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플러를 잘 하지 않는다. 가방도 안 들고 다니는 내게 머플러는 너무 거추장스럽다.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도 없고. 목이 따뜻해야 체온이 오른다는 이론적인 이야기는, 실전에서는 꼭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머플러 타령을 하는 날이 1년에 한두 번은 꼭 있다. 그럴 때마다 눈에 밟히는 건 늘 넓고 긴 형태. 이런 건 반으로 똑바로 접어 얌전하게 매도 좋고,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휘휘 둘러매도 예쁘다. 다만 양 끝의 술 장식은 고집하고 싶다. 머플러는 그래도 좀 고전적인 게 좋으니까. 울 소재에 반색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너무 고전적이기만 하면 지루하니까 두께가 오동통해서 약간 귀여운 느낌까지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색은 당연히 블랙, 네이비, 그레이, 크림 중 하나여야 하고. 이런저런 조건을 나열하고 걸러냈더니 하나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