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서울에 온 아미 디자이너, 알렉상드로 마티우시

서울에 온 아미의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마티우시와 나눈 57분간의 사랑스럽고 진지하고 평범하고 웃긴 대화.

BYESQUIRE2019.11.25
 
 빅 로고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빅 로고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오늘 촬영할 때 모델들 옷매무새를 아주 꼼꼼하게 만지더라고요. 약간 들떠 보이기도 하고 예민해 보이기도 했어요. 촬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쇼를 준비하면서 몇 번씩 반복하는 작업이다 보니 작은 부분까지도 다 보여요. 촬영도 일종의 팀워크라고 생각해요. 모두 오늘 처음 만난 모델들이지만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다 저와 연결되어 있죠. 이런 건 늘 재미있어요.
살은 최근에 뺀 거예요?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졌어요.
최근에 다이어트했어요. 운동도 많이 하고 정크푸드를 끊었어요. 아미를 처음 시작할 당시 한 2년 만에 거의 15kg이 찐 상태였어요. 2013년에 서울에 왔는데 그때가 바로 그 상태였던 거죠. 지금보다 훨씬 살찐. 이제는 나 스스로를 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게 원래 내 모습이에요. 하필이면 살이 찌면서 저와 제 브랜드가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웃긴 일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게 제 본래 모습인 줄 알지만 사실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거예요.
발레를 사랑하던 노르망디 소년이 이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당신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내 삶에서 아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졌어요. 이제는 내 삶이 100% 아미인 것? 그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똑같은 부모님과 똑같은 친구들. 일어나는 시간도 똑같고.
지방시, 디올 옴므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그런 하우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길을 선택했어요. 제법 용기가 필요한 결정 아니었을까요?
내겐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은 아니었어요. 하고 싶은 게 분명했으니까. 큰 브랜드에서 아주 좋은 경험을 쌓았고 이제 내 것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잘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뭐 다른 방향을 찾으면 되고요. 사실 처음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모두들 걱정했어요. ‘정말 그렇게 할 거야? 정말로?’ 몇 번씩 되물었죠. 유명하지 않은 젊은 디자이너가 성공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니까요. 내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고요. 하지만 아주 기쁘게도 아미는 지금과 같이 되었어요.
아미는 론칭하자마자 주목받았어요. 친근하고 편하고 쉬운 옷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맞아요. 난 나도 입고 내 친구들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현실적인 옷. 물론 입기 쉬운 옷이라고 만들기도 쉬운 건 아니에요. 기술적인 부분은 당연한 거고, 정서도 중요하죠. 누군가 아미를 좋아한다면 아미의 어떤 태도와 분위기, 정서에 이끌린 거라고 생각해요. 옷에서도 친구 같은 편안함,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브이넥 스웨터, 셔츠, 화이트 진, 슈즈 모두 아미.

브이넥 스웨터, 셔츠, 화이트 진, 슈즈 모두 아미.

(왼쪽부터)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더비 슈즈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스니커즈 모두 아미.

(왼쪽부터)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더비 슈즈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스니커즈 모두 아미.

 (왼쪽) 빅 로고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오른쪽) 브이넥 스웨터, 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왼쪽) 빅 로고 스웨터,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아미. (오른쪽) 브이넥 스웨터, 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아미는 내 남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예요. 내가 빼앗아 입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하고. 당신의 옷을 입는 수많은 여자도 나와 같은 생각일걸요? 드디어 2019 F/W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아미의 여성복을 만날 수 있어요. 여성복 론칭은 브랜드 초창기부터 결정된 거였나요?
내 여자 친구들도 당신과 똑같은 이야기를 해요. 처음부터 여성복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다만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었죠. 나는 확신이 있었지만 브랜드와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다 보니,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운영 과정을 배우는 시간도 필요한 거죠. 여성 고객이 점점 늘어나면서 5~6년 전부터 여성을 위한 옷을 따로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긴 거고요.
여성복을 만들 때와 남성복을 만들 때 다른 점이 있나요?
한 팀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모두 만들기 때문에 다른 점은 없어요. 저, 디자이너들, 우리가 일하는 공간, 소재, 부자재, 재봉하고 가공하는 과정까지 모두 같아요. 물론 드레스를 만들 때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 적용되긴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재봉틀을 다루는 손길에 아미의 정서를 녹인다고 할까요? 여성복도 남성복과 마찬가지로 100% 아미다워요. 아까 아미를 내 남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죠? 당신의 남자가 아미 여성복을 당신에게 선물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네요.
여성복 론칭과 관련해 지금 상하이, 서울, 도쿄를 도는 아시아 투어 중이죠. 서울 남자들은 아미를 정말 사랑해요. 서울 여자들도 그렇고요.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2013년에 서울에 잠시 온 적이 있어요. 이 도시가 어떤 곳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건 분명해요. 생소한 도시를 여행할 땐 항상 사람들을 봐요. 표정이 어떻고 분위기가 어떤지. 어떻게 걷고 뭘 먹고 어떻게 입는지. 도시의 건축물이나 풍경보다, 그 도시의 사람들이 가장 정확하게 그곳을 반영하죠. 내가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절하고 섬세했어요. 깔끔했고. 평온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렇게 말하니 서울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무튼 제겐 사람과 공감하고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아까 촬영할 때 모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 거랑도 같은 얘기예요.
아미의 인스타그램에서 당신이 아미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봤는데 아주 귀여웠어요. 혹시 주얼리 라인을 론칭할 계획도 있나요? 주얼리가 아니라면 향수나 간단한 홈 컬렉션이랄지.
뭐였죠? 아, 기억나요. 2020 S/S 컬렉션을 앞두고 올렸던 것 같은데 맞죠? 알파벳 A와 하트를 합친 로고로 만든 것. 그걸 보고 주얼리 라인 이야기를 한 사람이 당신 말고 몇몇 더 있었어요. 주얼리, 향수, 캔들, 홈 컬렉션 무엇이든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죠.
아미 카페는 어떨까요? 멋지고 귀여운 파리지앵들이 아미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데.
아니면 아미 호텔, 아미 레스토랑이 될 수도 있겠죠? 그게 무엇이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길 바라요. 자연스럽고. 전 세계의 아미 매장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미의 공간은 온화하고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사랑스러워요. 그게 제가 원하는 방식이죠.
온화하고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것. 그게 아미다운 거군요?
맞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미 옷 세 가지는 더블브레스트 코트, 에이비에이터 재킷, 첼시 부츠예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미 옷 세 가지는 무엇이죠?
코트를 정말 사랑해요. 싱글 버튼이든 더블 버튼이든 코트는 정말 엄청나요. 아무리 티셔츠와 바지와 신발이 형편없어도, 모든 게 엉망진창이어도 근사한 코트 한 벌이면 마법이 일어나죠. 코트를 잘 입으면 일요일 아침이어도 제법 괜찮아 보일 수 있어요. 팬츠를 잘 입는 것도 중요하죠. 팬츠는 핏이 아주 중요해요. 적당한 폭과 길이를 찾아야 해요. 스웨트셔츠와 흰색 스니커즈도 꼽고 싶네요. 코트, 스웨트셔츠, 팬츠, 흰색 스니커즈면 그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왼쪽부터)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왼쪽부터)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왼쪽부터)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왼쪽부터) 싱글 코트, 후디, 티셔츠, 화이트 진 모두 아미. 헤링본 재킷, 크림색 브이넥 스웨터,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모두 아미. 체크 코트, 카키색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플라워 스웨터, 셔츠, 팬츠 모두 아미.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은 어떤 식인가요?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어디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빛의 방향, 건물의 색, 바람의 냄새. 무의식적으로 보고 듣고 맡는 것이 내 안에서 유기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건 영감에 도움을 주지 못해요. 어쨌거나 밖으로 나가야 해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고. 여러 가지 정보와 느낌을 수집한 후, 그중에서 내 머릿속에 특별히 남아 있는 것을 선별하면 그게 중요한 영감이 되는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하면 디자이너도 일종의 큐레이터죠. 수집하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시도하고. 음악을 만드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코트를 꼽았는데, 그럼 인생에서 좋은 코트만큼 중요한 건 뭘까요?
행복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려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야 해요. 사랑하고, 사랑받고. 나에게만 집중하면 혼자가 되어버리잖아요. 감정과 신체의 균형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죠. 실제로 난 아주아주 바쁘지만, 바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감정과 몸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나 보네요. 대단한데요?
친구가 작년에 아기를 낳았는데, 그 후 완전히 패닉이 되어서는 자신을 위한 시간은 전혀 없다고 난리였어요. 제가 그랬죠.“너를 위한 시간이 있지만 단지 네가 사용하지 않을 뿐이야. 하루에 적어도 30분만이라도.” 그녀에겐 일, 아기, 남편, 집안일까지 있어요. 내가 아는 여자 중 가장 바쁘지만 하루에 한 시간쯤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너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꼭 대단한 일을 벌이거나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주말에 그저 나만의 탈출 같은 것이면 충분해요.
요즘 사람들은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기도 해요.
아주 소소한 것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들어와서 10분간 낮잠을 자는 거. 그럼 그 10분이 훨씬 좋은 에너지를 줄 거예요. 나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아미가 글로벌하게 성공할수록 당신이 받는 압박감도 커지진 않나요?
전혀.
단 하나도?
단 하나도.
사장님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나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에요. 무엇이든 좋게 보려는 사람이고. 좋은 마음, 좋은 생각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화 초반에 내 삶이 100% 아미라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이에요. 나는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요. 나를 위한 아주 짧은 시간들이 모여서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것 같아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해요.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특히 일로. 그렇게 점점 스스로를 몰아세우면 결국엔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걸요?
손목에 있는 숫자 9는 무슨 의미예요?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물론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 9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모든 것이에요. 내 행운의 숫자. 제 이름도 아홉 글자이고. 어떤 중요한 날짜나 주소일 수도 있어요. 내 아홉 개 손가락일 수도 있고.
뭐? 손가락이 아홉 개라고?
이렇게 쉽게 속다니. 어떤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어요. 당신도 거의 비명 수준이었지만.
대화하다 보니까 당신에겐 좋은 친구가 많을 것 같아요.
많진 않아요. 아홉 명이 전부인데?
또 아홉?
하하하. 20년간 좋은 관계를 맺어온 친구가 몇몇 있어요. 가족 같은 친구들.
그들 중 패션 디자이너도 있나요?
오, 맙소사. 주말에는 노 패션. 패션 디자이너는 없어요. 은행원, 선생님, 애플 매장 직원, 바리스타, 뮤지션, 경찰관.
그럼 당신이 최근 가장 호기심을 갖고 있는 건 뭐예요?
어떻게 하면 아미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특히 사진과 영상으로. 최근 상하이에서 한 패션쇼 영상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전 영화적인 접근을 좋아해요. 좋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어떤 큰 울림이 느껴져요. 그게 오래 지속되고.
아미는 파리지앵 스타일이라고들 하죠. 당신이 표현하는 파리지앵은 어떤 느낌인가요?
파리는 나에게 사랑이고 자부심이고 내 일부이지만 파리지앵이 전 세계 다른 도시의 어느 누군가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파리지앵은 남다르고 항상 도도하고 늘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에요. 파리지앵은 특별하지 않아요. 그저 각자의 문화와 교육 방식이 다를 뿐, 우린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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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권지원
  • PHOTOGRAPHER JDZ CHUNG
  • HAIR & MAKEUP 이은혜
  • MODEL 이현신 임지섭 현우석 이재석
  • ASSISTANT 윤지수
  • ART DESIGNER 장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