 빨아주는 여자도 많고, 원하는 것도 확실해. 표현도 잘하고.” 원하는 걸 잘 표현하는 건 뭐든 좋은 일이다. “확실히 쿨해졌어.” 권헌준 씨가 말하는 90년대생 여성들은 일관성이 있었다. “(90년대생보다) 나이가 있으면 내가 자고 나서 연락을 끊었을 때 매너가 나쁘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어. 90년대생들은 안 그랬어. 여자가 먼저 연락을 끊기도 하고, 내가 연락을 먼저 해도 답이 없는 사람도 많아. 그런 걸 보면 세상이 변했구나 싶지.” 적극적이고, 맺고 끊는 것 확실하고, 마음을 깊이 주지 않고, 섹스와 마음을 분리한다. 권헌준 씨가 마주친 어느 서울 밤거리의 90년대생 여자들에겐 그런 성향이 있는 모양이다. “나도 이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접한 90년대생들은 좀 더 섹스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8X년생 김예리 씨가 이야기했다. 김예리 씨도 성숙하고 신중했다. “그게 90년대생이라서 그런지 걔네가 열심히 하는 애들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예리 씨 말이 맞다. 세대론은 기본적으로 끼워 맞춘 이야기다. 세대론의 뿌리에는 ‘비슷한 경험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전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세대에서 가장 공통되는 경험은 인터넷과 PC,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기반 다매체다. 비슷한 사람들을 묶을 때는 앞으로 세대보다는 조금 더 섬세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예리 씨의 고민은 90년대생의 섹스가 아니다. “예리는 감기에 걸려서 지금 즐길 수가 없어. 너무 아프면 섹스고 뭐고 생각이 안 난다고.” 환절기라고 감기에 걸리다니 예리 씨의 20대도 지나가버렸다.     90년생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