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지지 않는 불사조 군단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패배를 잊어버린 리버풀의 빈틈없는 전술에 대하여. | 리버풀,리버풀fc,위르겐 클롭,클롭,피르미누

Liverpool FC 우주의 기운이 드디어 리버풀로 모이는 걸까요. 팀 당 14~15경기를 치르며 시즌 중반을 향해가지만 선두 리버풀의 성적표에는 여전히 패가 없습니다. 심지어 무승부도 단 한 번뿐입니다. 지금 리버풀의 기세라면 과거 무패 우승(26승 12무)을 일궜던 2003/2004 아스널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극강의 리버풀은 경기가 풀리지 않아 패색이 짙은 경기도 막판에 뒤집어 버립니다. 그만큼 선수단의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선수들 스스로 어떤 경기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습니다. 라커룸 분위기 역시 지난 12라운드에서 강력한 라이벌 맨체스티 시티를 제압한 이후로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계속된 연승에 힘입어 이번 주 15라운드 머지사이드 더비(머지사이드 주를 연고지로 한 리버풀과 에버튼의 경기)에서도 에버튼을 5-2로 대파했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2위 레스터 시티와의 승점차를 다시 8점차로 벌리게 됐습니다. 아직 초중반인데도 이변이 없는 한 이대로 리버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리버풀을 보면 빈틈을 찾기 힘듭니다. ‘위르겐 클롭’식 리버풀이 완전히 궤도에 올랐습니다. 클롭의 전매특허인 게겐프레싱(강도 높은 전방 압박)은 이미 팀에 자리 잡았고, 그에 따른 속공과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 미드필더의 커버 등 거의 모든 전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지션마다 전술의 키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Roberto Firmino 먼저, 국내에서 ‘마누라(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로 유명한 공격진부터 보겠습니다. 삼각편대에서 주로 관심을 받는 건 신계에 도전하는 ‘파라오’ 살라와 지난 시즌부터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마네입니다. 살라가 최근 폼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두 선수가 리버풀 득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실질적인 골을 넣은 살라와 마네가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해당 공격진의 키는 다름 아닌 피르미누가 쥐고 있습니다. 삼각편대의 꼭짓점에 놓이는 피르미누는 골을 넣는 정통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멉니다. 2선 가까이 내려와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하며 공격을 조립합니다. 그래서 피르미누가 수비를 끌고 내려와주면 전방의 빈자리를 살라와 마네가 빠른 주력을 살려 양쪽에서 파고듭니다. 그러니 두 선수에게 득점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요. 현대 축구에서는 피르미누의 이런 포지션을 가리켜 ‘펄스나인’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개인 기량에 시야가 넓고 패스도 좋은 피르미누에게는 제격인 역할이죠. 게다가 피르미누는 펄스나인으로서 2선으로 내려와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팀의 게겐프레싱이 전방부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게 공격진부터 시작되는 게겐프레싱은 중원에서 더 탄탄해집니다. 조르지니오 바이날둠과 조던 헨더슨 덕분입니다. 둘 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곳곳에서 상대를 압박해 상대의 공격을 저지합니다. 이후 팀의 재빠른 역습 전개를 돕고, 지공 시에는 상대 진영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제임스 밀너, 옥슬레이드 채임벌린 등 또 다른 미드필더가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원에서 그렇게 두 명의 미드필더가 전방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에는 또 한 명의 키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적응기를 끝내고 팀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난 파비뉴입니다. 역삼각형 중원에서 최후방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맡는 파비뉴는 큰 키를 바탕으로 몸싸움에도 능하며 뛰어난 체력까지 갖췄습니다. 경기에서는 훌륭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포백 바로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미연에 차단합니다.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대신 남다른 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빌드업에 후방에서 정확한 롱패스까지 전방으로 뿌립니다. 수비력까지 뛰어난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보면 쉽겠습니다. 그런 다재다능한 파비뉴가 얼마 전 부상을 당하며 최소 한 달을 결장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위기에 빠질 것 같던 리버풀은 다행히도 아담 랄라나로 새로운 중원 라인을 꾸려 이후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긴 했습니다만, 파비뉴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진 못했습니다. 후방 빌드업과 수비에서 때때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입니다. 중원의 조합을 바꿔가며 파비뉴가 돌아올 때까지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lexander Arnold 잠시 흔들린 중원에 비해 후방 포백 라인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메시에 이어 발롱도르 2위에 오른 현존 최고의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건재합니다. 최근 반 다이크의 파트너로 나서는 데얀 로브렌 역시 불안한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중앙 라인과 함께 양쪽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은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돋보입니다. 클롭의 지도 아래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두 영건은 어떻게 보면 클롭의 리버풀에서 대체 불가의 핵심 자원으로 꼽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공격 전술과 연관됩니다. 리버풀의 윙 포워드 살라와 마네는 사이드라인보다 주로 중앙으로 파고듭니다. 크로스보다 슈팅에 집중하는 것이죠. 때문에 사이드라인에서 크로스를 올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빠른 스피드에 돌파력까지 갖춘 아놀드와 로버트슨이 공격 시에 윙어처럼 그 역할을 맡습니다. 조금 먼 지역에서 올리는 얼리 크로스는 특히 일품입니다. 날카롭게 빈 곳을 파고듭니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덕분에 아놀드와 로버트슨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각각 12개(수비수 최다 어시스트 기록으로 기네스에도 등재)와 1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수비로 분류되는 풀백이 올린 기록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죠. 이번 시즌에도 벌써 6개, 5개의 어시스트를 각각 기록 중입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지난 시즌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록이라면 수문장 알리송 베커도 뒤지지 않습니다. 올해 도입된 골키퍼 발롱도르 ‘야신상’을 거머쥐며 초대 수상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개인의 영광을 떠나 주목할 건 리버풀은 골키퍼마저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주전 스쿼드에서만큼은 빈틈을 찾기 힘듭니다. 반대로 벤치 자원은 어떨까요. 여기서 지난 시즌 리버풀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납니다. 그때의 리버풀은 상대적으로 약한 벤치 때문에 주전들(특히 공격진)이 혹사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체력 문제가 후반기에 불거져 다잡은 리그 우승을 놓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 과오는 이번 시즌 팀에 약이 됐습니다. 클롭 감독을 비롯해 구단에서 주전의 체력 안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구단의 철저한 관리는 지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당시 클롭은 피르미누와 살라를 벤치로 내리고 디보크 오리기와 세르단 샤키리를 선발로 투입했습니다. 중원도 부상당한 파비뉴 대신 아담 랄라나를 넣고 새로운 라인을 구성했고요.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성공이었습니다. 주전의 체력도 아끼고 경기에서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문득 시즌 도중 토트넘 감독을 맡은 무리뉴가 해설진으로 활약할 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이번 시즌 우승 후보는 리버풀, 토트넘, 맨시티, 그리고 맨시티 B팀이다.” 그의 말에 따라 그렇게 스쿼드가 탄탄하다던 맨시티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리그 3위로 리버풀과 승점차가 벌써 11점이나 납니다. 반대로 리버풀은 1.5군으로도 이렇게 승리하는 법을 터득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리버풀은 엠블럼의 불사조처럼 어떻게든 이길 것 같습니다. 승리의 여신이 또 한번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설움을 이번 시즌에 드디어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리그 1을 호령했던 리버풀의 시대가 그렇게 다시 들어서려 합니다. 불사조 군단의 날갯짓이 그 어느 때보다 힘찹니다.   - 프리랜스 피처 에디터 신동균  패배를 잊어버린 리버풀의 빈틈없는 전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