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보테가 베네타의 해였다. 다니엘 리는 온갖 시상식의 ‘올해의 디자이너’ 같은 타이틀을 석권했고, 브랜드의 가치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부분이 ‘영&힙’을 모토로 현란한 스트리트 캐주얼을 선보이는 사이 다니엘 리는 정확히 그 반대 방향을 택했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테일러링을 토대로 약간의 파격을 더하는 것. 이 공식은 보테가 베네타의 컬렉션 전반에 적용됐다. 견장을 없애고 단추를 최소화한 트렌치코트, 강직한 어깨 라인이 돋보이는 블랙 싱글 코트 등이 그 예. 눈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담백한 이 하늘색 재킷 역시 그중 하나다. 꼼꼼히 단 소매 끝 단추는 숨기고, 가슴 포켓엔 세모로 접힌 안감을 부러 내놨다. 여밈 장치를 생략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입는 사람이 연출하기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구겨져도 주름이 남지 않는 실키한 나일론 소재는 실용적인 동시에 젊다. 절제와 실용성이 돋보이는 다니엘 리의 테일러링, ‘군계일학’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