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말고 바캉스, 바캉스의 끝 몰디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몰디브라는 환영 속으로. | 바캉스,몰디브,프라이빗,리조트,풀빌라

「 DIVE INTO 」   한여름 밤의 꿈, 서머 아일랜드 몰디브 몰디브 1세대 리조트 서머 아일랜드에서는 매일 저녁 다른 이벤트가 열린다. 사진은 해변에서 열리는 바비큐 뷔페 ‘바비큐 비치 데이’ 풍경. “같이 수영하러 갈래요?” 40분 전만 해도 정갈한 유니폼을 입고 리조트 곳곳을 소개해주던 마케팅 담당자다. 객실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어느새 반바지와 반팔 차림이다. 손목에 건 물안경이 흔들거렸다.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베푸는 호의일까 단순한 인사일까, 가늠하기 힘든 제안에 잠시 마가 뜬 사이, 더럭 좋다고 외쳤다. 상냥한 눈에 적막으로 답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러고 보면 몰디브에서 수영하러 가자는 말이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서머 아일랜드 리조트는 몰디브를 경험해볼 리조트로 고른 세 곳 중 가장 소박한 규모다. 리조트 북쪽 끝,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묵기에도 좋은 2층짜리 스튜디오형 룸이 있는 곳부터 남쪽 끝, 바다 위에 떠 있는 오션 룸 구역까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아늑한 정경에 밥 짓는 냄새가 나는 몰디브의 어느 동네를 걷는 기분이다. 역사는 가장 오래됐다. 몰디브의 1세대 리조트다. 몰디브는 1970년대 초부터 관광산업을 시작했고 서머 아일랜드는 1983년에 문을 열었다. 2014년 리모델링을 거쳐 하나뿐이던 레스토랑과 바가 각각 두 곳, 세 곳이 되었다. 호텔의 급은 호텔 내 업장 수와 스파 등 특정 시설의 유무에 따라 갈린다. 스파와 헬스장, 인피니티 풀을 갖췄고 이제는 레스토랑과 바의 개수도 늘어난 서머 아일랜드는 리모델링 후 4성급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 급이라는 것이 시설의 상태에만 달렸을까. 빨간색 수영복을 입은 붉은 머리 여자가 책을 읽는 잔잔한 해변을 지나, 아마 오늘 저녁 해변에서 열릴 ‘바비큐 나이트’를 위한 듯한 집기를 싣고 피크닉 가는 것처럼 리어카를 끄는 대여섯 명 직원들의 즐거운 등을 보며 생각한다. “물고기처럼 움직이면 돼요. 이렇게, 이렇게.” 근무 시간이 끝나면 거의 매일 수영을 한다는 마리가 나를 이끈 곳은 리조트 앞바다. 그녀에겐 그야말로 회사 앞바다이건만 마리를 비롯해 우르르 함께한 그의 동료들 모두 불편하거나 어색한 기색이 없다. 별다를 일 없는 일상이라는 평화로운 표정은 꾸민다고 꾸며지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모두 섬 안의 기숙사에서 산다. 섬과 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에서 리조트 내 직원을 위한 숙소가 있는 건 흔한 일이지만 모든 직원이 사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 가고 싶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도시인의 기우일 뿐 “여기가 집인걸요”라며 웃는 이름 모를 이의 얼굴이 담백하다. 모아나처럼 넘실거리는 마리의 머리칼이 금세 젖었다. 자유형을 하다 잠수를 하다, 물속에서 불현듯 튀어나와 왜 안 들어오냐고 손짓한다. 수영을 못하냐는 질문에 잘 못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더니 물고기처럼 하면 쉽다는 말과 따라 해보란 듯 크게 짓는 동작이 돌아온다. 푸르고 투명한 바다가 갈라진다. 사실 수영을 잘 못하지는 않는다. 하루 일이 끝나고 즐기는 그들의 경쾌한 시간에 짐이 된 것 같아 발목이 무거웠다. 노을 진 바다, 허니문 손님을 태운다는 전통 배가 요동 없이 고요한 풍경, 그 배 주변에서 물고기처럼 수영하는 사람들… 에라 모르겠다, 물에 뛰어들었다. 비현실적으로 평온해서. 이곳 서머 아일랜드는 모두가 집주인이자 환영받는 손님 같아서. 주저 없이 뛰어들어도 몰디브의 바다는 따스하다. 밤이 왔다. 서머 아일랜드의 밤에는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다른 이벤트가 열린다. 화요일은 멕시칸 나이트, 수요일은 재즈 뮤직 나이트, 목요일은 풀 밴드 라이브 뮤직 나이트, 월요일은 바비큐 비치 데이다. 해변가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셰프들이 줄지어 서서 목살을 굽고 생선을 지지고 밥을 볶는 뷔페가 차려진다. 달이 밝다. 양껏 떠 온 음식을 앞에 두고 앉아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았다. 파도의 물기를 품은 모래가 시원하다. 셰프가 무어라 알려준 생선 이름을 금세 까먹고, 아무렴 어때, 퉁퉁한 흰 살을 베어 물었다. 꿈인가 싶다. Summer Island Maldives ADD North Male’ Atoll, 20012, Republic of Maldives TEL +(960) 664 1949 WEB www.summerislandmaldives.com  우아한 공기, 타지 엑조티카 리조트 & 스파 바다 위 레스토랑 ‘Deep End’. 지중해 음식이 주메뉴이며 이름만큼 마치 ‘오페라’ 같은 셰프의 라이브 디저트 쇼가 시그너처다. 꿈 같은 해변에서의 저녁은 타지 엑조티카에서도 이어졌다. 수백 개에 이르는 몰디브의 리조트 중에서도 이곳은 5성급 고급 리조트로 꼽힌다. 서머 아일랜드의 비치 디너가 모두와 함께 어울리는 바비큐 파티라면 타지 엑조티카의 비치 디너는 오직 한 테이블만을 위한 사적인 시간이다. 모래사장 위에 긴 나무 막대와 깨끗한 하얀 천으로 돛단배의 돛을 올리듯 벽을 세우고 초를 밝힌다. 몇 시간 후면 사라질 신기루 같은 작은 레스토랑으로, 바닷가 한편에서 셰프가 구운 아스파라거스부터 랍스터, 스테이크, 생과일 주스가 졸릴 틈 없이 나온다. 그 맛은 없을 수가 없다. “물론입니다, 마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타지 엑조티카는 우아하게 끝맺는 어미마다 ‘Sir’ 또는 ‘Madam’을 붙이는 버틀러가 여전히 존재하는 리조트다. 극진한 대접이 면구스러운 시대일지도 모르겠으나 정중한 상대의 태도는 분명, 굳은 입가를 펴게 하고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 몰디브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적도의 햇빛에 그을린 피부로 연륜을 짐작하다가도 맑은 눈망울을 보면 소년의 청량함이 가득하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고개를 깊이 끄덕이는 버틀러 나딘도 그러했다. 타지 엑조티카에서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묻자 그가 잠시 시간을 더듬는다. “타지가 2002년에 오픈했고 제가 2005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14년 되었네요.”   푸른 바다와 1900여 그루의 나무에 둘러싸인 타지 엑조티카는 리조트 내 어딜 가든 사적인 시간을 보장받는 기분이다. 한 리조트에서 장기 근무하는 일이 기함할 만큼 별난 일은 아닐 터이다. 다른 리조트는 어떠한지 비교 대상도 없다. 그러나 14년이나 다녔다면 형편없는 직장일 리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나딘이 곧은 어깨를 더 곧게 폈다. “이런 훌륭한 리조트에서 고객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저의 자부심이죠.” 타지 엑조티카는 휴양의 품격을 전한다. 세일링 보트를 타고 인도양의 지는 해를 보며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순간, 스노클링 가이드와 함께 수심 30m의 먼바다로 나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유니콘을 닮은 물고기와 칵테일 색을 닮은 물고기들을 넋 놓고 바라보는 순간, 수상 레스토랑에서 눈앞에서 셰프가 디저트를 만들어주는 순간(그 디저트의 이름은 무려 ‘오페라’이다), 다음 날 아침 바다와 마주한 스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요가로 숨을 고르는 순간… 이 모든 순간이 타지 엑조티카로 인해 인생에 처음 새겨졌다.   무엇보다 타지는 고요한 휴양의 가치를 안다. 디럭스 라군 빌라 룸 타입부터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수영장을 만들어두었다. 수영장 너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 바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계단도 있다. 여행의 모든 시간을 여기 수영장에 앉아 몰디브와 마주하며 보내도 여한이 없겠다 여겼다. 지난밤 나딘이 물었다. 어느 나라의 왕족을 비롯해 팝 스타와 래퍼 등 셀러브리티들이 타지로 쉬러 온다고, 혹시 B.O.B를 아느냐고. 나딘은 짐짓 신나 보였다. 알다마다, ‘Nothin’ On You’. 시끄러운 세상에 사는 이들이 타지로 오는구나, 수영장 끝에 턱을 괴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물고기가 유유히 지나간다. 햇빛이 에메랄드빛 수면에 일렁인다. 건물 기둥에 닿아 찰싹이는 물결 소리만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시간, 여행의 기쁨. 타지의 순간이 또 하나 새겨졌다. 차임벨이 울린다. 랍스터 버거를 먹기로 약속한 풀 바에 데려다줄 버기와 버틀러가 왔다는 신호일 것이다. 호사로구나, 이런 날이 또 언제 올까. 너무 좋을 때면 슬픈 법이다. Taj Exotica Resort & Spa ADD Emboodhu Finolhu, South Male Atoll, 02117,    Republic of Maldives TEL +(960) 400 6000 WEB www.tajhotels.com  뉴 제너레이션, 칸디마 몰디브 오픈 4년 차인 젊은 리조트, 칸디마. 풀 바를 갖춘 비치 클럽에서는 밤마다 디제잉 파티가 열린다. 섬과 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에서는 다른 리조트, 즉 다른 섬으로 가려면 대부분 몰디브의 중심 격인 말레 공항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다시 해당 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번에는 몰디브 남부, 달루 환초의 칸디마 리조트로 가기 위해 말레 공항에서 잠시 기다릴 때였다. 곱슬거리는 긴 머리칼에서 옅은 향 냄새가 나는 그녀가 말을 건넸다. “어디에서 왔어요?” “어디로 갈 거예요?” “오, 그렇군요. 나는 동생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비행기가 연착되는지 조금 늦네요.” 그녀의 이름은 빈두, 나이는 서른넷, 인도 케랄라에 산다. 동생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신은 비아두라는 이름의 리조트로 갈 예정이라고, 그곳에 취직했다고 말하며 웃는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몰디브는 처음이라는 말에, 자신의 아들은 여덟 살 장난꾸러기이고, 남편의 누나는 간호사이며, 남편은 재무 회사에 다니고, 자신은 몰디브에 10년 만에 다시 온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휴대폰 사진첩을 꺼내 보여주는 대가족의 일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도가 눈앞에 그려졌다. 빈두는 스파 테라피스트라고 했다. 10년 전 몰디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거쳐 다시 몰디브로 돌아왔다. 왜 다시 몰디브로 왔느냐고 묻자 빈두는 또 웃는다. “좋으니까.” 동생이 탄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전광판 메시지에 빈두가 일어선다. “몰디브는 참 좋아요.” 또 만나자는 인사를 했는지 어쨌는지 희미하다. 빨간색 천 캐리어에 매직으로 또박또박 적은 글씨 ‘BINDU’, 몰디브는 참 좋다며 남긴 미소만 선명하다.   섬 길이만 3km인 칸디마 리조트에는 총 열 곳의 다이닝 장소가 있다. 사진은 오픈 키친 콘셉트의 그릴 레스토랑 ‘Smoked’. “이 리조트를 짓는 데 얼마나 걸렸을 것 같아요?” ‘으흥’ 하는 웃음소리가 귀여운 커다랗고 퉁퉁한 샤프라가 물었다. 그는 칸디마 리조트의 디지털 마케팅&소셜 미디어 팀장이다. 글쎄, 서울 우리 집 앞 아파트가 1층에서 18층까지 쌓는 데 얼마나 걸렸더라. 3개월? 5개월? 이번엔 샤프라가 ‘허헝’ 웃는다. “그렇게 빨리 짓는다고요?” 미안, 몰라 사실, 그런데 빨리 짓는 것 같기도 해, 양팔을 휘젓다가 어깨를 으쓱이자 그가 어쨌든 못 맞힐 줄 알았다는 듯 천진한 얼굴로 답한다. “3년. 이 리조트를 짓는 데만 3년 걸렸어요.” 칸디마 리조트는 신생 리조트다. 2016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몰디브의 수많은 리조트 중에서 신축에 속한다. 섬 길이는 끝에서 끝까지 3km가량 되는데 이 역시 가장 긴 편이다. 100m에 이르는, 몰디브에서 최고로 긴 야외 수영장이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풀 바, 레스토랑 등 먹고 마실 수 있는 다이닝 장소가 열 곳이고, 어린이를 위한 키즈 카페가 있으며(부모가 밤의 칸디마 리조트를 즐길 수 있도록 베이비시터가 룸으로 와서 아이를 돌보는 유료 서비스도 있다), 다이버를 위한 고압 산소 치료 탱크인 챔버도 있다. 버기가 마을버스처럼 수시로 오가며 긴 섬의 곳곳으로 여행객을 나른다. 젊다. 다르다. 칸디마 리조트는 확실히 이전 세대 리조트를 뛰어넘는다. 이렇게 길고 새로워서 3년이나 걸린 걸까? 얼마나 걸렸는지 맞혀보라는 샤프라의 퀴즈는 사실, 보라카이는 얼마간 섬을 폐쇄했는데 몰디브는 어떻느냐는 나의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낙원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색의 바다가 있다면 그곳이 몰디브다. 맑고 영롱하다. 보라카이도 그런 섬 중 하나라서 많은 이들이 찾았고, 오염되었고, 일시 폐쇄되었다. 몰디브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몰디브에서는 리조트를 짓기 전에 지켜야 할 환경 규정이 매우 많아요. 맹그로브 숲을 해치지 않고 나무 키 높이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않는 규정은 아주 기본에 속하죠. 그래서 3년이 걸린 거예요. 몰디브에서는 당연한 일이에요.” 물론 보라카이에 비해 몰디브는 섬이 수백 개라 수용 인원이 분산되어 괜찮은 편이라는 샤프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칸디마 리조트를 비롯해 몰디브 내 리조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다회용 소재를 써왔다. 룸의 모든 어메니티는 다회용 용기이며, 레스토랑의 빨대는 전부 종이나 스틸 소재다. 칸디마 리조트는 손님에게 내는 바나나 등 과일을 리조트 내에서 직접 키우고 허브와 채소도 생산하다. 젊고 색다른 리조트일지라도 몰디브라는 천혜의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그 어느 장인의 고집보다 지독하다. 빈두가 10년 만에 방문한 몰디브가 예전만큼 좋을까? 그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비가 내린다. 원래 6월부터 8월까지 우기인데 요즘은 통 비가 오지 않았다는 샤프라의 말을 놀리듯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치 레스토랑 아주르(Azure)의 야외 테이블에서 코스 요리의 시작으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렌틸 수프를 먹고 있던 우리는 서둘러 실내로 뛰어들었다. 빗방울이 바람에 흩어진다. 시원하다. 모두들 숟가락은 내던질지언정 와인 잔은 꼭 쥐고 달려오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하늘을 본다. 달무리가 짙다. 커다란 나뭇잎이 흔들거린다. 바나나 나뭇잎일까, 야자나뭇잎일까. 아, 좋다. → Kandima Maldives ADD Dhaalu Atoll, Republic of Maldives TEL +(960) 676 0077 WEB www.kandima.com 취재 협조: 몰디브 관광청 한국 사무소 에스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