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전 세계가 함께 그 고통을 겪고 있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3명의 전문가에게 향후 벌어질 일을 소설처럼 써달라고 부탁했다.


HOW THE WAR WOULD END : POLITICS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The Worst Case Scenario

2020년 10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바이러스를 고의로 퍼뜨렸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증명할 순 없지만 이 ‘차이나 바이러스’가 지금 누구에게 가장 이득이 되고 있는지를 보면 확실하다”라며 기사 링크 하나를 올렸다. ‘미국의 극보수 매체 브레이트바트의 전문가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내용의 10월 10일 자 기사였다. 이미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는 중국이 만든 생화학 무기’라는 설이 미국의 알트 라이트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미국의 극우 변호사 래리 클레이먼이 대표로 있는 프리 워치(Free Watch)가 중국을 상대로 20조 달러(약 2경4600조원)에 달하는 소송을 건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 구세계 문명권에 치명상을 입힌 건 사실이다. 10월 현재 미국의 코로나 전쟁은 질병관리본부(CDC)의 감염학자 매슈 비거스태프의 모델 A, B, C, D 중 최악의 경우인 D 모델의 경로를 달리고 있다. 비거스태프의 모델은 최악의 경우 2021년까지 미국 인구의 60%가 넘는 약 2억1400만 명이 감염되고 17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코로나19에 의료 인력이 집중되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타 질병 사망자는 계산에 넣지도 않은 수치다. 감염자가 급격하게 확산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5월 이후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7월에는 완치율 80%를 넘겼다. 10월 현재 전 세계에서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하고 완치율 80%를 넘긴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한국뿐이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들은 거의 저주를 퍼붓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민심은 반대로 움직였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4월 들어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47%를 넘기더니 7월께에는 52%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캠프는 두 가지 논리를 펼쳤다. 한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염병 확산의 커브를 꺾었다’며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공적을 치하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은 전쟁 중으로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줄 때’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의 생물학적 무기’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더욱 무섭게 작용했다.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을 꺾기 위해 던진 초강수다. 트럼프의 트윗이 나온 직후 조 바이든은 곧바로 CNN과의 화상 인터뷰를 잡았다. 바이든은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의 동생인 앵커 크리스 쿠오모에게 “트럼프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유일한 길은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뿐”이라고 외쳤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구호였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끌어와 크게 한 방 먹인 것이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트럼프의 ‘바이오 전쟁 프레임’은 완벽하게 먹혔고 ‘전쟁 중에는 장수를 갈아치우지 않는다’라는 정서가 대중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진보들은 9·11 사태 이후 지지율 80%를 넘긴 조지 W 부시의 사례를 떠올리며 암담한 심경에 빠졌다. 코로나 전쟁 이전부터 갈등 일로에 있던 미·중 관계는 3차 세계대전이라도 날 듯 극단으로 달렸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할 수 없는 무지한 발언”이라며 “지금 세계의 방역 공장으로 죽을힘을 다해 일하는 중국에 감사는 못 할 망정 누명을 씌우고 있다”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10월 15일 버지니아주의 소도시 샬러츠빌에서는 때아닌 가을 축제가 열렸다. 레드 필 어소시에이션(Red Pill Association)이 개최한 이 행사의 모토는 ‘바이러스는 우리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다. 이 그룹의 명칭에서 ‘레드 필’은 매트릭스의 네오가 먹은 진실의 빨간 알약을 상징한다. 리더인 제니 맥케이시(가명)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바이러스 팬데믹은 전부 가짜”라며 “폐렴으로 죽은 사람을 차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었다고 둔갑시켜 유권자를 농락하고 있다. 매년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정도는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당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2000여 명의 사람들은 공원에 설치된 텐트 아래 모여 함께 맥주를 마시고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트위터에서는 지난 4월부터 번지기 시작한 ‘#가짜팬데믹’ 해시태그를 달고 “TV에서는 뉴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한 명도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등의 글이 수십만 건 검색된다. 코로나19는 전쟁의 논리와 대중의 무지를 먹이로 서서히 다시 확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는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한국과 독일만이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한국의 새로운 확진자는 일주일째 3명 안쪽을 기록했으며 완치율은 80% 후반대까지 올라섰다. 치료 중인 환자 수는 2000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은 계속됐다. 스페인 독감이 그랬던 것처럼 가을에 2차 확산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느슨해진 사회 분위기를 틈타 10월 13일 한국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국의 신보수를 상징하는 ‘알트 코리아’가 현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찰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인도를 통해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으로 모여드는 세력을 무력으로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생물 무기를 사용해 전 세계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범죄 국가 중국을 옹호하는 현 정권을 규탄한다”라며 율곡로에서 시청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주최 측은 3만 명 넘게 모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경찰은 3000명가량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시위대 3000명이 율곡로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2시간에 걸쳐 행진했다. 몇몇 이들은 “감염병 유행으로 가장 이득을 본 건 한국의 독재 정권”, “코로나 바이러스는 586 운동권 세대를 심판하기 위한 천벌”, “애국자는 우한 바이러스가 두렵지 않다”라는 표어가 쓰인 깃발을 들었다. 10월 20일을 전후로 서울 성동구, 관악구, 서대문구 보건소를 중심으로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타났다. 보건 당국은 ‘10월 13일 시위의 영향인지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코로나 전쟁 2막이 시작됐다.


The best Case Scenario

“내 피를 뽑아 가세요.” 중국 상하이에 사는 저우(周)모씨는 10월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해외 계정에 영상을 올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 수많은 미국인과 유럽인이 사망했다. 나 역시 감염 확진을 받았고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아직 고통받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완치 판정을 받은 회복기의 혈장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 피를 뽑아주겠다”라고 밝혔다. 9월 말을 기점으로 수많은 중국인들이 미국에 피를 보내겠다며 나서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각국의 의료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한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혈장 치료 임상 다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중증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와 회복기 혈장을 병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규모 임상을 할 수 없어 과학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급할 때는 찬물, 더운물 가릴 수 없는 법이다. 가장 급한 나라는 미국이다. 전 세계의 확진자 증가 추세는 6월 초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면 확산세가 줄 것’이라는 일부의 바람이 실현된 것처럼 보였다. 당시 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한 남반구 국가들은 북반구 국가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스크를 비축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국경을 걸어 잠그며 확산 방지에 성공했다. 인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가 아직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폐렴 증상까지 치료해주진 못했다. 증가세가 꺾이던 6월 초께 이미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100만 명을 넘긴 상황이었다. 완치율이 날로 높아지고는 있었으나, 병상에 누운 환자들의 상태는 대부분이 중했다. 미국 내에서 혈장을 수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시민 차원에서 불거진 ‘내 피 가져가라’ 운동은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화해의 무드가 미·중 사이에만 번진 건 아니다. 일본 역시 미국과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었다. 다른 국가보다 뒤늦게 적극 검사, 적극 치료에 뛰어든 일본의 확진자 증가 추세는 6월 초 총확진자 10만 명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다만 미국처럼 완치율이 같은 시기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았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시민 단체들 사이에서 ‘일본에 혈장을 보내자’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의료 시스템과 의식 수준을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전쟁에서 먼저 승리한 독일, 한국, 대만 등의 국가 국민들은 소위 말하는 ‘국뽕’을 양껏 들이켰다. 〈폴리티코〉 등의 매체는 코로나19 전쟁이 ‘새로운 애국주의’를 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새 시대의 세계주의를 강화하기도 했다. 코로나 전쟁을 겪으며 세계인들은 이 바이러스가 여러 나라에서 번지는 양상이 결국은 시차를 두고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두 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터지고 나면 그 어떤 국가도 방역을 완벽하게 수행해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2월에는 한국과 중국이 코로나 위험국이었고, 그 뒤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었으며, 그 뒤로는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 적대적 감정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8월의 일본은 5월의 한국’이라며 공감의 마음을 품기 시작한 이유다. 겪어본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은 사람의 필수 조건이 아닌가. 각국의 코로나19 피해는 천차만별이었으나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는 공통의 적’, ‘결국 인류는 하나’라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국경을 걸어 잠그며 ‘자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사람들도 ‘전 세계에서 종식되어야 진짜 종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태평양을 건너고 대서양을 건너 진단 키트와 마스크,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의 치료제가 오가며 국가 간 우호가 두터워졌다. 가장 적대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이어왔던 한·중·미·일의 연대 의식 역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더욱 강해졌다. 2018년부터 계속된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 2019년에 극에 달했던 한일 감정의 잔재는 인터넷 게시판에만 남았다.
코로나19 전쟁의 가장 찬란한 트로피는 ‘반지성주의의 몰락’이었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지기 전까지 미국의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가짜팬데믹” 해시태그를 퍼 나르며 ‘코로나는 감기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이 중환자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걸 봤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이 모습을 감췄고, 한국에선 일명 ‘안아키’(현대 의학을 거부하고 자연 치유로 아이를 키우자는 운동)가 사라졌다. 트럼프 지지층의 굳건한 반석 역할을 해온 반지성주의자들의 입버릇은 ‘그건 당신의 의견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지구가 둥글다고 해도 “그건 당신의 의견”이라 말했고, 신이 없다고 말해도 “그건 당신의 의견”이라 말했으며, 진화를 설명하면 “그건 당신의 의견”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당신의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습니다”라는 말에 “그건 당신의 의견”이라고 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무지한 인종차별주의자라도 “중국에서 온 혈장으로라도 치료받으셔야 합니다”라는 말에 “그건 당신의 의견”이라고 답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반지성주의는 종말의 위기를 맞았다. 사람들은 트럼프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벌고 리얼리티 TV 쇼로 이름을 날린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물리학 박사인 앙겔라 메르켈이 미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옆집 살던 줄리아 할머니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라”라는 한 트윗이 수십만 번 리트윗됐다. 한편 전문가, 특히 의료 전문가에 대한 존경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법학 박사 출신인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은 “저는 법학 박사입니다. 박사까지 하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입니다”라며 “이번 코로나 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전 세계 각국의 질병 관리 전문가들과 일선의 의료진이지 ‘코로나는 감기’라고 말하던 트럼프가 아닙니다”라며 공격했다. 폭스TV를 제외한 미국의 주요 언론은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승리를 점쳤고 대중은 이를 믿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바이오 전쟁’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의 생물 무기’라며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미국인은 이 전쟁의 상대가 중국이라는 트럼프의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았다.
한편 코로나19 전쟁을 비교적 빨리 치른 한국은 평화로운 가을을 맞았다. 여름 개봉을 노렸던 연상호의 〈반도〉가 개봉 시기를 조정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첫 한국 영화로 관객을 찾았다. 〈반도〉가 10월 극장가를 휩쓸며 1000만 관객을 넘긴 가운데, 11월 가을 극장가에서는 제임스 본드(〈007 노 타임 투 다이〉)와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가 거세게 격돌했다. 패자는 없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며 갑갑함에 질식 직전까지 갔던 사람들이 격하게 포옹을 시작했고, 극장은 연인과 친구들이 가장 선호하는 만남의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10월과 11월의 일 평균 관객 수는 지난 2020년 1월 대비 40% 넘게 증가했다.

Who’s the writer?
박세회는 글로벌 미디어 〈허프포스트 코리아〉에서 국제 뉴스를 썼으며 현재는 〈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로 있다.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전 세계가 함께 그 고통을 겪고 있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3명의 전문가에게 향후 벌어질 일을 소설처럼 써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