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2019 디자인 마이애미 펜디에서 선보인 펜디와 쿠엥 카푸토의 로만 몰드 컬렉션

펜디와 쿠엥 카푸토의 합작품 로만 몰드 컬렉션을 확인하기 위해 2019 디자인 마이애미 펜디 부스를 찾았다. 그 현장에서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와 쿠엥, 카푸토도 직접 만났다.

BYESQUIRE2019.12.28
 
 

Roman Molds

 
펜디는 로마 외곽에 위치한 본사 ‘팔라조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의 회랑을 장식할 작품을 디자인 스튜디오 쿠엥 카푸토에 의뢰했다. 스위스 취리히를 베이스로 로비스 카푸토와 사라 쿠엥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쿠엥 카푸토는 소재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여 공예 분야에 응용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특히 업사이클링을 메인 콘셉트로 유지하며 독창적이고 생기 넘치며 때로는 변덕스럽기까지 한 디자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쿠엥 카푸토의 개성은 이번 펜디와의 협업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1930년대에 지은 이성주의 건축물의 전형인 펜디 본사에서 영감을 받은 그들은 벽돌과 가죽이라는 직관적인 재료를 선택했고 수공예의 전통을 계승하여 재료를 변신시켰다. 부드러운 가죽은 견고한 건축적인 재료로 만들어졌고, 벽돌은 색다른 컬러와 질감을 얻어 새로운 오브제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10개의 작품으로 ‘로만 몰드(Roman Molds)’ 컬렉션이 구성되었고 이 작품들이 지난 12월 4일 시작된 2019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공개되었다. 테이블, 벤치, 스툴, 파티션 등의 아이템과 위트 넘치는 오브제 야자수로 구성된 로만 몰드 컬렉션은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컬렉션 중 하나였다. 그 현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와 쿠엥 카푸토 스튜디오의 듀오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잔뜩 물었다. 
 
 
Interview with  Silvia Venturini Fendi 
인터뷰 전에 부스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부스에 비해 굉장히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많이 다르죠?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이네요. 상당히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고 생각해요. 컬러나 조명도 그렇고.
이번 작품을 로마 본사에 전시하고 촬영한 사진도 봤습니다. 건축물과 이번 로만 몰드 컬렉션의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맞아요, 그 둘의 조합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쿠엥 카푸토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로마 본사 건축물과 공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펜디 본사 건물은 이성주의 건축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쿠엥 카푸토는 ‘미니멀’이라는 이성주의의 코드를 적극 활용했어요. 선과 곡선 그리고 볼륨을 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덕에 이렇게 강렬한 인상의 컬렉션이 완성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사물의 본질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벽돌을 선택했고, 펜디 쿠오이오 로마노 레더를 선택했죠. 1925년 나의 어머니가 펜디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과 같은 가죽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번 컬렉션은 굉장히 풍성하고 임팩트가 있으며 활력이 넘쳐요. 그들이 로마의 일부를 마이애미로 제대로 가져온 것 같아요.
쿠엥 카푸토 스튜디오의 메인 콘셉트가 업사이클링이라는 점에 가장 큰 호기심이 생깁니다. 럭셔리와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펜디와 업사이클링 개념을 조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업사이클링은 하나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중요한 개념이죠. 앞으로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펜디도 이미 컬렉션을 통해 꾸준히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어요. 지난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업사이클링 퍼가 좋은 예입니다. 펜디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기업이지만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브랜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업사이클링은 아주 중요하고 앞으로 더 많이 적용될 겁니다.
이번 로만 몰드 컬렉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야자수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미니멀한 스타일의 야자수죠. 윗부분의 둥그스름한 선이 참 마음에 드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지붕에 이런 라인을 많이 써요. 로마의 지붕이 야자수잎이 된 거죠. 이곳 마이애미와도 잘 어울리고요.
 

 


Interview with  Kueng Caputo
이 인터뷰 전에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를 만났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야자수라고 하더군요.
저희도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그 물결무늬를 살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어요. 다양한 소재를 붙여보기도 하고 다른 형태를 잡아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그 소재의 움직임을 보고 “와! 꼭 나뭇잎처럼 움직이네?” 하게 됐죠. 그 발견을 시작으로 야자수가 완성되었습니다.
쿠엥 카푸토의 메인 콘셉트는 업사이클링입니다. 펜디는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로서 강력한 정체성과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요. 이런 펜디와의 협업에서 우려되는 점은 없었나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부담이 많았습니다. 펜디는 패션 브랜드이고 우리는 오브제를 가지고 디자인한다는 차이점도 있었고요. ‘어떻게 될지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잘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펜디는 매우 개방적이었어요. 의견 조율도 잘되고 협의도 매끄러웠습니다. 우리는 서로 스마트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펜디가 소재에 대해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숙한 소재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벽돌을 작업 소재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죠. 셀러리아 가죽 소재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펜디에서 먼저 제안했고 우리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죠.
이번 컬렉션을 사진으로 먼저 봤을 때는 소재가 대부분 나무인 줄 알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모두 가죽이었어요. 신기했습니다.
이건 톱 레더의 뒷면이에요. 가죽을 염색하면 양쪽 면이 다른 색깔을 띠게 되는데 우리는 양면을 모두 사용했어요. 모든 오브제에 양면 모두를 활용했죠. 그것은 굉장히 펜디스러운 방식이기도 하고, 동시에 듀오로 활동하는 쿠엥 카푸토적인 방식이기도 해요.
 
이번 컬렉션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나요? 혹시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이번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전에 해보지 않은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해야 했으니까요. 특히 벽돌. 벽돌을 다루는 테크닉부터 익혀야 했어요. 어떻게 자를지, 어떻게 배치할지, 컬러를 입히고 다시 표면 처리를 하는 방법 등등 정말 많이 시도하고 배웠습니다.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아주 빠르게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컬렉션을 위한 스케치만 수백 장을 그렸고 그중에서 딱 10개만 골라서 이번에 제작했으니, 다시 한다면 더 많은 걸 해낼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거죠. 하하.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의 많은 부스 중에서도 펜디의 공간과 작품이 유독 독창적이고 특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공간 전체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특별한 느낌을 전체적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요.
 
이번 컬렉션도 그렇고 쿠엥 카푸토의 예전 작품도 그렇고 컬러가 참 인상적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컬러는 어떻게 골랐나요?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컬러는 무엇인지요?
우리는 컬러를 사랑해요. 우리 작품은 언제나 컬러풀합니다. 컬러야말로 삶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이번 컬렉션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다양한 컬러로 염색된 가죽을 고르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고른 가죽의 컬러와 다른 컬러를 조합했고요. 색 조합은 늘 쉽지 않지만 언제나 즐거워요. 가장 마음에 드는 컬러 하나를 고르는 것이 어렵네요. 이번 컬렉션의 컬러가 모두 마음에 들거든요. 참 저는 회색은 안 좋아해요.
회색을 유독 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자란 취리히 때문이에요. 그곳은 건물이 전부 다 회색이죠. 새로 집이나 건물을 지어도 대부분 회색이에요. 지루하죠. 이해가 안 돼요. 핑크나 블루를 보면 행복해지지 않나요? 전부 회색으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햇볕을 받거나 시간이 오래 흘러도 진한 회색은 변함이 없어요. 다른 컬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색이 바래면서 파티나(patina)가 생기는데 회색은 요지부동이죠. 그래서 저에게 회색은 중간인 것 같아요. 늘 중간에 있는 것. 그게 또 매우 스위스적인 것이기도 한데, 저는 그게 싫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