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 섹시해진 BMW 뉴 8시리즈 쿠페 시승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BMW 뉴 8시리즈 쿠페를 타고 늦가을 내장산에 다녀왔다. 도로를 달릴 때는 넘치는 활력에 시공간이 쪼그라드는 듯했고, 유려한 외관을 볼 때는 세상에 차와 둘만 남겨진 기분이었다.


“1억4000만원 있으면 이 차 살 거예요?” 옆에 앉은 비디오그래퍼가 내장산으로 가는 길, 정안알밤휴게소를 지날 때쯤 물었다. 이런 유의 질문은 영 대답하기 어렵다. 그 돈이 실제로 있다면 선택의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래서 ‘BMW X3 사고 남은 돈으로 파텍 필립을 살 수 있네?’나 ‘X3를 두 대 사서 한 대는 아버지 드리고…’같이 애초의 전제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하지만 BMW 뉴 8시리즈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차가 아니다. 가성비의 비교 우위에서 경쟁자를 따돌리는 모델이 아니라 디자인과 성능, 8시리즈라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다른 대체재를 떠올릴 수 없게 만드는 차다. 경쟁 모델을 찾으라면 찾을 수 있지만, 이 차를 타면 한눈팔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외관이 멋지다. 앞모습은 날렵하지만 과격하지 않고, 넓고 낮지만 어류나 포유류를 닮지 않았다. 지극히 BMW스럽지만 기존보다 섹시해졌다. 눈매가 잘 다듬어졌고 눈동자는 또렷하며 코는 역동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BMW 역사상 가장 얇은 LED 헤드라이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옆태가 더 좋다. 4845mm의 전장과 2820mm의 휠베이스의 비율도 조화롭지만, 바람이 흐르듯 매끄러운 곡선으로 다듬은 위쪽 라인이 기막히다. 프런트는 파고드는 형상으로, 리어는 에너지가 응축된 모습으로 디자인한 덕에 거대한 철제 조형물처럼 보인다. 캐릭터 라인을 과하게 긋지 않은 완급 조절도 좋고. 20인치 휠은 무게중심을 더욱 낮아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동작을 생각하면 19인치 휠 생각이 간절하지만, 옆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을 고치게 된다. 무조건 20인치! 뒷모습은 잘 달리는 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엉덩이를 최대한 부풀린 다음 이곳저곳을 깎아냈다. 선과 면이 많아 꽤나 입체적으로 보인다. 두툼한 머플러는 달리자고 꼬시는 것 같다.

BMW NEW 840i Coupe
엔진 직렬 6기통 3.0L 싱글 터보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50.9kg·m
복합 연비 9.5km/L
기본 가격 1억3800만원

실내로 들어가면 스포티한 BMW의 캐릭터와 럭셔리한 8시리즈의 정체성이 두루 녹아 있다. 기존의 실용적인 공간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많은 부분을 가죽으로 두르고 기어에 크리스털을 활용하는 등 호화롭게 꾸몄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닛에 잡아놓은 주름이 질주욕을 자극한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340마력과 50.9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엔진 동력이 8단 미션을 타고 네 바퀴로 쏟아져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7초.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운전자는 시트에 폭 안기고, 멋모르던 동승자는 얕은 비명을 지르는 정도의 수치다. 뉴 M8의 625마력을 동경하면서도 서킷을 가지 않는 한 이 동력 성능을 현실에서 얼마나 쓸까 싶다. 반면 뉴 840i 쿠페의 성능은 현실에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정도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실력도 발군이다.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기술인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차가 어떤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다만 이 차는 동력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 차가 아니다. 느긋하게 항속하며 장거리를 가도 불편함이 없는 럭셔리 GT 카의 성향이 짙다. 목적지로 내장산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운전자에게 노면 정보를 세심하게 속삭이면서 불쾌한 진동은 여지없이 걸러버리는 하체 세팅이 흥미롭고, 반자율 주행 기술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는 꽤나 믿음직스럽다. 커브에서도 차선을 반듯하게 유지하고 속도와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달리고 싶어 먼저 기능을 해제해서 그렇지 지속 시간도 꽤나 길다. 하만 카돈의 오디오는 밀폐된 공간에서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카니예 웨스트의 〈Jesus Is King〉, 배리 매닐로의 〈2:00 A.M. Paradise Cafè〉, 류이치 사카모토의 〈Playing the Piano〉 등 몇 개의 앨범을 번갈아 들었는데 가장 만족스러운 장르는 힙합이었다. 강조된 저음이 깊고 풍성한 소리로 심장을 울려댄다. 특히 버디의 〈Harlan & Alondra〉 앨범을 들을 때는 두툼한 저음에 둘러싸여 쏟아져 내리는 비트 줄기를 고막에 맞는 느낌이었다.
뒷좌석은 있지만 실용적인 공간은 아니다. 사람이 타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공간이고, 셋 이상 탈 차를 찾는다면 쿠페가 아니라 그란쿠페를 알아봐야 한다. 뉴 840i xDrive M 스포츠 그란쿠페의 기본가는 1억3410만원. 둘 사이에 가격 차이도 크게 없는 탓에 아마도 그란쿠페의 인기가 더 좋을 테지만 그렇다고 쿠페의 매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자율 주행과 더불어 자동차가 점점 IT 기기화돼가는 덜 낭만적인 시절에 이렇게 원초적으로 아름다운 차를 만날 수 있는 건 이 시대의 복이니까.

BMW 뉴 8시리즈 쿠페를 타고 늦가을 내장산에 다녀왔다. 도로를 달릴 때는 넘치는 활력에 시공간이 쪼그라드는 듯했고, 유려한 외관을 볼 때는 세상에 차와 둘만 남겨진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