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KA twigs, Madalene, Matthew Stone.
그다음 앨범 대신 미디어에 나온 건 <트와일라잇>의 스타 로버트 패틴슨과의 연애와 결혼설이었다. 파혼 이후 FKA 트위그스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샤이아 라보프의 영화 <허니 보이>에 출연하면서 샤이아 러버프와도 짧은 연애를 했다. 이런 사랑이 그녀를 파파라치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녀를 향한 미디어의 시선도 바꿔놓았다. 더 많이 사진 찍히고 더 많은 면이 공개된다고 해서 내면의 감정을 내보여도 된다는 말은 아닐 거다. 보이지만 보여줄 수 없는 슬픔은 FKA 트위그스에게 다른 위로와 안식을 찾게 했다. 그녀는 막달레나를 생각했다.
“나는 여자로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남성들의 서사로 연결되는지를 생각하면서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성녀 막달레나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예수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약재 전문가이자 치료사였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성경에는 ‘창녀’로 쓰여 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품위, 우아함 그리고 많은 영감을 느꼈다.” FKA 트위그스가 새 앨범의 타이틀을 설명하는 말에는 그녀가 겪은 일들이 고고하면서도 선동적이고 초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담겨 있다. 이 앨범에 종교적인 색깔은 없다. 새가 지저귀는 것 같으면서 주술사 같기도 한 FKA 트위그스만의 보컬로 빚은 신곡들은 R&B 리듬을 성스럽게 하고, 폴에 매달려 느리게 돌아가는 퍼포먼스는 (평소 가볍기 짝이 없는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서조차) 관객들을 홀렸다. 니콜라스 자, 스크릴렉스, 잭 안토노프 등이 FKA 트위그스와 함께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Holy Terrain’이라는 곡에는 래퍼 퓨처가 피처링으로 나섰다.
경박한 뉴스재킹 사이트들은 여전히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난도질해 한줄 한줄씩 발췌해서는 바로 이 부분이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 있었던 일인 것 같다는 추측을 기사화하고 있다. 그런 일에 마치 오랜 시간 단련된 듯 FKA 트위그스는 “과거 나의 모든 연인과 앞으로의 모든 연인에 관한 기록”이라는 말을 미리 남겨둠으로써 쓸데없는 상상을 멈추게 한다.
하찮은 연애를 끝내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별담을 만드는 건 쉽다. 그런 장면을 비틀어 짜내 기어코 남을 울리고 속을 후벼 파는 행위로 자극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별 후에 온 깨달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고백하고 기록하는 것은 예술가의 일이다. ‘트위그스’는 나뭇가지라는 뜻으로 어린 시절부터 격하게 춤을 춘 그녀는 관절에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때처럼 우두두둑 소리가 나서 ‘FKA 트위그스’라 이름 지었다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녀는 몸과 마음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산산이 부서졌던 날들로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악을 통해 이제야 온전한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