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바뀌는 직장 풍경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라도 한국인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듯하다. 위계와 눈치로 이뤄진 습관적인 패거리 꼰대 문화 대신, 개인의 시간과 자율을 존중하는 합리적 개인주의가 도입될 때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

tvN 드라마 〈비밀의 숲〉

1. 상무부터 사원까지 우르르 나가 단체로 점심 먹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상무님,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과 다 같이 반찬을 공유해서 먹는 식사는 그만할 때도 됐다. 개인위생과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혼밥을 장려하자. 점심은 맘 편하게, 깨끗하게 먹자.

2. 어쩔 수 없이 같이 밥 먹어야 할 자리가 생긴다면, 각자 원하는 메뉴를 시켜서 따로 먹자.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에게 “우리 이거 2개 시켜서 나눠먹자” 같은 말은 하지 말자.

3. 윗분들이여, 밥 먹을 때 자기 숟가락과 젓가락은 자기가 챙기자.

4. 술을 거나하게 많이 마시는 회식도 가급적 지양한다. 찌개 안주에 모두의 숟가락을 공유하는 건 지금 당장 없어져야 할 술자리 문화다. 런치 코스를 먹을 수 있는 점심 회식을 추천한다.

5. 집단 감염 사례로 뉴스에 나오고 싶은 게 아니라면, 회식 때 잔 돌려 마시는 것도 안된다. 제발 네가 마신 잔 좀 나한테 주지 말라.

6. 회식에서 술 먹고 고래고래 싸우는 것도 안 된다. 시끄럽고 침만 튄다.

7. 거래처나 협력회사 미팅 후 밥을 사거나 얻어먹는 문화도 없어져야 할 듯하다. 업무 미팅을 했으면 됐지, 굳이 밥까지 같이 먹어야 할까? 커피만으로도 충분하다.

8.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함께 있으면 안 되므로, 쓸데없이 말 많은 회의도 없애자. “자, 각자 이야기 좀 해볼까”로 시작하는 비효율적이고 산만한 마라톤 회의는 이제 근절해야 한다. 웬만한 자료와 의견은 이메일로 주고받고, 디지털 회의로 대체하자. 오프라인 회의 시에는 각자 미리 자료를 준비해와 회의 시간을 단축한다.

9. 부득이하게 회의를 해야 할 경우, 꼭 필요한 인원만 참가하자. 많은 사람이 참가하면 할수록, 회의는 산으로 가고, 절대 안 끝난다.

10. 회사에서 아랫사람을 불러놓고 폭언하는 풍경도 이제 사라져야 할 듯하다. 화내고 소리를 지를수록 침이 많이 튈 수 있다.

11. 손에 침 묻히면서 서류 넘기는 것도 금지다. 그 침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겠는가? 환경을 위해서도 그렇고, 웬만하면 이메일로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자.

12. 부하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도 시키면 안 된다. 위생을 위해서 본인 컵은 본인이 만지자.

13. 이미 사회 전반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전통적인 근무 형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력적인 근무 시간과 유연한 근무 방식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왔다. 집이나 카페, 공유 오피스 등에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보자. 걱정 말라. 자잘한 심부름을 시키는 성가신 상사와 시끄러운 동료가 없으면 능률이 더 오를 수도 있다.

14. 아부성 악수도 금지다. “아이고, 잘 부탁드립니다”, “역시 부장님이 최고입니다” 같은 아부성 멘트와 함께 하는 불필요한 악수는 바이러스만 전파시킬 뿐이다. 예의 바르고 친절한 인사만으로도 충분하다.

15. 상사 눈치 보느라 생긴 습관적 야근 문화도 없어져야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만 커진다. 일이 끝난 사람은 빨리빨리 직장을 떠나라.

16. ‘00의 밤’ 장기자랑, 단체 스포츠 관람, 하계 운동회 등 외로운 사람들이 주체가 돼 만든 불필요한 패거리 문화 및 모임 역시 없어져야 한다. 그들의 그 어떤 외로움도 개인의 건강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17. 주말에 운동을 같이 하자고 불러내거나 업무 외 시간에 부하 직원을 개인사로 호출하는 것도 금지다. 등산은 제발 너 혼자 가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우리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것이다.


- 프리랜스 에디터 나지언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라도 한국인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듯하다. 위계와 눈치로 이뤄진 습관적인 패거리 꼰대 문화 대신, 개인의 시간과 자율을 존중하는 합리적 개인주의가 도입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