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21세기 보부상' 요즘의 컬렉터들에게 물은 근사한 물건

자신의 안목을 펼쳐 보였다가 사라지는 이들에게 언제, 어디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보부상처럼 근사한 물건을 불현듯 내놓았다가 금세 사라지는 요즘의 컬렉터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또 언제 온다고요?

BYESQUIRE2019.12.16
 
 
① 모던한 모양새, 섬세한 장식. 물건을 고르는 기준. ② 이탈리아 베로나 앤티크 마켓. ③ 이탈리아의 소도시 오바다의 아름다운 구도심. ④ 크리스마스 무드 글라스 셀렉션. 11월 29일부터 비이커 청담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⑤ 다른 오브제는 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책과 그림은 놓치면 항상 미련이 남는다. 올드 북. ⑥ 1910년대 프랑스 유리 오브제들.

① 모던한 모양새, 섬세한 장식. 물건을 고르는 기준. ② 이탈리아 베로나 앤티크 마켓. ③ 이탈리아의 소도시 오바다의 아름다운 구도심. ④ 크리스마스 무드 글라스 셀렉션. 11월 29일부터 비이커 청담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⑤ 다른 오브제는 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책과 그림은 놓치면 항상 미련이 남는다. 올드 북. ⑥ 1910년대 프랑스 유리 오브제들.

@la_cojet
심선희.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이너. 수집과 복원에 능하다.  
머물고 있는 도시 이탈리아 도시 중 아름다운 구시가지와 현대식 건물이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 밀라노. 패션 공부를 위해 2000년에 유학 와서 현재까지 머무르고 있다.
컬렉션의 시작 시작은 모카 포트였다. 2017년,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소도시의 앤티크 시장에 방문했는데 빈티지 모카 포트를 소개하는 셀러에게 홀린 듯 그 자리에서 5개의 모카 포트를 구매했다. 개성 있는 색감과 위트 있는 모양새가 이탈리아 디자인의 축소판 같았다.
주로 모으는 물건 변치 않고 항상 수집하는 대상은 주로 1950~1990년대의 모카 포트. 특히 투명한 모카 포트는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레어템’이다. 바카라 · 생루이 · 보헤미아의 크리스털 미니 글라스, 특히 유화의 정물화와 초상화, 오래된 책, 그리고 복원 작업을 위해 1800년대 후반의 앤티크 프레임과 샹들리에 부품을 수시로 모아둔다. 나무의 오랜 세월감은 오늘날의 것이 흉내 낼 수 없이 견고하고 듬직하다.
최근에 산 것 라코제로서는 1950~1960년대에 황동으로 제작한 와인 오프너, 개인적으로는 주물로 만든 사자 모양 문고리와 1960년대 골드 프레임에 담긴 작가 미상의 1950년대 정물화. 라코제라는 이름으로 컬렉션을 시작하면서는 개인적인 것과 라코제의 물건을 나누어 구매하는 편이다. 라코제는 전시 형태로 팝업 스토어를 꾸미기에 공간, 그곳에 놓는 가구, 그 위에 두는 오브제,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상해 서로의 어울림을 생각하여 물건을 수집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탐나도 전시 주제를 벗어나면 과감히 포기한다. 좋은 물건은 기다리면 또 나타난다.
첫 팝업 스토어의 추억 2019년 5~6월에 서울 한남동의 기획 전시 공간 위클리캐비닛(@weeklycabinet)에서 ‘Space, La cojet’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처음 마주한 사람들인데도 비슷한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이 끈끈한 연대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이번 겨울에는 11월 29일부터 12월 22일까지 비이커 청담 스토어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라 기존의 전시와는 다른 형태다. 이탈리아 미드센추리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경쾌한 색감의 1950~1980년대 조명과 다채로운 글라스, 위트 있는 모카 포트 셀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 물건이 팔릴 때의 기분 아, 그 물건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아쉬웠는데, 아름다운 물건은 또 나타나더라. 물론 ‘더 아름답다’가 아니라 ‘이것도 아름답다’가 맞는 것 같다. 내가 유난히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라코제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도 소장하고 싶어 한다. 취향이 같은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① 지난여름 베를린에서 만난 다양한 오브제. ② 모던한 가구에 활기를 더해주는 원색적이고 위트 있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 이 역시 베를린에서 만난 조명. ③ 11월 1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효자동 수박빈티지 숍에서 열리는 ‘pakkookii’의 첫 팝업 스토어 풍경. 베르노 판톤 의자와 멤피스의 이케아 조명이 보인다.

① 지난여름 베를린에서 만난 다양한 오브제. ② 모던한 가구에 활기를 더해주는 원색적이고 위트 있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 이 역시 베를린에서 만난 조명. ③ 11월 1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효자동 수박빈티지 숍에서 열리는 ‘pakkookii’의 첫 팝업 스토어 풍경. 베르노 판톤 의자와 멤피스의 이케아 조명이 보인다.

@PAKKOOKII
박국이. 대한민국 서울, 목사. 1980년대 멤피스 디자인에 빠져 있다.  
머물고 있는 도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
컬렉션의 시작 출판사 뿌리깊은나무에서 1977년에 출간한 책 <숨어사는 외톨박이>. 군 복무 중 들은 라디오에서 소개한 책이다. 사라져가는 직업군과의 인터뷰 모음집인데 내시, 백정, 대장장이 등이 등장한다. 너무 갖고 싶었다. 이미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는데, 한 친구가 헌책방에서 구해 택배로 보내주었다. 컬렉션의 시작을 꼽자면 초등학생 때 산 보이즈 투 맨 카세트테이프, 마이클 조던 브로마이드 등을 모아놓은 박스부터 이야기해야겠지만, 구하기 힘든 것을 손에 넣은 기쁨의 시작은 <숨어사는 외톨박이>다.
최근에 산 것 개인적으로는 이세이 미야케 슈트, ‘Pakkookii’의 이름으로는 베르너 판톤의 의자 ‘빌베르트(Vilbert)’. 나의 컬렉션은 ‘Pakkookii’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데 내 이름이 박국이이다. ‘나라 국(國)’에 ‘이로울 이(利)’를 쓴다. 아버지께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셨다. 어릴 때는 이름 때문에 놀림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나이 먹으니까 좋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고 싶은 물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내 컬렉션 이름도 ‘pakkookii’라 지었다.
주로 모으는 물건 요즘 멤피스 디자인에 빠져 있다. 집에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가 많아지니 밋밋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포인트가 될 것을 찾다가 도달한 것이 멤피스 디자인이다. 멤피스 그룹은 1981년에 에토레 소트사스가 주축이 되어 밀라노에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인데, 포스트모던 가구 시대를 연 장본인이라고 보면 된다. 원색적이고 위트 있는 가구를 만든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멤피스 그룹이 이케아와 협업해 만든 조명을 모으고 있다. 1980년대×이케아×멤피스. 직접 봐야 한다. 정말 귀엽다.
첫 팝업 스토어의 추억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효자동 수박빈티지(@soobaak_vintage)에서 11월 1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열린다. 자주 가던 빈티지 숍인데 한 달 동안 숍 한편에 박국이가 모은 물건을 함께 선보이기로 했다. 물건을 팔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어떤 감정일지 잘 모르겠으나 바빠서 못 만났던 친구들이 구경하러 오겠다고 연락 오고, 내가 모은 물건을 매개로 새로이 알게 될 분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가격을 매기는 일이 가장 걱정이지만.
내 물건이 팔릴 때의 기분 솔직히 베르노 판톤의 빌베르트 의자는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다. 안 팔렸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 놓고 싶어서.
그럼에도 불현듯 팝업 스토어를 여는 이유 물건을 보면 직감이 있다. ‘저거다’ 하는 느낌. 그걸 공유하고 싶다.
 

 
① 갖고 싶은 물건 1위, 디자이너 이사무 노구치의 스툴이다. 보기 힘든 물건인데 간혹 마켓에 나와 몇 번 마주쳤지만 가격의 벽에 부딪혀 못 샀다. 5년째 찾고 있다. ② 두어 달에 한 번씩 참석하는 플리 마켓. ③④⑤ 미드센추리 디자인과 오래된 것, 더 오래된 것의 조화를 좋아한다. 오래되어 아름다운 소품들.

① 갖고 싶은 물건 1위, 디자이너 이사무 노구치의 스툴이다. 보기 힘든 물건인데 간혹 마켓에 나와 몇 번 마주쳤지만 가격의 벽에 부딪혀 못 샀다. 5년째 찾고 있다. ② 두어 달에 한 번씩 참석하는 플리 마켓. ③④⑤ 미드센추리 디자인과 오래된 것, 더 오래된 것의 조화를 좋아한다. 오래되어 아름다운 소품들.

@NOTTA_US
제이미. 미국 시카고, 딜러.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를 모은다. 
머물고 있는 도시 언제나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가 늦게 돌아가는 도시, 시카고에 산다.
컬렉션의 시작 약 10년 전 시카고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당시에도 이미 그는 일본에서 10여 년간 미드센추리 디자인 가구 딜러로 활동한 전문가로, 미국에서는 바이어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일을 하는 그를 쫓아다니며 자연스레 하게 됐다. ‘노타(Notta)’는 친구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어 의도치 않게 홀로서기 하며 정한 사업체명. 한글 ‘놓다’를 나타낸다.
주로 모으는 물건 1940~1960년대의 미드센추리 디자인 가구, 오래되고 감도 높은 소품, 용도에 상관없이 보기에 좋은 것. 가령 브루클린의 뮤지엄에 전시 중이던 고려청자, 가죽 무두질에 쓰던 도구, 특히 요즘은 아프리카인의 마스크, 스툴, 패브릭 등을 사 모은다.
최근에 산 것 노타로서는 할리우드에 자리한 지 60년이 넘은 촬영용 가구&소품 대여업체가 문을 닫으며 마켓에 나와, 아일랜드 디자이너 아일린 그레이의 디자인을 몇 점 구입했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가구가 이 가구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엘리오 마르티넬리의 조명을 몇 점 샀는데, 아무래도 올해 9월 정식 바이어가 된 서울의 빈티지 가구 숍 컬렉트(@kollekt.seoul) 공간 연출에 사용할 것 같다.
첫 팝업 스토어의 추억 2018년 가을과 겨울 사이, 위클리캐비닛에서 ‘컬렉터스 마인드’라는 이름으로 국내 업체, 작가들과 함께 전시와 판매를 했다. 내가 모은 물건을 개인 컬렉션 형태로 선보인 건 처음이었는데, 오픈 5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분은 물론, 오신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를 꾸미는 걸 넘어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실감했다. 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 2020년 1월에 선보일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프랑스 미드센추리 디자인이 많은 서판교 알코브(@kollekt.alkov) 매장과 함께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팔려서 아쉬운 물건 디자이너 임스가 허먼밀러에서 디자인한 테이블 DTM.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한 노신사에게서 구매했는데, 그는 시카고 바우하우스 출신으로 평생 건축가로 활동했고 그 테이블은 첫 월급으로 산 것이라고 했다. 왜인지 노신사가 들려준 이야기, 표정과 말투, 그분의 공간까지 모든 것이 인상 깊어 지금도 생생하다. 팝업 스토어를 열다 보면 ‘이게 팔릴까? 안 팔리면 내가 갖자’라고 생각한 물건이 제일 먼저 팔리는 경우가 많다. DTM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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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은희
  • ART DESIGNER 주정화
  • WEB DESIGNER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