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NBA, 혼돈의 서부 Part. 2

재건을 꿈꾸는 전통의 명가와 새로운 판을 짜는 다크호스.

BY임건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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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재건, LA 레이커스

보스턴 셀틱스, 시카고 불스와 더불어 NBA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LA 레이커스(이하 레이커스). 서부의 자존심 레이커스가 이번 시즌 드디어 명예 회복에 나섰습니다. 원정 개막전에서 지역 라이벌 LA 클리퍼스에 간발의 차로 패했지만 이후 연패 없이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며 어느새 서부 컨퍼런스 1위에 올라있습니다. 약체로 분류되던 지난 몇 년과는 팀 분위기부터 다릅니다. 배경에는 당연히 올시즌 합류한 현존 최고의 빅맨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가 있지만 지금으로선 현재진행형 전설 르브론 제임스의 각성이 더 돋보입니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유니폼을 입은 르브론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해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사타구니 부상이 발목을 잡았죠. 노쇠화로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적지 않은 비난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랬던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가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리더로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죠. 베테랑의 분전이 약이 된 걸까요. 르브론을 동경하는 어린 선수를 비롯해 팀 전체가 똘똘 뭉쳤습니다. 탄탄한 조직력은 단단한 수비력으로 이어졌죠. 지난해 평균 실점이 113.5점(리그 21위)이었지만 올해는 100점 초반대로 최소실점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 중입니다. 공격은 앤서니 데이비스와 정상급 슈팅가드 대니 그린의 가세로 더욱 막강해졌습니다. 르브론과 앤서니 두 거물의 호흡도 현재로선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농익은 르브론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입니다. 경기 초반에는 메인 볼 핸들러로서 공격을 조립하고 자신보다 앤서니를 비롯한 동료의 공격을 돕는 역할에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앤서니가 벤치로 들어가거나 후반에 들어 공격이 답답하다 싶으면 이내 해결사로 나섭니다. 최근 르브론의 어시스트 플레이가 늘고 전반에 비해 후반 득점이 많은 것도 그래서죠. 현재 레이커스는 르브론의 물오른 경기력과 함께 공수 모두에서 물샐 틈이 없습니다. 르브론과 앤서니에 가려서 그렇지 대니 그린, 에이브리 브래들리, 자비엘 맥기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의 고른 활약은 ‘팀 레이커스’를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지난 시즌 ‘소년 살림꾼’ 카일 쿠즈마와 르브론의 부담을 덜어줄 야전 사령관 라존 론도 역시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강팀의 필수요소인 두터운 벤치 자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회춘한 ‘슈퍼맨’ 드와이트 하워드는 공포의 림 프로텍터로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때때로 호쾌한 득점을 통해 팀 에너지 레벨을 올립니다. 가드 자원으로는 슈터 퀸 쿡과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그리고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카루소가 있습니다. 풍족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략을 짜는 프랭크 보겔 감독 또한 잊어선 안 됩니다. 어떻게 보면 명가의 재건을 이끈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보겔의 지휘 아래 하나된 레이커스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화려하게 부활한 전통의 명가는 이를 넘어 서부 컨퍼런스 수성, 그리고 NBA 왕좌를 바라봅니다. 골든스테이트의 몰락을 틈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조가 그렇게 다시 들어서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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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다크호스들
아직 팀 당 15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가는 동부와 달리 서부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순위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난 시즌 1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추락(리그 승률 꼴찌)은 멈출 줄 모르고, 자존심 회복에 나선 LA 레이커스는 환골탈태하여 순위표 맨 위에 있습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로 불리는 중상위권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팀인 덴버, 휴스턴, LA 클리퍼스, 유타 재즈는 올해도 여전하거나 더 강력해졌지만 샌안토니오, 포틀랜드, 오클라호마 시티는 예전 같지 않네요. 약세가 두드러지며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앞선 세 팀의 하락세는 피닉스, 댈러스, 미네소타의 상승세와 연결됩니다.
사실 이번 시즌 댈러스의 상승세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습니다. 지난 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할렐-루카’ 루카 돈치치를 중심으로 ‘뉴욕의 왕’이었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 득점력을 갖춘 팀 하더웨이 주니어가 본격적으로 팀에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기대 속 개막 후 10 경기를 보니 댈러스의 저력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포르징기스는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기량을 점점 찾아가고, 돈치치는 팀의 확실한 에이스를 넘어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트리플 더블에 준하는 평균 기록(11월14일 기준 28.3 득점, 9.1 어시스트, 10.3 리바운드)은 물론 클러치 상황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며 팬들을 열광케 하고 있습니다. 댈러스는 그렇게 2년차 징크스를 잊은 돈치치를 앞세워 혼돈의 서부에서 나름 순항 중입니다. 벤치 자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게 흠이지만, 그를 뛰어 넘어 돈치치를 비롯한 주요 선수가 큰 부상 없이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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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에 비해 미네소타와 피닉스의 시즌 초반 행보는 누구도 쉽게 예측 못했을 겁니다. 시즌 전부터 최약체로 평가 받았으니까요.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의 연속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10년 동안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피닉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6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연은 피닉스의 선수진이지만 탄탄한 각본을 만든 건 신임 감독 몬티 윌리엄스입니다. 느슨한 피닉스를 한층 짜임새 있는 팀으로 바꿔놨습니다. 지금의 피닉스는 최약체로 평가 받던 지난 몇 년과 비교했을 때 공수 모두에 걸쳐 변화가 생겼습니다. 파울이 많아졌지만 젊은 선수들의 조직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수비가 빛을 보고 있고, 공격에서는 끈질긴 뒷심에 공격 루트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이는 올해 피닉스에 합류한 리키 루비오, 다리오 사리치, 애런 베인스 덕분이죠. 수준급의 포인트 가드 루비오는 공격을 조립하는 메인 볼 핸들러로 나서 ‘에이스’ 데빈 부커의 부담을 덜고, 사리치와 베인스는 3점슛이 좋은 빅맨으로서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를 흔듭니다. 그러다 보니 오픈 찬스가 늘고 데빈 부커는 좀더 득점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게다가 피닉스에는 아직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남아 있습니다. 2018 드래프트 1순위에 빛나는 디안드레 에이튼(금지 약물 복용으로 25경기 출장 징계)이 리그 중반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때까지만 팀이 지금만큼의 성적을 내준다면 이후 불사조 군단의 날갯짓은 더 거세질 겁니다. 어쩌면 9시즌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설움을 10시즌 만에 털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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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와 달리 미네소타는 이번 시즌 전력 약화가 눈에 띕니다. 다리오 사리치, 데릭 로즈, 타지 깁슨의 이탈로 주전과 벤치 모두 헐거워졌습니다. 이렇다 할 영입도 크게 없었습니다. 팬들마저 미네소타의 이번 시즌에 큰 기대를 두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관적인 여론이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습니다. 특히 ‘게으른 천재’로 낙인 찍힌 앤드류 위긴스를 일깨웠습니다. 한층 성숙한 위긴스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공격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리그 최정상급 빅맨 칼-앤서니 타운스는 여전히 내외곽을 막론하고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베테랑 가드 제프 티그는 리더로서 두 에이스를 돕거나 때때로 쏠쏠한 공격 포인트를 올립니다. 현재 미네소타는 앞선 3인방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6할 이상의 승률을 꾸준히 유지 중입니다. 지금의 성적을 이어가기 위한 과제도 분명합니다. 수비 코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타운스의 적절한 활용이 그것이죠. 타운스의 평균 이하 수비력은 늘 상대의 좋은 먹잇감이 되곤 했습니다. 골귀 젱과 수비력이 뛰어난 조던 벨이 그 부분을 적절하게 매워야 할 것으로 보여요. 지금은 다행히 리그 최연소 감독 라이언 손더스(33)의 신임답지 않은 세밀한 출전 시간 배분과 적절한 운용으로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타이트한 경기가 지속되면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분전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면, 활활 타오른 미네소타의 기세는 쉽게 꺼지지 않을 듯 합니다.
 
- 프리랜스 피처 에디터 신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