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에 대한 욕망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남의 것만 구경해도 이토록 심장이 두방망이질하는 존재, 오두막이라는 로망에 대하여.



황급히 해명부터 해야겠다. 자칫 부적절해 보이는 제목에 대해서. ‘오두막 포르노(Cabin Porn)’는 전 세계의 오두막을 다루는 미국 매체의 이름이자 그들이 낸 책 이름, 그리고 이 기사에서 다루려는 모종의 정신을 가리키는 조어다. 해당 매체든 이 기사든 포르노그래피와는 무관하다. 매체 이름의 연원에 대해 묻자 캐빈 폰의 창립자 자크 클라인(Zach Klein)은 답으로 위키피디아의 ‘푸드 포르노(food porn)’ 항목을 보내왔다. 어깨를 으쓱하는 듯한 뉘앙스의 짧은 부연과 함께. “아마도 ‘푸드 포르노’라는 표현으로 촉발되었을 ‘-porno’ 밈(meme)을 차용해 지은 이름입니다. 단어 본래의 의미를 생각하면 그리 좋은 작명이라고는 못 하겠죠. 하지만 우리의 이상을 그보다 더 간결하고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은 아직까지 떠오르지 않아요.”
자크 클라인이 가진 이상이란 이런 형식이다. 1. 그와 몇몇 친구들이 전 세계의 오두막 사진을 모은다. 2. 스스로에게 영감을 주는 사진을 엄선해 블로그에 아카이브한다. 3. 사진을 통해 세계의 오두막 애호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직접 오두막을 짓는 사람들의 투고를 받는다.
계획은 성공했다. 아마도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2010년 이래로 쭉 캐빈 폰은 하루 1000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하고 지금껏 쌓인 오두막 사진 투고는 1만 5000건에 달한다. 이후 행보를 설명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크 클라인의 이력이다. 그로 말하자면 일찍이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비메오를 공동 설립하고 아동용 DIY 교육 서비스 플랫폼 DIY.org를 만든, 언제나 ‘가치’를 말해온 기획자. 캐빈 폰은 인기를 사업성으로 연결 짓는 대신 다른 측면으로 눈을 돌렸다. 이 폭넓은 아카이브에 깊이를 더하기로 한 것이다(당사자의 표현을 빌리면 ‘사진 컬렉션’에서 ‘삶의 방식’으로 확장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국립 매거진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널리스트 스티븐 레카트(Steven Leckart), 〈뉴욕 매거진〉 〈에스콰이어〉 등에서 활동한 사진가 노아 칼리나(Noah Kalina)와 함께 세계 곳곳에 위치한 10채의 오두막을 심층 취재했다. 그 결과를 엮은 책 〈캐빈 폰(Cabin Porn)〉은 2015년에 출간되었다. 이 또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니, 5년간 누적 판매고가 30만 부가 넘는다. 출간부터 지금껏 쭉 아마존 건축 주거 분야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7개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문화권으로 퍼졌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대체 오두막의 어떤 측면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기사를 정리하다 샛길로 빠져 오두막 사진만 몇 시간째 구경한 에디터도 이런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이미 몇십 년 동안 오두막 사진에 매료된 자크 클라인은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계속 성장 중인 캐빈 폰의 인기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오두막은 갑자기 생겨난 유행이 아닙니다. 소박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전통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서나 찾을 수 있죠. 다만 오늘날 주목할 점은, 온라인 상태가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점점 더요. 그럴수록 ‘단절된 삶’이라는 오두막의 상징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첨단 기술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수록 자연적인, 단순한 삶이 더욱 숭고해지죠.”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캐빈 폰은 기념이라도 하듯 2019년 말 두 번째 책 〈Cabin Porn: Inside〉를 내놓았다. 전작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오두막을 모았는데, 좀 더 실용서에 가깝고자 함이라고 했다. 목돈 없이도, 시간과 관심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오두막을 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중의적 의미를 띤 제목처럼 실제로 오두막 내부를 다루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기도 했다. 지난 책의 서문에 쓰여 있기로, 그가 생각하는 오두막 사진의 매력은 그 누구나 마음속에 언젠가 지을 집 한 채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것. 오두막 내부 사진이 가진 건 또 다른 축의 매혹이다.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제가 좋아하는 점은, 이삿날 이전에 집이 완성되어 있는 법이 결코 없다는 겁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건축에 좋은 계절이 지나고, 비용과 자원이 바닥을 보이죠. 그러면 사람들은 75~80%밖에 완성되지 않은 집에 그냥 들어가요. 여생을 그 공간을 완성하며 보내는 거죠. 자연히 인테리어는 그걸 만든 사람의 일상과 습관을 정확히 반영하게 되고요. 동떨어진 오두막에 사는 가족에게 초대받는 것만큼 제가 좋아하는 게 없을 수밖에요.”
자크 클라인은 〈Cabin Porn: Inside〉에 실린 몇 챕터의 이야기와 사진을 보내왔다. 그중 7개만 골라 이 기사에 싣는다. ‘오두막의 포르노’가 어떤 건지 살짝 맛보여주고자, 동시에 올여름 번역 출간될 책을 굳이 구매해야 할 만큼은 아쉽고자.


©Mark Ingraham

©Mark Ingraham

©Mark Ingraham

©Mark Ingraham


Thatch House

Eleuthera, Bahamas
바하마 일루서라섬의 해변 둔덕에서 대서양의 시작점을 굽어보는 이 해안 초소의 정체는 가족 별장이다. 마크 잉그라함과 케이트 잉그라함, 그리고 두 사람의 딸까지 3명만을 위해 지은 55m2 크기의 안식처인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의 명소 해치 하우스(Hatch House)에서 영감을 얻어 웨스턴 레드시더 목재와 짚을 주재료로 했으며 모래 속으로 차츰 사라지는 아웃도어 데크를 갖췄다. 기다랗게 낸 현관 덕분에 어느 계절이든 모래바람이나 물보라 걱정 없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Jack Boothby

©Jack Boothby

©Jack Boothby

©Jack Boothby


Sky Den

Keilder Forest, England, UK
잉글랜드 북동부 카일더 숲의 산장. 바로 아래로 물줄기가 꽤 거센 계곡이 자리한다. 채널4의 TV 프로그램 〈조지 클라크의 놀라운 공간들〉을 통해 만들어진 곳으로, 당시 디자이너들의 목표는 아웃도어와 인도어의 장점만 모은 오두막을 만드는 것이었다. 완전히 개방되고 닫히는 지붕과 너른 발코니를 갖추고 접이식 가구를 배치해 한정된 공간을 다용도로 쓸 수 있다.


©Matthias Barker

©Matthias Barker


Fire Lookout

Fernwood, Idaho, USA
아이다호의 펀우드는 미국 원주민 지역과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고작 640명 정도의 인구가 벌목으로 생계를 잇는 마을이다. 이 초소는 해당 지역 숲 한가운데, 지표면으로부터 12m 높이에 위치해 있다. 1959년 워싱턴 천연자원부에서 산불 감시를 위해 지은 시설이다. 2017년 가을 크리스티 메이 울프 모녀가 몇 년간 방치되었던 이 부동산을 매입해 재단장했다. 데크와 지붕을 손보고 유럽풍 인테리어로 꾸몄으며, 과거 감시병들이 사용했던 통나무 난로는 그대로 남겼다. 이듬해 봄부터 에어비앤비 숙소로 개방하고 있으니, 장작불에 의지해 고공 초소에서 외로운 밤을 보내고 싶다면 검색해볼 것.


©Camila Cossio

©Camila Cossio

©Camila Cossio

©Camila Cossio


Casa Tiny

Puerto Escondido, Mexico
멕시코시티 출신의 아란사수 데 아리뇨, 클라우디오 소디 커플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에 감명받아 오악사카 지역에 지은 건물이다. 콘트리트와 인근에서 나는 목재인 파로타 두 가지 재료만 사용해 지었으며, 지역 장인들이 건축에 참여하면서 전통 공예 요소가 섞였다. 파사드의 대부분이 개방되는 구조는 자연에 융화되기 위한 장치, 내부에서부터 현관까지 뻗은 기다란 테이블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소브레메사(sobremesa: 식사가 끝난 후 식탁에 머무르며 보내는 시간)를 위한 장치다. 건물을 둘러싼 밀림 때문에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귓가에는 늘 태평양의 파도 소리가 들린다고.


©Nathalie Krag

©Nathalie Krag

©Nathalie Krag

©Nathalie Krag


Eyrie

Kaiwaka, New Zealand
뉴질랜드 노스랜드의 카이와카 인근에 있는 쌍둥이 오두막이다. 베니어판 네 장을 깔아놓은 것보다 작은 크기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지만 빗물을 모으고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주재료는 오동나무인데, 페인트를 칠하거나 폴리우레탄을 덧씌우지 않고 기름칠에 재면을 약간 그을리기만 해서 마감했다. 공간은 작지만 양쪽 오두막 내부에 요리용 가스 버너를 설치한 주방이 딸려 있으며, 외부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 위에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James Stephenson

©James Stephenson


Trailer Prototype

Bath, England, UK
트레일러 프로토타입은 오두막이자 저비용 트레일러다. 강철과 유리섬유로 구성된 2층 주택에 바퀴를 탈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활용 셔터링 합판으로 내부를 마감해 한정된 조건 안에서 단열성을 극대화하고 지붕에 채광 창까지 챙겼으며, 박공벽 끝은 고성능의 연동 폴리카보네이트로 유약 처리했다. DIY 형태로 제공해 개별 사용자가 목적과 예산에 맞게 고쳐 설치할 수 있다.


©Simon Dale

©Simon Dale

©Simon Dale

©Simon Dale


The Undercroft

Berllan Dawel, Wales, UK
래머스는 영국 웨일스 서부 펨브룩셔에 자리한 에코 빌리지다. 지반 아래로 파고든 형태의 원형 주택 언더크로프트가 탄생한 건 2009년으로, 역시나 건축 과정에서 어스십(earthship, 재활용품을 활용해 축조하고 재생 에너지를 동력으로 쓰는 자급자족 주택)의 디자인 원칙을 따랐다. 온실을 재활용한 시설은 단열성도 좋고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를 키우기에도 좋다. 산비탈이라는 입지 덕분에 햇볕은 충분히 받으면서 바람의 영향은 적다. 전기는 들어오지 않지만 셰일과 하층토에서 열을 얻는 배관 시설과 통나무 버너를 쓰면 겨울철을 보내기에도 문제없다.
남의 것만 구경해도 이토록 심장이 두방망이질하는 존재, 오두막이라는 로망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