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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의 편의점 커피 '바리스타룰스', 원두를 진짜 숯으로 로스팅해 만든다고?

편의점에서 파는 ‘달달이 커피’ 중에 바리스타룰스 스모키 로스팅 라떼가 있다. 매일유업에서 만든 이 커피는 숯으로 로스팅한다고 광고한다. 믿을 수가 없어 로스팅 공장을 직접 가봤다.

BYESQUIRE2019.12.05
 
거짓말.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커피 한 잔에 6000~7000원씩 받는 카페도 아니고, 편의점에 가면 짝으로 쌓여 있는 커피를 숯으로 로스팅해 만든다고? 말이 안 되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유업 같은 대기업에서 그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일 리 없으니 도통 미스터리였다. 편의점에서 바리스타룰스 스모키 로스팅 라떼를 몇 개씩 사서 마셨지만 의문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숯으로 로스팅했다고 생각하면 스모키한 향이 느껴지는 것도 같고, 의심의 혓바닥을 뻗으면 아닌 거 같기도 했다. 유튜브에 ‘바리스타룰스 스모키 로스팅 라떼’라고 치면 숯으로 로스팅하는 영상이 나오지만, 한 번 찍어놓으면 그만이니 그마저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남은 건 실제 공장을 방문하는 방법뿐이었다.
매일유업 PR 마케팅 담당자에게 숯 로스팅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하니 흔쾌히 스케줄을 잡아주었다. “솔직히 저희도 이 제품을 만들면서 정신 나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니까요.” 맞는 말이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2018년 국내 RTD 커피(제조 과정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다. 그중 4700억원이 컵 커피 매출이다. 그리고 그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파이를 매일유업이 차지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에서 사람이 일일이 숯을 피우고 온도를 계산하는, 말하자면 재래식으로 생두를 로스팅한다고? 그리고 그걸 2000원에 판다고? 만약 에디터가 매일유업의 의사 결정권자라면 이 프로젝트를 수락했을까?
로스팅의 열원은 크게 가스, 전기, 숯으로 나뉜다. 가스는 로스팅 속도가 빠르고 비용 효율성이 좋다. 전기는 열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어 향미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반면 숯은 연기가 생두에 배어들어 독특한 향을 입힐 수 있으나 열 조절이 쉽지 않아 생두를 균일하게 볶기 어렵다. 천안에 있는 로스팅 공장을 찾아가 눈으로 확인해보니 실제로 사람이 오븐같이 생긴 로스터기에 붙어 수시로 온도 체크를 했다.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기계로 이루어지는데 유독 이곳에만 사람이 계속 붙어 있었다. “옆방에 있는 기계에서는 시간당 1톤의 생두를 볶아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30kg씩 1시간에 두세 번만 볶아낼 수 있어요.” 효율성이 기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근데 이걸 왜 해요?” 교양 있게 묻고 싶었지만 질문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왔다. “테루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와인처럼 커피도 생두의 품질, 로스팅 방법, 추출법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져요. 그런데 저희는 생두 품질을 엄청 신경 쓰거든요. 추출법도 아주 엄격해요. 허가된 소수 인원 이외에는 아무리 본사 직원이라도 추출 공장 출입이 제한돼요. 그럼 커피 맛을 좌우하는 나머지 요소가 뭐죠? 로스팅이에요. 그러니 제가 불 앞에서 계속 숯을 피우고 있는 거예요. 이 숯은 강원도 굴참나무로 만든 거고요.”
 
바리스타룰스 스모키 로스팅 라떼의 용기를 자세히 보면 ‘1% 고산지 귀한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했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정확히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1등급과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 블렌딩인데, 실제로 공장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생두가 그득히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스페셜티 커피, 즉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커핑 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생두와 COE(Cup of Excellence, 주요 커피 생산국을 중심으로 커피 품질을 가리는 대회)에서 우승한 농장의 생두도 있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2000~3000원에 사서 마시는 커피에 르완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농장에서 온 향긋한 생두를 사용하다니. “생두도 대량 구입하면 싼가 보네요? H&M이나 자라가 대량으로 원단을 구입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처럼요.” 그렇게 물었더니 담당자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생두를 사려는 구매자는 줄을 섰어요. 저희가 안 사면 일본의 산토리 같은 업체가 사서 커피에 사용할걸요? 그러니 아무리 많이 사도 싸게 살 순 없어요.” 그는 할 말이 많은 듯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 생두를 로스팅 전에 오랫동안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야 제때 블렌딩해서 쓸 수 있거든요. 생두를 창고에 두고 항온, 항습에 각별히 신경을 써요. 그래서 한 달에 전기료만 2000만원이 나오고요.”
 
성공적인 대량생산 업체가 그렇듯 이곳도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단, 숯 로스팅만은 아기 돌보듯 계속 전문가가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성공적인 대량생산 업체가 그렇듯 이곳도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단, 숯 로스팅만은 아기 돌보듯 계속 전문가가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추출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절반은 핸드 드립으로 추출한다. 아주 고운 플란넬 필터를 사용하는데, 소수의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융 드립과 이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워터 그라인딩 기술을 개발해 몇 개의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원두 분쇄와 추출 시 커피 향이 소실되는 것을 막고자 수중에서 분쇄해 향미를 잡아두는 기술이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첨단 과학. 정말이지 ‘달달이 커피’를 무시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됐다. “직접 마셔보니 숯 향이 강하게 나진 않던데요”라고 했더니 담당자는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서 마셔보셨어요? 그랬으면 더 크게 느끼셨을 텐데. 그리고 향을 강하게 넣지는 못해요. 커피는 균형이 생명이고, 어떤 향 하나를 강조하면 사람들이 금세 질려해요. 저희는 오랫동안 많이 팔아야 하거든요. 하하하”라는 솔직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구나 싶었다. ‘국제커피협회에서 커핑 점수 80점 이상을 획득한 생두를 사용해, 강원도 굴참나무로 만든 숯으로 로스팅하고,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2000원에 팔아도 남아요?’ 이렇게 물어보려다 말았다. 남으니까 팔겠지.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을 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