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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800 167만8000원 퍼페텀 에브너.
퍼페텀 에브너(PE)는 턴테이블의 조상 격 브랜드다. 1911년, 미처 턴테이블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축음기 시대에 설립된 브랜드니까. 조상이라는 표현에서 경외심과 함께 거리감을 느꼈다면 그 역시 맞는 해석이다. 한때 하루 생산량만 5000대에 달했던 유럽 최대의 이 턴테이블 브랜드는 저가 턴테이블의 강세에 밀려 1970년대 초반 경쟁사에 인수된 후 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여기서 소개하는 PE는 그다음 장. 과거 PE 공장이 자리했던 독일 장크트게오르겐에서 나고 자란 한 오디오 마니아가 2015년에 부활시킨 브랜드다. 그는 과거 PE에서 일했던 기술자를 결집시켜 핵심 기술을 되살리는 한편 시대에 적합한 디자인과 시장 전략을 고민했다. PE800은 특히 그 균형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PE 고유의 기술을 담은 단단한 설계의 벨트 드라이브식·수동식 모델이면서도 플래터와 톤 암의 소재를 바꾸고 서스펜션을 제거하는 등 주변 요소에서 가격을 극도로 낮췄다. ‘입문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가격을 보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겠다. 포노 앰프, 프리앰프, 파워 앰프에 스피커까지 내장한 데다 온갖 신기술로 무장하고도 훨씬 저렴한 입문용 턴테이블이 시중에 많으니까. 어떤 세계로 들어서는 문인지, 양쪽의 ‘입문(入門)’이 지칭하는 시작점이 달라 생기는 오해다. 턴테이블을 들이는 의도가 단순히 바이닐을 틀어보는 수준을 넘어 음반을 만든 이의 의도까지 감상하는 것이라면, PE의 하한선은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