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리는 시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로봇이 튀기는 치킨, 로봇이 내리는 커피는 맛있을까?



로봇 치킨 로봇 커피


로봇 치킨 회사 디떽 원정훈 대표.

로봇 치킨 회사 디떽 원정훈 대표.


로봇을 다루는 사람들도 이런 의뢰를 받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치킨 튀기는 로봇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대구 동성로는 좋은 의미에서 옛날 생각이 나는 유흥가였다.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앞 큰 골목에는 대형 문방구나 옷 가게 같은 것이 있었다. 큰 골목 사이의 좁은 골목에는 작고 오래된 것 같은 식당들이 보였다. 반일 감정이 한창이라 서울의 유니클로 매장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였지만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옷을 샀다. 서울과 다를 바 없는 듯한 느낌이 나면서도 어딘가 옛날 기분이 나는 골목, 상냥한 듯하면서도 완고한 사람들, 이게 막연히 이야기하는 TK 정서인가 싶었다.
오늘의 목적지 역시 동성로 근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동성로의 옛날 느낌과는 전혀 다른, 어쩌면 한국 외식 산업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로봇 치킨이었다. 2019년 10월 말의 일이었다.
“치킨 가격을 알게 된 거예요.” 디떽의 쇼룸이자 레스토랑 역할을 하는 동성로 매장에서 원정훈 대표가 말했다. 로봇 치킨 회사 대표라고 해서, 요즘 007 시리즈에서 Q 역할을 맡은 벤 위쇼 같은 젊은이를 상상했지만 늘 상상은 현실과 다르다. 나와 마주 앉은 원정훈 대표는 얼굴이 검게 탄 덩치 큰 남자였다. 목이 굵고 손이 크고 상냥한 말투지만 진한 경남 사투리를 썼다. 벤 위쇼라기보다는 얼굴이 까만 이만기에 더 가까운 인상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 놀라웠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랬다. 원정훈 대표는 로봇과는 아예 상관없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인테리어와 건축 시공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다 장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9년 정도 국숫집과 커피숍을 운영했다. 그러다 돈을 벌기 위해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차렸다. “그러다 단통법이 생겼어요.”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냥 지방 도시의 작은 사업가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그는 세상의 흐름에 눈을 뜬다. “그다음에는 ‘앞으로 수수료 사업 시대가 오겠구나’ 싶어서 비대면 결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요. 배달대행업체들과 일하면서 그 업체들에게 솔루션을 주었죠.” 원정훈 대표는 거기서 치킨 가격의 구조를 알게 됐다.
“1만5000원짜리 치킨이 있다면 배달료가 3000원이에요. 재료비도 적고요.” 우리 주변의 상품들처럼 치킨 가격 역시 그걸 튀기고 포장하는 사람의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부부 두 명도 치킨집을 할 수 있었다. 아내가 치킨을 튀기고 조리하는 일을 맡고 남편이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배달대행업체의 등장으로 치킨집들은 마진의 일부를 배달대행업체와 나누고 배달을 아웃소싱한 셈이었다. 원정훈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로봇에게 치킨을 만들게 하면 인건비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치킨 만드는 로봇을 제작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원정훈 대표는 어쨌든 해보기로 했다. 2017년 12월의 일이었다.
“로봇을 다루는 사람들도 이런 의뢰를 받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치킨 튀기는 로봇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축을 몇 개를 써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팔꿈치나 손목처럼 굽히고 돌아가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 축이다. 3축 이상을 로봇이라고 한다. 축이 몇 개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축이 많아질수록 단가가 올라가고 고장 확률도 높아진다. 필요 이상으로 관절이 많거나 힘이 세면 그것도 다 낭비다.


닭이 담긴 바구니를 기름에 넣어 튀기는 역할을 하는 디떽의 치킨 로봇.

닭이 담긴 바구니를 기름에 넣어 튀기는 역할을 하는 디떽의 치킨 로봇.

디떽의 치킨 로봇은 6축 다관절 로봇이다. 사람이 시간당 4마리 튀길 때, 치킨 로봇은 300~500마리를 튀긴다.

디떽의 치킨 로봇은 6축 다관절 로봇이다. 사람이 시간당 4마리 튀길 때, 치킨 로봇은 300~500마리를 튀긴다.

디떽의 치킨 로봇은 6축 다관절 로봇이다. 사람이 시간당 4마리 튀길 때, 치킨 로봇은 300~500마리를 튀긴다.

디떽의 치킨 로봇은 6축 다관절 로봇이다. 사람이 시간당 4마리 튀길 때, 치킨 로봇은 300~500마리를 튀긴다.

원정훈의 치킨 로봇은 6축 다관절 로봇이다. 축이 6개쯤 되면 튀김과 관련된 모든 일을 로봇이 할 수 있다.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니 치킨 로봇은 꽤 복잡한 일을 했다. 우선 닭을 담은 바구니를 든다. 로봇 팔이 반대편으로 180도 돌아서 기름이 끓고 있는 통으로 간다. 팔이 내려가서 바구니를 기름 속에 담근다. 닭이 다 튀겨질 때까지 기다린다. 닭이 다 튀겨지면 다시 로봇 팔이 움직여 바구니를 든다. 바구니를 든 채 다시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바구니를 내려준다. 이게 원정훈이 2년 동안 실험한 결과였다.

모든 디테일에 이유와 시행착오가 포함돼 있었다. 튀김용 철제 바구니에 담긴 닭을 옮기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기성 튀김 바구니에는 길게 손잡이가 튀어나와 있어서 그걸 사람이 손으로 잡으면 된다. 로봇이라면 그 손잡이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바구니 손잡이 하나를 잡겠다고 정밀한 손을 만들 수는 없다. 로봇 전용 튀김 바구니를 따로 만드는 것도 초기 단계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닭을 옮기는 동시에 치킨 바구니를 수평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별도의 걸이가 필요하다. 원정훈은 나름의 연구 끝에 적당한 구조의 걸이를 개발했다. 닭과 바구니를 들어 올리는 무게 역시 정확하게 계산되었다. 로봇이 낼 수 있는 힘 역시 단가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바구니 걸이 같은 하드웨어 말고도 개발할 게 많았다. 어쩌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로봇 자체는 바보 상태예요”라고 말한 원정훈의 말대로였다. 하드웨어는 시작일 뿐 그 하드웨어로 어떤 동작을 어느 시간 동안 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꼭 필요했다. 원정훈은 시행착오 끝에 소프트웨어도 완성했다. 치킨을 걸어서 옮기는 일, 다 튀겨진 치킨을 세 번 털어 기름을 제거하는 일, 내가 치킨 로봇에서 보았던 모든 동작이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제 출발점일 뿐이었다. 그 로봇으로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원정훈 본인은 이 사업을 하기 전에 치킨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의 일이 늘어난 이유다. 로봇은 치킨을 튀겨줄 뿐 맛있게 튀기는 건 결국 조리법, 튀김법 등 사람의 설정 값에 달려 있다. 그는 물 반죽과 가루 반죽 등 치킨의 반죽 종류까지 익혔다.
이런 실험을 하기에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 대구였다. 진주 사람인 그가 디떽을 대구에 차린 이유이기도 했다. 서울 사람들에게 경상도 말 쓰는 사람은 다 경상도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경남과 경북 사람들이 느끼는 지역의 거리감은 작지 않다. 그런데도 원정훈은 대구로 왔다. “한국의 큰 치킨 회사 본사는 다 대구에 있어요. 그런 곳과 일하는 파우더업체, 소스업체, 이런 곳도 다 대구에 있습니다. 담당자들을 만나서 설명을 듣기에도, 샘플을 받기에도 대구가 가장 좋습니다. 서울보다 훨씬 좋아요.” 원정훈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서울 밖에도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나름대로 닭 조리 비법을 익히고 치킨업계의 현재를 받아들여서 만든 게 우리가 앉아 있던 동성로의 디떽이었다.
여기서 로봇의 존재감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가게 어디에도 ‘로봇 치킨’, ‘로봇이 튀겨드립니다’ 같은 말이 없었다. 손님은 사실 누가 닭을 튀기는지 큰 관심이 없다. 요즘은 마케팅이나 브랜딩, 홍보 같은 요소도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결국 사람을 행동으로 이끄는 건 품질과 가격이다. 원정훈이 치킨 사업에 뛰어들고 로봇 치킨을 만들기로 한 이유도 치킨 가격의 구조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정훈은 디떽에 매우 소비자 친화적인 판매 전략을 도입했다. 무한 리필. 디떽은 갓 튀긴 치킨을 달라는 대로 준다.
치킨 무한 리필. 이거야말로 로봇이니까 할 수 있는 치킨계의 신기원이다. 치킨의 무한 리필은 고기 뷔페나 무한 리필 훠궈처럼 식재료만 갖다 주면 되는 일이 아니다. 튀겨져 있어서 눅눅한 치킨을 새로 주는 것도 아니다. 원정훈은 무한 리필 치킨을 달라고 할 때마다 새로 튀겨준다. 치킨을 새로 튀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 4월 〈국민일보〉에서는 치킨을 튀겨본 조현우 기자의 체험기가 나왔다. 이날 기자가 튀긴 치킨은 시간당 4마리, 그중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건 2마리였다. 숙련된 치킨 조리사들에게도 치킨을 튀기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치킨 로봇을 쓰면 5시간에 500kg, 마리로 환산하면 300~500마리는 튀길 수 있다. 비교가 안 되는 효율이다.
“닭을 튀기면서 들이마시게 되는 유증기 때문인지 몸 컨디션이 이 일을 시작하기 전인 몇 년 전에 비해 떨어진 게 느껴집니다.” 효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실제로 올라온 글이다. 유증기 역시 치킨 가게 점주들의 진지한 고민이다. 기름을 끓이면 유증기가 나온다. 유증기는 아주 작은 기름 방울이 안개 모양으로 공기 중에 분포된 상태다. 기름 판 수증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글을 올린 사장님은 ‘유증기를 그만 맡고 싶어서’ 유증기를 맡지 않아도 되는 오븐구이(닭이라는 아이템을 버리지는 못하겠다고 했다)로 업종을 바꿨다고 했다.
“여기 가게에 끈적한 거 있죠?” 원정훈도 유증기 이야기를 했다. “이게 다 유증기입니다. 점주들 건강에도 안 좋아요. 치킨 로봇을 밀폐형으로 만들면 유증기가 하나도 없는 치킨집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치킨 로봇에는 물건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명분이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원정훈을 만나고 며칠 후에 만난 음식평론가 이용재도 원정훈과 비슷한 말을 했다. “튀김은 시간과 온도라는 조리 데이터가 나와 있어요. 제빵처럼 적정 온도가 세팅되어 있는 정적인 조리입니다. 기계가 그 일을 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기존에 없던 설비가 주방으로 들어오려면 목적이 있어야 해요. 치킨에는 명분이 있죠. 안전 문제가 있잖아요. 열과 유증기로부터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이용재는 중요한 지점을 하나 더 짚었다. 로봇 치킨은 크게 보면 기계가 얼마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는 인간을 대체하는 데 실패했다. 인식률은 낮고 에러도 잘 나서 사람이 처리하는 게 훨씬 빠르다. 하지만 튀김은 다르다. 매뉴얼이 기계화될 수 있으며 인간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런 면에서 로봇 치킨에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다.
명분도 명분인데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다. 원정훈은 말이 필요 없다면서 치킨을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내가 먹던 보통 치킨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로봇이 튀긴 치킨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냥 ‘치킨이네’ 싶은 그런 맛이었다. 더 맛있지도, 맛의 완성도에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그게 원정훈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사람이 하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어야 시장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우리는 치킨을 자주 시켜 먹으면서도 그 치킨을 만들기까지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여름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뜨겁고 유증기가 넘치는 주방에서 누군가가 치킨을 튀긴다. 그걸 배달하는 배달원 중에는 전과자 등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기에는 조금 힘든 사람도 있다. 치킨집이라는 개인 사업자 입장에서 배달 대행 앱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배달과 홍보를 아웃소싱하며 매출의 일부를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간다는 점이다. 거기 더해 만약 치킨 튀기는 기계가 대중화된다면 가장 큰 변화는 치킨집 사장님들이 유증기와 고온의 기름이라는 유해 환경에서 해방된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겠지만.



로봇 커피 카페 라운지엑스의 황성재 대표.

로봇 커피 카페 라운지엑스의 황성재 대표.


라운지엑스에서는 로봇이 그 공간의 뮤즈였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 테이블에 팔 두 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바리스타 로봇이었다.

라운지엑스의 바리스타 로봇.

라운지엑스의 바리스타 로봇.

빵을 나르는 로봇.

빵을 나르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은 주문을 받으면 컵에 커피 가루가 들어 있는 커피 드리퍼를 올리고 주전자를 집은 후 미리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커피를 내린다.

바리스타 로봇은 주문을 받으면 컵에 커피 가루가 들어 있는 커피 드리퍼를 올리고 주전자를 집은 후 미리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커피를 내린다.

로봇이 진출하고 있는 식음료 분야가 하나 더 있다. 커피다. 서울 시내에 로봇이 커피를 내려준다는 사실을 내세운 곳도 벌써 2~3군데는 된다. 그중 하나인 역삼동의 라운지엑스를 찾았다.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는 사무 건물 지하 2층에 자리한 곳이었다.
라운지엑스는 디떽과는 모든 면에서 분위기가 달랐다. 가장 다른 건 로봇의 존재감이었다. 디떽의 로봇은 3D 업종 종사 노동자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증기를 뒤집어써가며 치킨을 튀기고 있었다. 반면 라운지엑스에서는 로봇이 그 공간의 뮤즈였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 테이블에 팔 두 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바리스타 로봇이었다. 바리스타 로봇은 주문을 받으면 컵에 커피 가루가 들어 있는 커피 드리퍼를 올리고 주전자를 집은 후 미리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커피를 내린다. 내가 취재를 위해 찾았던 지난해 11월에는 세 가지 종류의 원두를 내리는 세 가지 알고리즘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게 로봇 바리스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는 커피 맛 역시 매뉴얼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핸드 드립 커피야말로 직접적인 증거였다. 라운지엑스는 원두 종류에 따라 온도와 드립 방식을 세분화했다. 에티오피아산 원두에는 나선형으로 커피 물을 내리는 ‘스파이럴 푸어 오버’를 쓴다. 최고 온도는 92℃, 최저 온도는 86℃. 온도가 2℃ 내려갈 때마다 물을 붓는 양도 달라졌다.
라운지엑스를 만든 황성재 대표 역시 식음료 사업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발명왕 출신 사업가다. 발명 특기로 광운대학교에 입학했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대에 만든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후 계속 새로운 발명과 투자를 하며 경력을 쌓았다. 바리스타 로봇이 활약하는 라운지엑스 역시 그가 진행하는 사업의 일부다.
커피 로봇의 명분은 치킨 로봇의 명분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커피 내리기는 튀김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거기 더해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가 맛있을지도 관건이다. 커피를 내려 먹는 건, 특히 커피숍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먹는 건 사실상 인간 대 인간의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내 눈앞에서 정성껏 커피를 내려주는 저 바리스타와 뭔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로봇 커피는 그 점에서 아직 조금 더 갈 길이 멀다. 황성재 대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라운지엑스를 ‘기술과 공간을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라고 표현한다.
라운지엑스의 기술이 ‘새로운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로봇이 하나 더 있다. 빵을 나르는 로봇인 ‘빵 셔틀’이다. 일정한 시간이 될 때마다 빵 셔틀이 자리를 돌아다니면서 빵을 나누어준다. 이 역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한다기보다는 인간을 즐겁게 하는 콘텐츠로 기능하는 경우다. 그 콘텐츠의 가치가 어떨지는 앞으로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다.

원정훈의 명분과 디테일 역시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는 벌써 프랑스에 자신의 치킨 로봇을 판매했다고 했다. 치킨 로봇의 가격은 7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하드웨어가 4200만원, 소프트웨어가 3000만원이다. 창립 2년이 안 된 작은 회사의 기계가 다른 나라로 팔리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서 유증기에 더 강한 건 아닐 테니까.
이번 취재에서 가장 놀란 점은 로봇 치킨도 로봇 커피도 아닌 원정훈의 통찰이었다. “지금까지의 자산은 부동산이나 현금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게 자산이 아닙니다. 플랫폼을 통해서 모이는 빅데이터가 자산이 될 거예요. 디떽의 로봇 치킨이 전 세계에 퍼진다면 사람들이 치킨의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맛 데이터’를 알 수 있겠죠. 그런 게 진짜 자산이 되는 세상이 올 겁니다.”
나는 놀라서 물어보았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원정훈 대표는 겸연쩍어하면서 말했다. “여기저기서 들었습니다. 제가 뭐 듣는 걸 좋아해서요.” 대구에서 치킨 사업을 하는 진주 출신의 사업가도 세계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었다.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은 세상의 흐름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가. 당신은 그 흐름을 의식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로봇 치킨과 로봇 커피가 남긴 질문이다.
로봇이 튀기는 치킨, 로봇이 내리는 커피는 맛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