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더 많은 재미를 원하는 미담 자판기 강하늘

강하늘은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다. 다만 재미를 좇을 뿐. 더 많은 재미를 고민할 뿐.

BYESQUIRE2020.02.19
 
 
 

강하늘은 더 많은 재미를 원해 

 
SSFC 오피셜 클럽 블레이저, SSFC 볼 캡 모두 골스튜디오. 터틀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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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G 롱 재킷, SSFC 윈드브레이커 셔츠, 솔리드 우븐 쇼츠 모두 골스튜디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퍼 아일랜드 슬리퍼 by ETC 서울. 목걸이 크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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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 그래픽 후디 골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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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 그래픽 후디 골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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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 그래픽 후디 골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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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저기 소파나.
아유,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불편한 의자잖아요. 자리도 너무 구석지고.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인터뷰할 거예요.
거뜬합니다. 아, 기자님 괜찮으면 소파에 앉으세요. 저는 원래 이런 자리도 좋아해요.
작년에 제대했잖아요. 보통은 사서 고생하던 사람도 군대 다녀오면 성향이 바뀌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생존 본능이 예민해지는 쪽으로, 나쁘게 말하면 작은 추위나 불편도 잘 못 참는 식으로.
하하하.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전 그런 건 없고요, 군대 다녀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사실 제가 군대에서 가장 힘들어했던 게, 모두 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어제 한 일을 오늘 또 해야 하고 오늘 한 일을 내일 또 해야 하고. 제가 좀 자유분방한 편이라 처음에는 그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그 안에서 계속 그렇게 스트레스받을 수는 없잖아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죠. 다시 보니까 좋은 점이 많더라고요. 밖에선 시간이 없어서 못 읽던 책도 읽을 수 있고, 저랑은 접점이 없던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나중에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군대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렇죠. 굉장히 절제되어 있는 환경이다 보니까 오히려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다들 자기한테 재미있는 부분을 찾잖아요. 이를테면 제 선임인 친구는 강가에서 잡은 물고기를 키우기도 했고. 그런 기괴한? 기묘한 면들이 재미있었죠.
어제 〈트래블러〉 최창수 PD와 통화했어요. PD님도 그러더라고요. 강하늘 씨 성격의 바탕에는 일종의 진취성이 있는 것 같다고.
감사하네요.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요,어떤 말씀인지는 알 것 같아요. 진취성이라기보다는… 저는 항상 재미있는 걸 찾긴 해요. ‘즐겁게’, ‘재미있게’가 제 하루하루의 목표예요. 부정적 감정을 갖는 시간에 재미있는 걸 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고 기분도 좋잖아요. 그래서 나쁜 일이 생기면 ‘그걸 재미있게 풀어나가려면 어떡해야 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것 같아요. 뭐 원체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 이름까지 다 외우는, 그런 면모로도 유명하잖아요. 그건 재미를 좇는 것과는 다른 부분 아닐까요?
저랑 일하는 사람도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매 순간 즐거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촬영 한번 들어가면 3~4개월 걸리는데, 그동안 계속 “저기요” 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그 사람도 이름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거지, 제가 뭐 ‘모든 스태프의 이름을 외우겠어’ 마음먹고 리스트 줄줄 외우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하늘 씨는 미담이 많기로 유명하죠. 저는 그게 천성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강하늘’이 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인지 궁금했어요.
그런 것 하나하나가 노력이었다면 저는 재미를 못 느꼈을 거예요. 천성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력은 아니라는 거죠. ‘이 안에서 재미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정도 고민과 노력은 해요. 하지만 저는 제 이득을 위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받아가면서 뭔가를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 그건 ‘부정적 노력’이거든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뭐랄까, 굉장히 갈지 자 행보를 그리고 있어요. 그것도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코믹 했으니까 다음은 멜로, 멜로 했으니까 다음은 스릴러, 뭐 그런 식으로 전략적 선택을 한 건 아니에요.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 어떤 이미지를 보여줘야겠다 생각하지도 않고요. 제 작품 선택 기준은 딱 하나예요. 제가 재미있게 읽은 대본.
소위 말하는 ‘연기 변신’ 같은 걸 염두에 두지는 않는군요.
맞아요. 그렇게 표현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딱히 그런 걸 의도한 건 아닌데’ 싶죠. 인터뷰하면서 느끼시겠지만 저는 굉장히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거든요. 커다란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건 정말 운이 잘 따라서라고 생각해요. 겸손 떨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요. 스트레스받지 않고 재미있게만 하면서 흘러 흘러 살아왔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
요새는 연극을 하잖아요. 〈동백꽃 필 무렵〉 같은 흥행작 뒤에 이런 규모의 연극을 하는 것도 전략적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어요.
아,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마음은 있어요. 저는 부모님이 다 연극을 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연극하는 부모님 친구분들을 많이 봐왔고, 그때는 연기라는 게 연극에서밖에 못 하는 건 줄 알았을 정도예요. 문제는 관객이 안 들어서 연극 무대가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거였죠. 제가 보기엔 너무 좋은 작품인데.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연극 무대를 찾지 않을까. 나를 보러 왔다가 좋은 작품을 만나고, 다른 좋은 연기자들을 만나고, 그런 순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드라마 〈미생〉 끝나고는 연극 〈헤롤드&모드〉를 했고, 〈동백꽃 필 무렵〉이 끝나고는 〈환상동화〉를 택했죠. 드라마가 잘됐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뜻이잖아요.
영향력을 활용하는 거군요.
사실 저도 의심을 해요. 이게 맞는 방식인지. 너무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잖아요. 우리나라 연극계가 얼마나 큰데, 제가 감히 뭐라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그런데 〈헤롤드&모드〉를 할 때도 그렇고 지금 〈환상동화〉를 하면서도 그렇고, 무대에 설 때면 또 확신 비슷한 게 생겨요. 그 하루하루가 저한테 ‘너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물론 작품이 좋아서겠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니까.
〈환상동화〉의 경우에는 동료 배우와의 약속도 얽혀 있다고 들었어요.
약속…? 아! 약속까지는 아니고요. 제가 2009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 〈환상동화〉 공연을 보러 갔었어요. 제일 친한 친구인 최정헌 배우랑 같이요. 그런데 작품이 너무 마음 따뜻하고 예쁜 거예요. 그날 정헌이랑 소주 한잔하면서 그랬죠. “나중에 우리 능력이 되면 이 작품 꼭 같이 해보자.” 그 후로 각자 커리어를 쌓다가 결국 지금 이렇게 만나게 된 거예요. 10년 전에 이 작품 꼭 같이 해보자고 술 마시면서 얘기했는데, 지금 같이 무대에 서고 있는 거죠. 어제도 같이 무대에 섰고요. 그 느낌이 참, 되게… 신기하죠.
그때부터 배역도 생각했을까요? ‘나는 사랑광대, 너는 한스’ 하고.
아유, 뭐 그런 계획 아무것도 없었고, 그냥 막연히 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환상동화〉라는 작품을.
배역 욕심보다는 작품 욕심이 많은 편인가 봐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배역 욕심은 거의 없어요. 정말 없어요. 제가 항상 스스로 되뇌는 말이 있어요. 연기자는 작품보다 튀면 안 된다고. 그게 저의 음, 뭐라 그럴까, 저의 어떤… 완고한… 아집이랄까요?(웃음)
신조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한 작품을 보통 여러 연기자가 함께 하잖아요. 각자의 할당량이 있고. 제가 그걸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순간에 앙상블이 무너지는 거죠. 제가 스무 살 때 연극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하면서 그걸 배웠어요. 너무 좋은 형들이랑 같이 했거든요. 무열이 형(김무열), 정석이 형(조정석), 주원 형… 그 안에서 앙상블의 중요성을 배웠고, 작품을 위해서 연기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죠.
아까도 언급했지만, 작년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예상했어요?
저는 진짜 전혀 예상 못 했어요. 물론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제가 재미있어한 부분은 이런 거였거든요. 자꾸 엄마랑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 읽고 전화도 드렸고. 그런 생각이었죠. ‘설령 시청률이 잘 안 나온다 해도, 나중에 누군가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으로 본다면 마음에 깊이 남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일 거야.’ 따뜻한 작품일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이렇게 큰 인기를 받을 줄은 몰랐던 거죠.
멜로는 두 번째죠? 왕성하게 활동한 것에 비해 유독 멜로를 안 했어요.
맞아요. 영화 〈좋아해줘〉랑, 처음부터 나오진 않았지만 〈엔젤 아이즈〉랑… 〈동백꽃 필 무렵〉이 세 번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에요. 저는 대본을 받으면 빠른 시일 내에 읽고 답변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한테 대본을 보내주신 데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까요. 그래서 먼저 들어온 대본을 읽고 재미있는 걸 빨리 선택하죠. 그러다 보니 공교롭게 기회가 비껴갔던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고도 했어요. “하늘 씨는 남자 배우랑 같이 있는 게 더 괜찮아.”
그런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어요.(웃음) 정말 그런가…?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예쁜 분들이랑 같이 있으면 좀 굳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말을 어떻게 걸어야 되지?’ 그런 느낌?
하하하. 솔직하네요.
좀 굳어요.(웃음) 근데 그게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게 더 편하다거나 여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게 더 어렵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고요. 뭐라고 할까… 그냥 작품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작품만 보고 하기 때문에, 멜로 비중이 적은 건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LTG 롱 재킷, SSFC 윈드브레이커 셔츠 모두 골스튜디오. 목걸이 크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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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C 유니폼 쇼트 슬리브 셔츠, SSFC 저지 팬츠 모두 골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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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C 저지 후디드 스웨트셔츠, SSFC 저지 팬츠 모두 골스튜디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지 모두 크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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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윈드 풀오버, 플로킹 후디, 웜업 팬츠 모두 골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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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동주〉는 명실공히 배우 강하늘의 대표작이 됐죠.
저는 제가 하는 작품은 다 사랑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동주〉입니다. 작품도 좋고 내용도, 대본도 좋지만 그걸 다 떠나서 촬영 환경이 제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굉장히 저예산 영화였거든요. 감독님이 윤동주 시인의 삶을 말하는 영화를 자본의 힘으로 찍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 카메라 앞에만 물을 뿌리면서 비 맞는 연기를 하고, 장소 섭외가 안 되면 다 같이 몰려가서 부탁하고 그랬어요. 조명 빌릴 돈도 충분치 않아서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비추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현장만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다 같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으 으’ 찍는 느낌.
흑백이라서 투자를 못 받았나 했어요. 그런 작가주의적 요소는 투자자들이 겁내니까.
흑백으로 촬영한 것도, 우리가 기억하는 윤동주 시인은 흑백이잖아요, 그걸 컬러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감독님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자본으로, 컬러로 이 사람을 화려하게 꾸미고 싶지 않았던 거죠. 저도 그 부분이 너무 좋았고요. 그런데 그렇게 찍은 영화가 또 너무 잘됐잖아요. 많은 분들이 그 뜻을 알아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더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솔직히 〈동주〉 촬영이 지금껏 가장 힘들었어요. 그런데 촬영 현장이 힘들었다거나 캐릭터 표현이 힘들었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하잖아요, 연기라는 걸. 그리고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면, 그럼 평생 지울 수 없는 한 컷이 남는 거예요. ‘내가 윤동주라는 사람을 제대로 표현했나?’ ‘윤동주 시인이라면 과연 이렇게 했을까?’ 그런 고민이 끊임없이 따라오는데, 내가 그날 카메라 앞에서 한 게 그냥 평생 그 모습으로 남으니까… 아, 정말 힘들었어요.
촬영 기간 동안 잠도 거의 못 잤다고 들었어요.
오늘 찍은 걸 후회하고 있다 보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 찍을 장면을 생각해야 되고, 그랬죠.(웃음)
민감한 역할을 여럿 했잖아요. 윤동주 시인은 물론이고 청각장애인, 아직 생존해 있는 국가 폭력 피해자…. 그래서 저는 배우 강하늘이 굉장히 용감한가보다 했어요.
중압감이 있을 수밖에 없죠. 왜냐면 항상 불확실성 안에 있는 거잖아요. 연기는 ‘이게 맞나, 틀리나’ 계속 고민하고 불확실성을 안고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다만 작품이 좋으면 그냥 선택하는 거죠. 연기의 어려움은 나중 일이라고, 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이면 분명 제가 그 작품에 애정이 생길 거고, 그러면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그 순서가 뒤바뀌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이 아니라 이 역할에 대한 연기만 고민하고 욕심을 내다보면. 굉장히 미묘한, 종이 한 장 차이의 순서 변화인데 굉장히 다르게 다가오는 거죠.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도 찍었어요. 아까 언급한 〈트래블러 2〉. 어떤 걸 기대해요?
제가 뭘 기대한다기보다, 100% 재미있을 거예요.(웃음) 아마 최창수 PD님은 지금 편집하면서 잘라내느라 더 힘드실걸요. 너무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 많았거든요. 물론 아르헨티나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그게 많이 힘들긴 했는데요, 사람들이 워낙 좋았어요. 성우(옹성우)랑 재홍이 형(안재홍)도 그렇고, PD님도 그렇고, 작가진, 카메라 감독님들… 좋은 사람들이랑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고, 그런 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비행기를 힘들어하시죠. 폐소공포증 때문에.
맞아요. 그래서 사실 〈트래블러2〉도 몇 번이나 고사했어요. 제가 들어가서 괜히 다른 분들께 폐만 끼칠 것 같은 거예요. 제가 불안감에 빠지면 그걸 고쳐줄 사람은 없거든요. 저 혼자 감내해야 하는 건데, 분명 다들 그런 저를 걱정할 테고요. 민폐인 거죠. 다행히 최창수PD님이 계속 설득해주셨어요. 어떤… 믿음?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 그런 걸 많이 주신 것 같아요. 합류하기로 한 가장 큰 계기도 최창수 PD님이었어요. 한번 보라고 직접 정리한 아르헨티나 여행 자료를 주셨는데, 자료 두께가 무슨, 이만큼이나 되는, 거의 가이드북을 주시는 거예요.(웃음) ‘아, 이 정도로 작품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분과 함께 간다면 내 인생에 남을 추억이 되겠다’ 생각했죠.
결과물에서도 드러나죠, 그런 애정이. 시즌 1도 억지로 재미를 첨가한 요소가 거의 없고, 여행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담백한 느낌이었어요.
맞아요. 저희한테 뭘 주문하고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제발 그냥 여행처럼 즐기기를 바라시더라고요.
하늘 씨도 워낙 자연을 좋아하잖아요. 다큐멘터리도 좋아하고. 배우가 안 됐다면 다큐멘터리 쪽 일을 지망했을 것 같다고 했어요.
맞아요. 자연도 그렇고, 우주 다큐멘터리도 굉장히 좋아해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월정액으로 끊어서 휴대폰 앱으로 틈틈이 보고 있거든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글쎄요, 그냥 보면서 ‘우와’ 하게 되는 순간들도 좋고, 새로운 걸 알아가는 부분도 재미있고요. 물론 다큐멘터리도 연출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연 상태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런 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휴대폰으로도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집에 TV는 없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여전히 그래요? 혹시 군대에서 TV 보는 재미에 빠졌다거나….
제가 군대에서 우리나라 걸 그룹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죠.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시더라고요.(웃음) 집에 TV를 안 두는 건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래요. 시간 있으면 책 읽거나 다큐멘터리 보는 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저도 TV가 없어요. 뭘 켜놓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하는 편이라서.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지금 트렌드가 뭔지 따라잡지 않고서 이 일에 충실할 수가 있나? 대중이 뭘 원하는지 모르고서?’ 배우에게도 유효할 질문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남을 위해 사는 건 행복하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제가 행복하고 싶고, 제가 재미있는 걸 하는 게 좋아요. 무언가를 의식한 선택보다 그냥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을 택하는 게 우선인 거죠.
그러네요. 트렌드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배우의 강점도 있겠죠. 연극 이후 작품 일정은 있나요?
100% 정해진 건 아직 없어요. 제가 제대하자마자 〈동백꽃 필 무렵〉에 합류했거든요. 끝나고 바로 〈트래블러 2〉 다녀왔고, 바로 또 지금 연극하고 있고요. 휴식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공연 끝나면 잘 쉬려고요. 그게 다음 작품입니다. ‘쉼.’(웃음)
어떤 게 잘 쉬는 걸까요?
뭘 안 하는 게 좋은 휴식인 것 같아요. 멍때리고, 그냥 앉아 있고, 그냥 누워 있고, 책 읽고, 게임 하고 싶어지면 게임하고, 영화 보고 싶어지면 영화 보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죠.
멍때리는 거 잘해요?
이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잘해요. 으하하하. 완전 잘해요. 무아지경이 되죠. 그냥 딱, 블랭크(blank). 그게 가장 큰 휴식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모난 구석이 없네요.(웃음) 하늘 씨에게도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예의 없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어른들께 예의 없게 구는 사람들, 잠깐 마주치는 분들께 예의 없게 구는 사람들. 택배 기사, 택시 기사, 아파트 경비…. 제 친구가 그렇게 하면 저는 혼내요. 친분이 없는 사람이면 거리가 생기죠. 마음의 거리가.
스스로가 싫어지는 때도 있을까요?
음, 아뇨. 다 좋아요.(웃음) 자아도취 같은 게 아니고, 그냥 저는 저를 되게 좋아해요. 특히 제 큰 얼굴을 가장 좋아하고요. 대학교 입시 때도 그랬어요. 가장 큰 장점이 뭐냐, 큰 얼굴입니다.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우리 엄마, 아빠가 쉽게 찾을 거라고 말이죠.
확실히 연극배우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멀리까지 감정 전달도 잘될 테고. 연극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드라마나 영화는 ‘커트의 예술’이죠. 어디서 편집되는지, 0.1초 차이로 굉장히 달라지는. 좋은 호흡이 좋은 커트를 만들긴 하겠지만, 어쨌든 커트가 가장 큰 변수인 거죠. 그런데 공연에서는 그런 게 없잖아요. 상대 연기자의 호흡은 물론이고 관객의 호흡까지 다 주고받거든요. 그게 느껴지는 순간이 굉장히 재미있죠. 매일 같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매일 다른 연기를 하는 거죠. 관객이 달라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호흡을 주고받으며 NG 없이 해내고 있다는 ‘라이브’한 느낌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오늘 촬영 주제가 ‘Madness’였잖아요. 배우 강하늘의 광기 혹은 몰입은 어떤 형태일까요?
제가 휴대폰 배경화면과 카카오톡 프로필에 계속 써놓은 문구가 있어요. “세상에 행복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을 기뻐하라.” 아잔 차라는 스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사람들이 행복을 찾다가, 행복하려다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죠. 행복하려 하지 말고 즐겁게 살라고요. 저도 한때는 행복이 제 인생의 최우선 목표였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그냥 재미있는 게 좋은 거예요. 즐거움, 재미. 저는 항상 거기에 몰입해 있는 것 같아요. 나쁜 상황이면 ‘이걸 어떡하면 재미있게 바꿀 수 있을까?’, 재미있는 상황이면 ‘어떻게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늘 그걸 고민하죠.
초지일관이네요. 얘기 나누다 보니까 ‘미담 자판기’가 아니라 거의 ‘재미 자판기’인데요.
하하하. 그거 재미있네요, 재미 자판기. 마음에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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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백진희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강혜원
  • STYLING 윤상영
  • HAIR & MAKEUP 구현미
  • ASSISTANT 윤지수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