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로로피아나가 공개한 캐시미어의 기원과 비밀

패션 필름이 아니다.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의 기원과 비밀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을 공개했다.

BYESQUIRE2019.12.02
 
“우리가 입는 캐시미어는 어디서 온 걸까?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 패스트패션업계의 캐시미어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윤리적으로 가능할까?”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를 둘러싼 이러한 궁금증의 실마리가 되는 다큐멘터리 [캐시미어-비밀의 기원]을 제작했다. [펭귄-위대한 모험]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생태학자인 뤼크 자케의 작품이다. 뤼크 자케와 로로피아나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섬유인 캐시미어, 비쿠냐, 더 기프트 오브 킹스를 주제로 3부작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캐시미어를 다룬 첫 번째 다큐멘터리 필름의 시사회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다큐멘터리의 배경은 몽골 아라산 지역이다. 아침저녁으로, 계절마다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곳. 6세대에 걸쳐 최고의 소재를 만들 원료를 찾는 여정 중인 로로피아나가 캐시미어를 얻는 곳이다. 미지의 땅에는 헌신적인 사육사와 카프라 히르쿠스 염소가 공존하며 살고 있다. 뤼크 자케는 이 공동체에 깊숙이 파고들어 생활하며 촬영했다. 인간과 동물의 섬세한 공생 관계, 대자연의 경이로움. 뤼크 자케의 시선은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상미로 표현되었다. 아름다움과 가혹함을 순식간에 오가는 20여 분 남짓한 영상 앞에서 일종의 무력감 같은 걸 느꼈다. 동시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극강의 부드러움과 따듯함을 자랑하는 소재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혹독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필름이 상영되는 내내 상하이 필하모닉 어소시에이션 33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 에미 작곡상을 수상한 시릴 오포르의 비장한 사운드트랙 덕분에 영상은 극적으로 고조됐다.
 
<캐시미어-비밀의 기원> 시사회 현장.

<캐시미어-비밀의 기원> 시사회 현장.

행사가 열린 상하이 MIFA 1862 외부 전경.

행사가 열린 상하이 MIFA 1862 외부 전경.

시사회가 끝난 뒤 로로피아나 CEO 파비오 디안젤란토니오,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 뤼크 자케 감독의 주최로 올해의 로로피아나 캐시미어 어워드를 발표했다. 섬유의 섬도, 길이, 퀄리티를 기준으로 최상의 캐시미어를 생산한 목동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목동에 대한 로로피아나의 깊은 존경을 가늠할 수 있었다. 뤼크 자케의 다큐멘터리 필름 [캐시미어-비밀의 기원] 풀 영상은 로로피아나 웹사이트(www.loropiana.com)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12월 중 한남동 사운즈 한남 오르페오에서 무료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뤼크 자케 감독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나는 생태학을 전공했다. 자연과 자연보호에 대해 생각하며, 생태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려 한다. [펭귄-위대한 모험]은 내게 전환점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세상과 생물이 변하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거대 브랜드 및 대기업과의 경제적 관계 없이는 힘들다는 점도 깨달았다. 로로피아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듯 보였지만 무척 지속 가능한 브랜드였다. 섬유를 확보하고 사육사와의 관계를 확보하는 방식이 무척 좋았다. 로로피아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다.
극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분명 어려운 점이 있었을 거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전에 남극에서 북극까지 극한 조건에서 호흡을 맞췄던 스태프들과 다시 뭉쳤으니까. 그들은 가장 완벽한 영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도 즐기는 사람들이다. 현장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육사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내게 무척 중요한 도전이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과제는 내레이션 없이 이야기를 들려줄 보편적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염소와 공동체의 세계, 캐시미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사육사들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했을 텐데.
사육사들은 촬영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주어진 일도 해야 했다. 그들을 너무 방해하지 않으면서 촬영하는 방법을 찾고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겨울의 몽골은 말도 못하게 춥다. 그런 환경에서 여러 번 반복 촬영을 할 수도 없고 리허설을 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고 정확해야 했다. 또 염소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했다. 최적의 위치에서 가장 훌륭한 앵글을 잡아냈다. 나는 사육사와 염소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졌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였나?
사육사들은 우리를 아주 따뜻하게 환대해주었다. 그들과의 관계가 돈독했고, 그래서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한번은 그들이 내게 낙타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내가 사는 파리로 낙타를 데려가진 못했지만. 그 선물은 우리가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는 증거다.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내레이션을 넣지 않은 이유는 뭔가?
내레이션은 내가 좋아하는 접근이 아니다. 내레이션은 관객을 게으르게 만든다. 제작자의 관점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서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필름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믿으면 된다. 나는 관객의 힘과 창의력을 믿는다.
두 번째 프로젝트도 궁금하다.
3부작을 기획 중이며, 현재 비쿠냐 울을 주제로 한 두 번째 필름을 위한 조사는 마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각 섬유를 제공하는 동물들의 사육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페루에서 본 비쿠냐의 사육 방식은 캐시미어와 무척 달랐다. 비쿠냐는 완전한 야생동물이어서 울을 얻기가 무척 어렵다. 로로피아나의 시도가 있기 전까지 비쿠냐 울을 얻는 유일한 방식은 비쿠냐를 죽이는 것이었다. 경제적 목적과 환경보호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로로피아나의 비쿠냐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비쿠냐 개체 수도 다시 증가했다. 우린 이런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