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마스터, 라도 CEO 마티아스 브레스찬과의 대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그는 라도가 계속 혁신하고 발전하고 있다 말했다.

TRUE PIO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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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도의 시계가 다채로워졌다는 인상이다.
라도는 시계업계에서 굉장히 젊은 축에 속한다. 라도는 처음부터 방향이 달랐다. 다들 무브먼트 개발에 집중할 때 라도는 하우징에 집중했다. 하우징이란 무브먼트를 제외한 소재와 디자인을 말한다. 1980~1990년대가 절정이었다. 멀리서 봐도 라도를 찬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징적이었다. 굉장히 강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시기였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지금 젊은 고객들은 부모 세대의 라도와는 다른 라도를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과 다양한 색의 구현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시계의 범주가 확장된 것이다.
캡틴 쿡을 다시 출시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었나? 빈티지 스타일 유행과도 잘 맞는다.
그렇다. 세라믹으로 다양한 형태와 색을 만들어내는 걸 마스터한 뒤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빈티지는 단순히 룩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위스 워치메이킹 인더스트리에 대한 오랜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는 이념이다. 빈티지가 유행인 현재 캡틴 쿡은 무척 적합한 시계였다. 과거에 머무르는 시계가 아니라 미래에도 통할 수 있는 시계로.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 색을 적용해 빈티지 디자인에 ‘소재의 마스터’라는 메시지를 결합했다.
‘트루 씬라인 레컬러스 르코르뷔지에’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라도는 블랙과 화이트 세라믹 이후에 블루, 그린, 브라운 컬러의 세라믹을 소개했다. 또 다른 컬러 세라믹을 출시하기 위해 리서치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컬러 이론이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다채색’이었다. 심지어 그 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 영향력이 강력했다. 르코르뷔지에의 컬러 이론은 서로 관련 있는 63개의 색상을 개발한 뒤 그것을 또다시 9개의 그룹으로 나눠놓은 것이다. 우리의 도전은 9개의 그룹에서 각각 색을 하나씩 선택해 9개의 세트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컬렉션만 봐도 그 컬러 이론을 대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색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냈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르코르뷔지에의 컬러 이론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레 컬러 스위스’라는 재단에서 시계의 각 색상이 르코르뷔지에 컬러 이론의 색상과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히 브레이슬릿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브레이슬릿은 여러 개의 생산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이 되는 데다 매우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서 색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확 티가 난다.
트루 씬라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니섹스 시계를 만들고 싶었다. 트루 씬라인의 간결한 디자인이 가장 잘 어울릴 거라 짐작됐다. 그리고 다양한 색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메커니컬한 부분을 더 강조할 계획은 없나?
예를 들어 볼까? 작년에 우리는 초경량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Si3N4) 시계를 발표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세라믹 소재의 새로운 세대라고 표현한다. 기존 세라믹보다 강도가 훨씬 높고 가벼워서. 이 소재를 시계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무브먼트도 그에 맞게 가벼운 것으로 개발해야 했다. 그 결과 시계 케이스의 총무게가 56g밖에 되지 않는 시계가 탄생했다. 세라믹에 대한 연구가 무브먼트를 비롯한 디자인 외적 분야의 개발로까지 확장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해서 시계를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을 텐데.
다이아몬드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라도의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쓰지 않는다. 라도에서 정말 환상적인 기술력의 시계를 개발했다고 해서 그것을 5만 스위스 프랑(약 5500만원)에 파는 게 맞을까? 우리는 100만~400만원 사이의 가격대를 정해놓고 있다. 이 범위에서 최선의 제품을 출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기술을 구현할 만한 기술력이 있다 해도 소비자 판매 금액이 너무 높아질 것 같다면 출시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가 뭔가?
세라믹의 장점은 10~20년이 지나도 마치 처음 시계를 산 날처럼 세월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소재를 쓰는 우리에게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 그게 바로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수십 년 뒤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라도가 소비자에게 보내는 아주 강력한 감정적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디자인이 너무 많다. 다시 복각하고 싶은 모델이 있나?
물론 있다. 그중 하나가 2017년에 일본 디자이너 모리나가 구니히코와 협업한 시계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포토크로믹이라는 소재는 실내에서는 화이트 컬러로 보이지만 실외로 나가 햇빛을 쬐면 미리 소재에 프린팅해놓은 문구나 그림이 드러난다. 이 소재를 다이얼의 글라스에 적용했다. 실내에서는 글라스가 투명해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보이지만 실외에서는 글라스가 어두워져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보이지 않고 시간을 알아보기 더 용이해지는 콘셉트다. 이 협업은 상업적 의도를 넘어 라도의 브랜드 DNA를 강하게 보여줬다. 시계업계가 아닌 다른 인더스트리의 혁신적 기술을 시계에 적용했으니까. 브랜드의 진정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런 시계를 다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늘 아쉬워서.
모리나가 구니히코 이외에도 콘스탄틴 그리치치, 재스퍼 모리슨 등 외부 업계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종종 있었다. 또 다른 계획이 있나?
내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구박람회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고, 또 여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는 협업하는 디자이너의 명성에만 기대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협업인지, 라도의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를 항상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손목시계의 가치는 뭘까?
본인을 드러내는 도구랄까. 하지만 지금 나처럼 캡틴 쿡을 차고 있다고 당장 다이빙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계의 캐릭터가 착용자의 개성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요즘 즐겨 차는 시계는 뭔가?
확실히 캡틴 쿡. 그중에서도 그린 다이얼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 가장 유행하는 색이기도 하고 빈티지한 브레이슬릿과의 조합도 좋아서.
그는 라도가 계속 혁신하고 발전하고 있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