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은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서울을 찾은 제임스 다이슨에게 다이슨의 철학과 비전을 물었다. 오랜 경험으로 뿌리내린 단단한 관점이 전해졌다. | 다이슨,다이슨 v11,다이슨 에어랩,다이슨 청소기,공기청정기

「 다이슨은 실패에서 답을 찾는다 」   다이슨은 1993년에 설립한 이후 20여 년 동안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늘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이슨은 언제나 기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했는데 그건 소비자들이 늘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세일즈맨 기반의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신념으로 여기는 엔지니어링 개발에 흔들림 없이 초점을 맞춰왔을 뿐이다.   그런 노력으로 먼지 봉투가 없는 청소기, 날개가 없는 선풍기 같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다이슨이 먼지 봉투가 없는 청소기를 처음 선보인 건 1993년이다. 그 전에 5000개가 넘는 시제품과 5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이 있었다. 사실 문제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안다. 결국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관건인데 그 과정에서 늘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야만 결과를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 실패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완전한 실패라고 여길 만한 시점이 오기도 한다. 나는 그때가 노력을 배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 틀렸다고 말해도 계속 그 길을 가야만 한다.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수많은 직원들의 의견과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나? 우리는 늘 엔지니어로서 함께 문제에 관해 토론한다. 물론 당장 완벽한 해법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문제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경우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무엇인지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 같은 경우 과거에는 페이퍼 필터를 사용해 유해 물질을 포집했다. 그래서 필터의 수명이 끝나면 포집된 유해 물질이 공기청정기 밖으로 다시 배출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고, 계속해서 필터를 교체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이슨이 개발한 크립토믹 필터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 물질을 포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기능도 한다. 장비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필터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건 쉽지만 해결책을 찾아내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애초에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성을 얻게 된 경우는 없었나? 가끔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도 헤어드라이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착안한 것이다. 헤어드라이어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해법을 발견하게 됐다. 신제품 개발은 한두 가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만 개발 과정에는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를 계속 파고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가 다른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이슨의 설립자이지만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의 직책을 내려놓고 수석 엔지니어로서의 직무에 전념하고 있다. 그 선택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나? 일단은 엔지니어의 역할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 업무가 가중되고 있었으니까. 물론 나는 여전히 다이슨이라는 회사를 소유한 사람이지만 ‘내 시간을 어디에 쓰는 게 나은가’ 하는 문제 앞에서 엔지니어링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지금도 그게 더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관점에서나 내 개인의 관점에서나.   지난 9월 27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글로벌 CEO 톡’ 행사에 참석한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은 산업 디자인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절묘한 균형 감각을 제시해왔다. 다이슨이 정의하는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1960년대만 해도 디자인과 공학은 완전히 별개의 분야로 여겨졌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엔지니어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디자인은 소재, 작동 방식, 그 제품에 어울리는 경제적 가치까지도 결정하는 것이므로 공학과 과학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이슨에는 제품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멋진 껍데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디자이너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디자인이란 실질적인 기능에 속한다. 물론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교육을 함께 받은 엔지니어도 있지만 다이슨에서 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 개발 과정에 포함된 분야다. 제품의 외관을 포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방식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접근한다. 제품 개발 자체가 디자인의 시작이자 완성인 셈이다. 그런 관점이 다이슨의 제품을 차별화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무선 청소기를 비롯해 다이슨이 발표한 제품들은 해당 분야의 혁신을 주도해왔다. 다이슨의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타사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더욱 명백하게 만든다. 다이슨만의 개별적인 가치를 제시하며 선구자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사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제품을 모방하는 업체가 많다. 어떤 면에서는 불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모방해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회사가 많다는 건 결국 소비자들이 불행해지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다이슨의 철학이 바뀌진 않을 거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좋은 성능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유지하면 될 뿐이니까. 사실 다이슨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상한 제품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막상 제품을 사용하면서 점차 좋아하게 됐다는 후기도 많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듭 시도해야만 하는 것이다.   매해 이익의 3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정책이 공고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술 개발 분야 직원들에게 다이슨이 요구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그들이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길 원한다. 그럼으로써 공해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바라고, 끝내 그런 성취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희망한다. 우리는 그런 인재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채용된 직원이 대부분이었지만 다이슨에서 직접 대학까지 설립한 오늘날에는 학부 학생 신분의 직원도 여럿 있다. 젊은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고 도전한다. 그리고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에게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학생들에게 영감을 얻고 자극 받는 것을 즐기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링은 어차피 매일매일이 실패의 연속이다. 그리고 실패하는 것이 곧 이해하는 것임을 다이슨 직원이라면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이슨은 영국, 유럽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각광받는 기업이 됐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더 다양한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고민에 주목해야 하는 입장이 된 셈이다. 좋은 지적이다. 다이슨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긴 것도 그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은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해졌다. 아시아 시장은 기술과 혁신을 워낙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시장이라 본사가 여기에 있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느꼈다. 영국의 대규모 연구 센터를 유지하면서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에도 연구 센터를 세웠다. 우리는 정말 글로벌한 기업이 됐다. 다이슨은 지금 여러모로 흥미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이슨 무선 청소기 두 대와 헤어드라이어를 쓰고 있는데, 한국에도 다이슨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어쩐지 헤어스타일이 근사해 보이더라.(웃음) 한국만큼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혁신적인 기술과 좋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주 까다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시장으로 꼽는다. 한국에 지사를 두고 ‘다이슨 헬스&뷰티랩’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국의 가정환경을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고자 한다.   다이슨이라는 기업은 제임스 다이슨이라는 한 인간이 느낀 불편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이슨의 미래도 지금 제임스 다이슨이 무엇을 불편하게 여기는지 묻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해결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음, 비밀인데.(웃음) 사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 많다. 내 아들이 디자인한 라이트 사이클 테스크 조명은 좋은 기술을 품은 LED 조명이지만 개발 초기에 발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히트 파이프를 사용해 구조적으로 열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품질 저하 없이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조명이 탄생한 것이다. 아주 간단한 문제처럼 들릴 테지만 그걸 해결하기 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다이슨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노력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들 역시 다이슨의 철학을 이해하고 유지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고맙기도 하고. 다이슨은 계속 이런 과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