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차이나 허슬-루이싱 커피의 몰락으로 인한 중국 기업의 이미지 변화

불법적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속여 파는 행위 ‘허슬’. 이 단어의 세기를 그대로 전달하려면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뒤통수? 눈탱이? 지금 중국에서 거대한 허슬의 정체를 폭로하는 두 번째 시즌의 막이 올랐다.

BYESQUIRE2020.05.21
 
 

The China Hustle Part 2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 이하 루이싱)가 무너졌다. 한때 새로운 소매 판매 모델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신화’로 불리던 기업이다. 미국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됐던 주식은 사흘 만에 80% 이상 폭락한 뒤 거래가 중단됐다. 스스로 인정한 회계 부정의 오명 속에 집단소송이 시작되면 재기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베이징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집 앞 루이싱 매장의 영업 여부를 물었다. 그는 “아직 점포들은 영업 중인데 회사 자체가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2018년 어느 봄날 점심시간에 베이징 사무실 근처에 온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한 뒤 르탄 공원을 걷다가 “커피 한잔할까?”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근처 루이싱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가게에 도착하자 점원은 막 내린 커피를 내놓으며 주문자를 확인했다. 지금이야 특별할 것도 없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같은 시스템이지만 그때는 신기했다. 아내도 “안 기다려도 되네”라며 좋아했다. 루이싱은 기술과 커피의 결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현금 없는’ 매장을 선언한 브랜드였다. 중국의 여느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 그렇듯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전자 지불 수단이 탄탄한 기초를 제공했다.
2017년 10월 첫 가게를 연 루이싱은 2018년 상반기에만 660곳의 매장을 새로 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었다. 큰 상권과 고층 건물을 공략하며 도시인들을 정조준했다. 정장 차림의 배우 장첸과 탕웨이가 모델인 루이싱 광고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동년배’와 ‘한잔’이 ‘이뻬이’라는 동음으로 읽힌다는 데 착안해, “이 한잔, 누가 사랑하지 않겠나”라고 내건 카피는 30~40대 화이트칼라 소비층의 미소를 자아냈다. ‘2+1’, ‘5+5’ 등 큰 폭의 할인 쿠폰이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도 물론이다. 루이싱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30분 배달’ 서비스를 하자, 업계 부동의 1위 스타벅스가 뒤따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다.
반년 전 2019년 12월 베이징에 갔을 때, 독특한 자갈돌 모양의 랜드마크 건물인 왕징소호 1층에 있는 루이싱에서 후배를 만나 커피를 마셨다. 매장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 무렵이 루이싱의 전성기였다. 같은 달 중국 전국 매장 수가 4900곳을 넘어서면서 스타벅스(약 4300곳)를 앞질렀다. 중국 커피 체인 1위에 올라선 것이다. 한 달 뒤 2020년 1월 10일에는 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7억7800만 달러의 추가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자동화를 가속화한다며 무인 판매기 2종을 선보인 것도 이 즈음이다.
이 시기 루이싱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은 2020년 1월 1일 발행된 〈루이싱의 기습〉이란 책이다. 천춘화 베이징 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장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루이싱은 비즈니스 신화”라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커피 소비 습관이 없는 사회에서 커피 브랜드를 일궈냈다. 18개월 만에 1만 명 넘는 풀타임 직원에 1만 명 넘는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했고, 3000곳 넘는 점포를 열었으며, 나스닥에 상장(2019년 5월)했고, 시총이 300억 위안(약 5조2000억원)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루이싱의 기습〉 저자 서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루이싱은 단순한 기습 공격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매우 정교하게 계획된 현대적 비즈니스 전쟁이었다. 오히려 매우 빠른 폭발적 성장이 대다수 관찰자들의 시야와 기존 인식의 범위를 벗어났을 뿐이다. 그 배후에 숨겨진 것은 루이싱이 대표하는 중국 신비즈니스의 새로운 로직이었다.”
아마도 루이싱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을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앞서 달리던 루이싱의 몰락 과정은 그래서 자세히 볼 가치가 있다. 한국과 가장 밀접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 얽힌 이야기여서 그렇다. 21세기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며 잇따라 쏟아냈던 축제 같은 소식들이 결국엔 몰락의 전조가 됐다. 2020년 1월 31일 미국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리서치는 ‘루이싱 커피 – 사기, 근본적으로 망가진 사업’이라는 제목으로 익명의 보고서를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 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가치 평가를 내는 머디 워터스는 “출처가 불분명한 89쪽 보고서를 입수했다. 우리는 이 보고서가 신뢰할 만하다고 본다”며 “머디 워터스는 루이싱에 쇼트 포지션을 취한다”고 했다. 쇼트 포지션(공매도)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여 갚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머디 워터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공식 발표된 것보다 실제로는 부실하다고 판단하는 곳들에 매번 같은 조처를 취한다. 다시 말해 머디 워터스가 루이싱의 주가 하락에 베팅을 선언한 것이다.
보고서는 루이싱이 장부상 수치를 조작해 매출 규모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2019년 3분기와 4분기 루이싱의 장부에 기록된 각 매장의 하루 매출이 실제보다 각각 69%, 8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본사의 광고 비용 지출이 실제보다 높게 계상돼 있다며, 루이싱이 여기서 생긴 장부상 비용 초과분을 개별 매장의 매출 초과분과 상쇄시켰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경영진이 보유 지분 49%를 주식 담보(질권) 형태로 현금화했으며, ‘내부자 거래’ 형태로 커피 머신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현금 흐름을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작성자들은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풀타임 92명, 파트타임 1418명을 고용했으며, 중국 전역 루이싱 매장의 도시 및 위치별 분포를 그대로 반영해 샘플 매장을 선정한 뒤 1만1260시간분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각 매장이 발행한 영수증 2만5843장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루이싱 커피 – 사기, 근본적으로 망가진 사업’은 “루이싱은 투자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떻게 하면 환상적인 스토리의 성장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또 투자자 심리를 조작하기 위해 어떤 수치를 조작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라고 결론지었다.
머디 워터스가 제시한 이 보고서에 대한 세상의 첫 반응은 ‘반신반의’였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당시 댓글을 보면 “매우 유용한 보고서”라거나 “중국 기업이라면 그럴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는 내용이 보인다. 반면 “쓰레기 같은 보고서”라거나 “직접 증명한 것도 아니면서 인터넷의 익명 글을 모두 믿나?”라며 머디 워터스의 판단을 비판하는 이도 많았다. “님 덕분에 떨어지면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며 루이싱 주식 매수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기업 가치 분석 기업 시트론은 같은 날 트위터에 “루이싱의 사업은 중국에서 불이 붙은 활황이다. 이 보고서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루이싱에 대한 롱 포지션(보유)을 선언했다.
머디 워터스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이후 첫 증시 개장일이었던 지난 2월 3일, 루이싱은 개장에 앞서 해명 자료를 내어 보고서의 모든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보고서에 ‘악의적 비난’, ‘거짓 주장’, ‘증거 불충분’, ‘잘못된 방법’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각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자체 시스템에 입력된 자료에는 오류가 없으며, 매출과 비용은 상세히 점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루이싱에 투자한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하이퉁 증권 등 중국 투자은행들도 ‘근거가 부족하다’며 루이싱을 두둔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은련 등 제3의 결제 기업들의 자료도 있으니 크로스체크를 해보면 알 수 있다는 논리도 나왔다. 중국의 일부 블로거들은 아예 보고서 작성 당시 참가한 조사원들을 찾아냈다. 이들은 판매량 기록이 수작업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하고 수치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대 여론이 탄탄하게 전개되면서 루이싱 주가는 소폭의 등락을 이어가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증시 용어로 ‘부추’는 개인 투자자들을 뜻한다. 춥건 덥건 환경 적응력이 강해 재배하기가 쉬우며,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고, 잘라내도 금세 다시 자라는 속성이 개인 투자자들을 닮았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일이 터진 것은 두 달 뒤였다. 4월 2일 루이싱은 스스로 회계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자체 조사 결과, 2019년 4분기까지 매출액이 220억 위안(약 3조7844억원)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시한 것이다. 루이싱은 성명을 통해 “회계 조작 의혹과 그것이 초래한 심각한 영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면서도 일단 영업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추락에는 날개가 없었다. 높이 날았던 만큼 낙폭과 충격은 더 컸다. 4월 1일 26.20달러였던 주가는 이날 6.40달러로 75.6% 급락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해 4월 6일 4.39달러를 기록한 뒤 이튿날 7일 아침부터는 거래가 중단됐다. 1월 중순 전성기에 견주면 91% 폭락한 수치였다.
폭락 직후 미국의 로펌들이 집단소송 준비에 나섰다. 거짓 정보를 낸 뒤 투자분에 대한 손실을 책임지라는 취지였다. 동시에 중국에서도 소송을 준비하는 로펌이 나왔다. 중국의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중국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국외에서 이뤄진 증권 발행 또는 거래 행위라 해도 중국 증권법상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루이싱의 채권자였던 골드만삭스는 차익 대출 담보였던 루정야오 회장의 주식을 압류해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매각 대금은 채권 은행들의 손실 보전에 쓰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골드만삭스 외에도 크레디트 스위스, 모건 스탠리, 바클리스 등 쟁쟁한 은행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은 컸다. 골드만삭스만 약 1억6800만 달러(약 2059억원)를 잃었다고 했다. 루 회장은 2007년 중국의 대형 렌터카 기업인 선저우 렌터카를 창업해 성공했으며, 2017년 선저우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첸즈야 대표와 함께 루이싱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IPO 당시 투자 설명서를 보면, 루이싱의 지배 구조는 루정야오 회장이 30.53%, 첸즈야 대표가 19.68%, 루 회장 여동생이 운영하는 투자 펀드가 12.4%를 보유하고 있는 형태였다. 채권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루 회장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5억1800만 달러(약 6349억원)의 현금을 빌렸다. 골드만삭스의 압류 결정 뒤 루 회장과 첸 대표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지분을 팔아치운 셈이 됐다.
루이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류젠 COO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분이 전혀 없는 류젠이 과연 자신의 커리어를 깡그리 희생시키면서 무모하게 대규모 사기극을 주도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시선도 있다. 주식 가치가 오르면 대출 가능 액수도 높아지는 구조이므로, 루이싱의 주가가 올랐을 때 이익을 본 사람들, 다시 말해 회계 부정의 실제 수혜자는 루 회장 일가와 첸 대표였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루이싱의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두 달 전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머디 워터스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해졌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공매도 사냥꾼들, 특히 그중에서도 머디 워터스처럼 중국 기업을 다루는 쇼트 셀러들이 주목받았다. 머디 워터스의 카슨 블록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루이싱 사태는 시장에 쇼트 셀러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중국 기업들이 우리(미국) 시장에 끼치는 어마어마한 사기의 위험에 대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규제 당국, 투자자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루이싱 몰락 직후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동영상 서비스인 나스닥 상장사 아이치이가 매출을 80억 위안 부풀렸고, 이용자 수를 60% 높여 발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울프팩이라는 쇼트 셀러가 작성했고, 역시나 머디 워터스가 도움을 제공했다. 머디 워터스는 아이치이에 쇼트 포지션을 취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시기 중국 최대급 에듀테크 기업인 뉴욕 증시 상장사 쉐얼쓰(TAL) 교육 그룹이 내부 감사에서 한 직원이 매출을 부풀린 것이 밝혀졌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28% 급락한 사건도 있었다. 쉐얼쓰 또한 과거 머디 워터스가 매출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기업이다. 역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에듀테크 기업인 건쉐이쉐(GSX)도 매출 및 이용자 수를 부풀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머디 워터스를 비롯한 중국 기업 쇼트 셀러들은 2017년 토론토 영화제에 출품된 뒤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 – 거대한 사기〉를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머디 워터스의 카슨 블록은 이 영화에서, 미국에서 상장된 둥팡지업(오리엔트 페이퍼)이라는 종이 제조사에 대한 투자 사전 조사를 위해 2010년에 방문했던 경험을 서술한다. 둥팡지업은 투자 설명서에 중국 전역에 고품질 종이를 판매해 해마다 1억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50%씩 성장한다고 했는데, 실제 공장에 가보니 도로와 공장 상태가 엉망이었다. ‘500만 달러 어치의 자재 재고’는커녕 폐지 더미뿐이었고 기계는 태반이 고장 나 있었다. 머디 워터스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며 쇼트 포지션을 취했고, 결국 둥팡지업의 주가는 55% 급락했다. 머디 워터스로서는 큰 이득을 본 셈이다.
이 영화에는 머디 워터스 외에도 비슷한 경험으로 돈을 버는 쇼트 셀러들이 등장한다. 루이싱 등 최근 상황을 보면서 이 영화 내용을 다시 새겨보면, 미국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죄다 사기꾼들이란 인상을 받기 쉽다. 머디 워터스라는 이름부터가 중국 고대 병법서인 〈삼십육계〉에 나오는 제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따온 것으로, 혼탁한 물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카슨 블록은 영화에서 ‘혼탁함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게 중국 사람들의 관점’이라며 작명의 유래를 설명한다.
하지만 쇼트 셀러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머디 워터스를 포함한 쇼트 셀러들에게 공격받았던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安踏, ANTA)는 지난해 주가 상승 폭이 100%에 달했다. 쇼트 셀러 블루오르카가 지난 2월에 취했던 중국 제약사 캉저약업에 대한 공격 또한 한때 주가를 12.7% 떨어뜨렸으나 금세 회복하면서 실패로 평가됐다. ‘공매도 사냥꾼’들의 공격은 한편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공개해 기업의 적정 가치를 찾도록 하는 순기능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실한 근거로 주가를 하락시키려는 악의적 시도일 위험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공매도 사냥꾼이 주가를 하락시켜 돈을 벌려는 악의적 시도’라는 논리는 공격을 당하는 중국 기업들이 매번 내놓는 반박 프레임이기도 하다.
 
루이싱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자국 증시에서 자국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미국은 엄벌 방침을 밝히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루이싱의 회계 부정과 관련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루이싱의 사업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지주회사는 케이먼 군도에 법인 등록이 돼 있다. 투자는 미국에서 이뤄지지만 감사는 중국에서 한다. 결국은 모두 충분히 협조해야 하고, 특히 본사와 매장, 관련 인사들이 모두 소재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미국 쪽에 협조하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무시하면서 미국 증시의 지분을 정리해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중국의 개정 증권법에 따르면, 자국민 또는 자국 기업이 외국 증권 감독 당국에 협조하려면 우선 중국의 감독 당국 등 정부 기관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미국 SEC는 중국 정부가 허락하지 않는 한 중국 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꼴이다. 특히 범죄 관련 조사의 경우 중국 사법 당국이 예민하게 나올 가능성도 크다. 미-중 무역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루이싱 사건은 중국과 중국 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사건인 만큼 중국 정부가 ‘시범 케이스’로 적극적으로 다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루이싱이 회계 부정을 고백한 직후인 4월 3일 ‘강력히 책임을 묻는다’는 성명을 냈다. 중국 국무원(정부) 기관인 국가시장관리총국은 4월 26일 푸젠성 샤먼의 루이싱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증권감독위원회는 같은 달 17일 증권 사기에 연루된 기업들이 상장 주식을 회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28일에는 미-중 당국 간 협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크고 작은 투자자들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 자신의 자산을 불려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에 나선다. 양쪽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일이니 누가 그만하라고 해도 사라질 일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아니어도 선진국 증시와 신흥 시장 기업들은 앞으로도 이런 공생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개중에는 루이싱처럼 막대한 기대를 받으면서 블랙록, 싱가포르 국부 펀드 등 저명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는 기업도 있을 것이고, 또 수치를 조작해서 기업 규모를 부풀렸다가 발각돼 누란의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 부실함에 착안해 돈을 버는 머디 워터스 같은 쇼트 셀러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쇼트 셀러들 덕에 신흥국의 자본시장이 성숙하고 결과적으로 건전한 성장이 가능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루이싱이 남긴 교훈은 그동안 만연했던 ‘이익 없는 성장’ 모델이 얼마나 지속되겠느냐는 질문이며 이는 한국의 몇몇 기업에도 적용된다. 올 초 발간된 〈루이싱의 기습〉에서 ‘기습(또는 전격전)’이라는 표현은 실리콘밸리의 유행어인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을 의식한 용어로 보인다. 독일어 ‘기습(blitzkrieg)’에 영어 ‘규모 확장(scale up)’을 합친 것으로, 단시간에 사업 규모를 키우고 대규모 고객을 확보해서 경쟁자들을 누르는 전략이다. 위워크 같은 공유 사무실이나 중국의 공유 자전거처럼 최근 들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벤처기업들이 채택한 방식이지만, 일단 플랫폼을 선점하고 수익은 나중에 번다는 구조여서 불황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특히 코로나19처럼 모든 것이 멈춰 서는 상황에서는 동력을 얻기 힘들다. 게다가 루이싱의 사례에서 보듯 무리한 규모 확장은 독소가 되기 쉽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스스로가 우려하는 ‘중국 불신’의 확산도 루이싱 사태의 잔여물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도 있다. 주로 ‘9’로 시작하는 종목 코드로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다. 개중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서 엄청나게 저평가된 것 같은 기업도 많은데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는다. 루이싱 같은 회계 부정 사건이 잇따르면 이 같은 불신은 더욱 커지고 결국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치이가 ‘중국판 넷플릭스’라고는 해도 기업 가치는 넷플릭스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고, 알리바바는 아마존의 절반도 안 된다. 그 차이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깜깜했던 터널에서 이제 출구가 조금 보이는 듯한 중국에서는, 현재로는 루이싱 스캔들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 친구는 “중국인들이 관심 갖느냐고? 글쎄. 결국은 미국 부추 잘라낸 것뿐인데”라고 반응했다. 증시 용어로 ‘부추’는 개인 투자자들을 뜻한다. 춥건 덥건 환경 적응력이 강해 재배하기가 쉬우며,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고, 잘라내도 금세 다시 자라는 속성이 개인 투자자들을 닮았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그러므로 그의 답변을 한국어로 의역한다면 “중국인들이 관심 갖느냐고? 글쎄. 결국은 미국 개미들 털어낸 것뿐인데”가 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루이싱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해는 주로 미국 투자자들이 본 것이 맞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적으로는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의 존속 여부다. 루이싱 사건의 결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생각한다. 중국은 세계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과연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Who’s the writer?
김외현은 〈한겨레〉 정치부, 국제부 기자를 역임했으며, 2016~2019년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한겨레 자회사인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