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천, 수만 개의 영상이 올라오는 혹독한 유튜브 세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유튜버는 어디에, 어디로.



유튜버를 찾아서


데이나를 찾습니다

“데이나 요즘 뭐 하는지 아는 사람?” 탐험의 시작은 어느 커뮤니티 게시 글이었다. 데이나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그가 요즘 무얼 하는지는 궁금했다. 클릭 한 번에 얻게 된 데이나의 정보는 두 가지. 그는 국내 1세대 ASMR 인기 유튜버다. 그리고 실종됐다.
유튜브에 2019년 5월 24일에 올린 영상을 마지막으로 데이나는 모습을 감췄다. 그의 근황을 묻는 게시 글에 누군가는 말도 없이 ‘잠수’ 타서 욕먹고 있다고 평판을 전했고, 누군가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근심을 건넸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데이나를 좇는 이들 중 한 번이라도 그와 실제로 만나본 이가 있을까? 흔적이 끊긴 지 1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화면으로만 보던 인물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모습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추정 구독자 수 60만 명, 누적 조회 수 2억 대 유튜버의 영향력인가.
데이나의 본명은 박다함. 무엇이든지 다 하라는 의미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한 명 있는 친언니가 가끔 영상에 등장한다. 유학 생활을 한 적 있어서인지 데이나는 영어 발음이 유창하다. ASMR 전문 유튜버로 직업을 전향한 지 한 달 만인 2017년 9월에 구독자 수 50만 명을 달성했다. 이후 구독자 수를 대략 60만 명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50만 명 달성 후 구독자 수를 비공개로 전환해서다.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유튜버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였다. 잠깐만, 한 번만 더 클릭하면 데이나의 통장 잔액도 알 수 있겠는데? 데이나는 이런 관심이 무서워 사라진 걸까? 마지막 영상에는 “구독자 수를 숨긴 순간부터 약간의 부담감 혹은 두려움을 느낀 게 보이긴 했음”, “번아웃이 온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1세대 ASMR 유튜버로서 쉴 틈 없이 달렸잖아요”라는 구독자들의 댓글이 달려 있다. 방증은 있지만, 확증도 반증도 찾기 힘들다.
“유튜브를 떠나는 유튜버들이 있죠. 특히 뷰티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떠나요.”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 H 씨가 마시던 오곡 라테를 내려놓았다. 오전에만 온갖 미팅으로 커피를 세 잔 마셨다는 그였다. H 씨는 방송국에서 방송국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만든다. “돈이 더 되는 걸 찾는 거죠. 예를 들어 뷰티 분야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이다 보니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인플루언서에게 높은 금액을 주고 광고 모델이나 홍보 쪽으로 섭외하는 경우가 많아요. 굳이 유튜브를 하지 않아도 돈을 더 벌 기회가 생기면 이탈하는 거죠. 또 한편으로 뷰티 영역은 입지를 완전히 굳힌 유튜버들, 예를 들어 이사배나 포니 같은 빅 인플루언서가 있는 분야이기도 해요. 그들이 이미 만들어둔 콘텐츠의 틀을 벗어나는 구성과 기획의 벽을 넘지 못해 이탈하기도 하고요. 두 경우 다 번아웃이라고 볼 수도 있죠. 번아웃의 정의를 넓힌다면요. 그런데 뭐, 뷰티 분야만 이러겠어요?” H 씨의 지적은 예리했다. 실제로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잔 보이치키는 2019년 11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직접적으로 번아웃을 언급한 바 있다. “많은 분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공유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서문을 연 수잔 보이치키는 “유튜브는 크리에이터 여러분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번아웃 상태에서 회복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여담이지만 외국에 판권 계약까지 맺으며 회사 내 입지를 다져준 H 씨의 유튜브 콘텐츠는 직장 스트레스로 번아웃에 빠진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H 씨가 기획한 작품이었다. 인생만사 정말 새옹지마다.
본론으로 돌아가, 데이나는 번아웃한 걸까? ASMR 영상 만들기에 지쳐 사라져버린 걸까? 모른다. 알 도리가 없다. 애석하게 오늘까지도 데이나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남긴 메시지에 힌트가 있었다.

무엇이 터질지 모른다. 유튜브에 발을 담근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었다. 유튜브를 분석하는 S 씨도, 제작자 H 씨도, 브이로그를 찍는 주변의 소소한 직장인 유튜버들도, 〈에스콰이어〉를 통해 만났던 전업 유튜버 말왕도 하나같이 ‘무엇이 터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0만 유튜버의 비밀

“유튜브는 유사 콘텐츠 추천, 예를 들어 섬네일이나 타이틀, 키워드가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라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인기 있는 콘텐츠와 비슷하게 만들어야 노출되기 쉬운 경향이 있어요.” H 씨가 데이터 분석에서는 자신보다 전문가라며 소개해준 S 씨의 말이다. S 씨는 콘텐츠 관련 기업에서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플랫폼에 ‘핏(fit)’한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한다. “그래서 콘텐츠가 일원화되는 경향이 있죠. 이미 잘된 콘텐츠, 뜬 콘텐츠를 따라 하니까요.” 그 얘기를 듣는데 어째서인지 짜파구리가 생각났다. 채끝살 및 2020년 오스카 수상과 함께 확연히 지위가 올라간 그 짜파구리. 유튜브에 짜파구리를 검색하자 “기생충 팀 문 대통령과 짜파구리 오찬”부터 “영화 기생충 보고 화나서 한우 1kg 짜파구리 만들었다”, “[ENG SUB] Parasite Steak Chapaguri” 등등 짜파구리 대잔치가 열렸다.
“콘텐츠가 일원화되는 것에 대해 유튜브 측에서도 크게 걱정하고 있어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채널 다양화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전문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유튜버 활성화를 모색하고, 동시에 요즘 뜨는 유튜버를 노출해 유튜브로의 유입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온종일 유튜브 분석하는 게 업무인 S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까? 무엇이 잘되고 안되는지 길이 훤히 보이지 않을까? “저는 귀찮아서 절대 못 합니다. 모든 유튜버, 리스펙트해요.” 직장인 모드 때는 억누르고 있던 게으름을 잠시 내보인 S 씨가 말을 이었다.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안되는지라… 수익 조건이 궁금해요? 아니면 알고리즘? 아니면 돈 많이 버는 방법? 수익 조건은 유튜브 사이트에 가이드가 나와 있어요. ‘교과서에 나온다’는 말처럼요.” S 씨가 관련 업무 종사자라서 쉽게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유튜브 사이트 내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탭을 누르면 검색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유튜브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 등이 유튜브 영상으로 안내돼 있다. 유튜브 홍보 담당자 김재은 씨 역시 숨길 것 없이 언제나 준비해둔다는 듯 답변을 척 내놓았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 게시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려면 지난 12개월 동안 채널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 구독자 수가 1000명 이상이면 됩니다” 같은.
“기본 조건은 그렇고, 더 상세한 내용도 사이트에 나와 있는데 내용이 매우 방대하고 용어를 이해하는 일도 어렵고 새 정책이 자주 업데이트되어서 숙지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기는 해요. 그런데 정말 미치겠는 건 그게 아니에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S 씨와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였는데도 잠깐의 침묵에 화면 위로 긴장감이 흘렀다. “뭐가 터질지 모른다는 거지.”
무엇이 터질지 모른다. 유튜브에 발을 담근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었다. 유튜브를 분석하는 S 씨도, 제작자 H 씨도, 브이로그를 찍는 주변의 소소한 직장인 유튜버들도, 〈에스콰이어〉를 통해 만났던 전업 유튜버 말왕도 하나같이 ‘무엇이 터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이 터졌을 때’ 얻는 부수적인 가치 역시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기대일 것이다. 유튜브에 ‘억대 수익 유튜버’만 검색해봐도 짜파구리 못지않게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니까.
“수익 신경 쓰면 콘텐츠 못 만듭니다.” 취재 당시 유튜브 채널 〈워크맨〉 PD였던 고동완 씨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수익에는 관여도 안 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제작하는 PD가 수익에까지 관여하면 콘텐츠 제작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아요.” 〈워크맨〉을 기획하고 제작한 고 PD는 자신은 프로듀서이고 수익을 관리해주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수익을 과히 좇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잘 알다시피 〈워크맨〉은 유튜브 콘텐츠다. 유튜브를 만들면서 광고 수익을 생각 안 한다고? 그럼 무엇을 생각하나? “조회 수, 구독자, 댓글, 이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TV로 치면 시청률이라고 봅니다. 댓글 개수 몇 개인지 다 세고,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다 봐요. PD에게는 수익보다 시청률이 더 중요한 지표죠.” 고 PD는 댓글을 통해 구독자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파악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점은 보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게 TV랑 다른 점 같다고, 바로바로 그것도 ‘날것으로 받는 피드백이라 더 진짜 같다’며 웃었다. 〈워크맨〉이 내뿜는 에너지에는 다 계획이 있었다.
소셜 미디어 분석에서 방송의 ‘시청률’ 또는 ‘화제성’에 비견할 지표를 산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 분석 툴인 빅풋은 페이스북을 분석할 때 포스팅의 댓글, 좋아요, 공유 수치를 합한 PIS(Post Interaction Score)를 주요 지표로 제공한다. 그러나 〈워크맨〉이 방송과는 다른 전략을 세운 부분도 있다. 콘텐츠 제작에 들이는 시간이다. “TV 방송 프로그램이나 다른 디지털 콘텐츠는 보통 녹화하면 2주 뒤에 내보내요. 〈워크맨〉은 일주일에 한 편 녹화하고 3주 뒤에 내보내요. 3주 동안 그만큼 편집에 더 공을 들이는 거죠.” 유튜브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속도전과 물량전 아니었던가? “가끔 보면 구독자가 300만 명인데 그에 비해 콘텐츠 조회 수는 10만 뷰, 7만 뷰밖에 나오지 않는 채널이 있어요. 항상 조회 수가 구독자 수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저희는 매회 구독자 수보다 조회 수가 높은 편인데, 그건 양질의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조회 수가 높은 이유가 꼭 양질의 콘텐츠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경험에서 나온 그의 발언은 참고할 만하다.
취재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고 PD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전했다. 취재 당시 나는 그에게 편집은 3주의 시간을 두고 하지만 촬영은 매주 진행해 방송 소스를 비축해두는 사이클에 대해 물었다. 지치지는 않는지, 피로하지는 않는지. 그는 자신보다 후배들이 더 고생한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주 5일만 일하고 주말을 사수할 수 있게 스케줄을 조율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고 PD는 이제 없지만 〈워크맨〉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에 지니려 했던 그의 차별성은 앞으로도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지난 취재 때 이렇게 말했다. “수익적으로는 지금보다 콘텐츠 업로드 횟수를 늘리는 게 좋죠. 주변에서도 늘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요. 늘리면 그 순간은 수익적인 지표가 좋아질 수 있겠지만 업로드 횟수를 늘리려면 더 자주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질이 떨어지면 결국 사양길로 가는 건데, 그렇게 사양길로 가는 시기를 저는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거든요. 순간의 돈을 보지 말고 멀리 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지털 시장이라는 데가 롱런하기가 쉽지 않아요. 짧으면 6개월, 길어야 1년이라고 보는데 〈워크맨〉도 곧 1년이 다가오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점점 식상함을 느낄 것 같거든요. 그걸 깰 수 있는 포맷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

“유튜브는 취미 생활로 했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면 좋겠어요. 이걸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건 정말 바보라고 생각해요.” 지난 1월 유튜브가 개최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 운영자로서 참석한 백종원 씨가 한 말이다. 같은 날 모 매체 온라인 기사에는 이런 제목으로 실렸다. ‘백종원 “유튜버, 수익 내려고 하면 바보… 게임처럼 즐기며 해야”’.
행사에 참석한 그날 나는 백종원 씨가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또한 그의 장모님이 유튜브를 보며 “도대체 백 서방 갈비찜이 뭐냐” 이야기하시길래 그가 직접 유튜브를 봤더니 엉뚱한 레시피들만 나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가 돈 벌려고 유튜브를 하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기 위해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것 역시 알게 됐다. 틀린 기사는 아니지만, 저렇게 제목을 뽑으면 백종원에 대한 그 수많은 정보 중에 ‘유튜버, 수익, 바보, 게임’만 강조되는 셈이다. 댓글 반응은 좋지 않았다. “가진 자의 헛소리”부터 “백종원은 수익 안 내도 유튜브 하는 것 자체가 자기 사업에 대한 홍보이자 마케팅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자본가의 선동질”, “너는 게임처럼 즐기는 데 수십 명이 붙어서 일하냐” 등등.
그러나 그 행사에서 내 귀를 사로잡은 정보는 따로 있었다. “아, 창피해. 우리는 10명 넘는데.” 앞서 ‘〈워크맨〉의 스태프는 5명’이라는 얘기를 들은 백종원 씨가 으레 팔짱을 낀 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저를 멋있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요.” 백종원 씨는 ‘은근히 아내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며 너스레를 부렸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카메라 한 대 놓고 편집도 제가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좋은 취지로 유튜브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완성도는 갖춰야지, 잘못하면 오히려 보시는 분들이 장난한다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떨 때 보면 (아내가) 나보다 더 나이를 먹은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유튜브 만드는 팀을 재정비했습니다.”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개설한 지 한 달 만에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이날 행사의 소주제는 ‘유튜브 라이징 스타’였다. 새내기 유튜버 백종원 씨는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하고 싶을까? “항상 우리의 좋은 외식 문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제가 맨날 유튜브로 음식 영상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해외 영상까지 이어 보곤 했는데 우리 유튜브 콘텐츠(〈백종원의 요리비책〉)에도 외국어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고요. ‘해외에서 역으로 유입도 되겠구나. 해외에 우리나라 음식점을 소개하는, 우리 음식을 제대로 소개하는 것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리하여 요리법만 알리는 콘텐츠에는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 없는데 해외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다 보니 제작진이 12명까지 늘어나게 됐다고 백종원 씨는 멋쩍게 웃었다.
5명 혹은 12명, 혹은 더 많은 이들. 2019년 연말을 기준으로 유튜브는 전년 대비 구독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인 크리에이터가 65% 증가하고 연간 1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가 40% 이상 증가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매년 증가 추세인데, 화면 속 크리에이터의 등 뒤로 얼마나 많은 자본과 시간과 인력이 더 추가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그 상상 위에 데이나가 9개월 전 구독자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겹쳐졌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소리 편집자분과 크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서 새로운 분들을 구하느라 업로드가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상 제작에서 중요한 작업을 맡아주시는 분들이라서 몇 번의 면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팀을 꾸리는 데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중략) 빠른 시일 내에 팀을 재편성한 후 좋은 영상들로 찾아뵙겠습니다.”
적힌 내용으로만 판단하면 데이나는 손발 맞는 편집자를 구하느라 긴 시간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에게 편집자는 필수 동반인일까? 나는 1인 크리에이터 ‘과나’를 떠올렸다. 과나는 7분 10초짜리 첫 영상 ‘라볶이에 미친 사람의 인생 레시피’를 통해 라볶이에 미치려면 이 정도는 미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래, 요리, 미술까지, 어쩌다 보니 인생에서 조금씩 즐겨온 것들을 한데 섞어 유튜브를 만들게 됐다던 과나야말로 백종원 씨가 이야기하는 ‘하고 싶어서 하는 유튜브’가 아닐까? 몸집이 커지는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혼자 다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앞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조금 애매해요.” 1인 크리에이터 과나가 소속된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홍보 담당자 윤세연 씨는 애매하다는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소속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쉽게 말해 크리에이터들의 매니지먼트사다. 과나는 소소하게 혼자 만들어본 유튜브 콘텐츠가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자 PPL 등 들어오는 사업적인 제안에 대처하기 위해 샌드박스 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취재는 부끄럽다는 과나를 대신해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윤세연 씨가 등판했다. “저희 소속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이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조금 애매한 건,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분이 혼자 다 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서 혹은 디자인 관련 친구의 도움을 받아 섬네일을 만들 수도 있는 거죠. 샌드박스 소속 애니메이터 유튜버인 장삐쭈나 총몇명은 저희가 애니메이터와 작가 팀을 꾸려 도와드리고 있거든요. 혼자 하는 분도 물론 많지만 실제로 전부 혼자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모를 일이라는 윤세연 씨의 말은 혼자 만들든 둘이 만들든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듯 들렸다. “본인만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해요. 저희는 크리에이티비티를 가장 큰 크리에이터의 자질로 보고 있습니다. 남과 다른 차이를 가진 분. 자신만의 창의성을 가지고 건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앞으로도 화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악플이 달렸던 ‘유튜버, 수익 내려고 하면 바보… 게임처럼 즐기며 해야’ 기사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백종원 씨는 실제로 가진 자이고, 그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가 사업 홍보이자 마케팅일 수 있으나 안 해도 이미 그는 성공한 자본가이며, 게임처럼 즐기기 위해 수십 명을 붙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으니까. 백종원이라는 유튜버는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그날 백종원 씨의 말을 좀 더 정확하게 옮겨보면 이렇다. “장래 희망이 유튜버인 어린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는 취미 생활처럼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좋아서.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데 공유하기 위해서. (유튜브로) 내가 좋아하는 관점, 현상을 공유하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수익이나 돈벌이로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외식업도 마찬가지거든요.”
유튜버가 장래 희망이 되는 날이 오기 전, 세상에 처음 등록된 유튜브 동영상은 무엇일까. 2005년 4월 23일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등진 한 남자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코끼리 앞에 있어. 이 친구들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지고 있어. 뭐, 할 말은 이게 다야.” 영상 속 남자는 스티브 첸, 채드 헐리와 유튜브를 창립한 자베드 카림이다. 15년이 지난 4월 15일 현재 조회 수 8955만 회인 이 영상의 제목은 ‘Me at the zoo’. 카메라를 든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찍고 있나.
유튜버는 어디에,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