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과학이 뛰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BYESQUIRE2020.06.23
 

코로나 시대 과학의 스피드 

 
세상의 과학자들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이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과학자들의 현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보통 새로운 형태의 백신이 임상 승인을 얻는 데는 서류 검토에만 30일 이상이 걸린다. 임상 승인을 포함해 허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만 최소 3년 이상 걸리고 실제로 임상 시험을 완료하는 데까지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새로운 백신의 개발 비용은 최소 1 조원 이상 생각하고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일단 각국의 규제 기관들이 팬데믹 상황에 맞는 백신의 빠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임상 시험 진행을 위한 임상 승인을 빠르게 내주고 있다. 영국의 백신 규제 기관은 7일 만에, 독일은 5일 만에 임상 승인을 내주었다. 한국도 국제백신연구소의 경우 12일 만에 임상 시험 진행을 위한 임상 승인을 받았다. 백신 규제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 역시 안전을 중요시하는 과학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밤을 새우며 검토한 결과물일 것이다. 승인을 요청하고 승인을 내린 양쪽의 노고를 모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과학계가 기중기였다면 지금의 과학계는 마치 레이싱 경기에 출전한 모터스포츠 팀처럼 움직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12월 31일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첫 정보를 공개하면서부터 전 세계 과학자, 특히 정부, 병원, 연구소, 생명공학 회사 소속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해 엄청난 양의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약 5개월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만 약 5500개가 진뱅크(GenBank,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에서 서비스하는 세계적인 공공의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되었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발표된 논문 수만 약 2만 편에 달한다. 게다가 실제 환자를 통한 임상 시험만 약 2000건 정도 진행 중에 있다고 하니 연구자, 임상 의사, 환자까지 일심이다.
약물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과학계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전쟁이 백신 없이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기존 약물을 활용한 치료나 예방은 실상을 들춰보면 효과적이라 할 수 없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개발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지 기약이 없다. 이 모든 상황이 전에 없던 공포이고 공포가 스피드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 효과가 있다고 극찬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이미 확인이 끝난 약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평균 40세(33~50세) 821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이 약이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골든 스탠더드’라 불리는 가장 확실한 임상 규칙을 적용했다. 무작위로 실험 대상자를 뽑고, 위약과 대조했으며, 진짜 약과 가짜 약을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처방하는 이중 맹검법을 사용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노출 후 4일 동안 감염 차단 예방 효과가 있는지 실험한 결과, 이 약이 코로나19에 예방 효과가 전혀 없으며 도리어 환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코로나19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잘 작동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면역력이 최적의 상태가 되도록 도울 뿐이다. 현재로서는감염 후 적절한 시기에 면역 세포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면역 세포가 일을 할 때까지 산소호흡기로 산소를 폐로 밀어 넣어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밖에는 치료법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마저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인구 집단 내 약 70% 이상이 감염되어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많은 사람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현재 가장 감염률이 높은 대도시는 뉴욕(20%), 런던(17%), 마드리드(11%), 우한(10%) 등인데 이들 도시도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감염자 비율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뉴욕시에서 20%가 감염되는 동안 1만6000명이 이 바이러스로 죽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집단면역을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도 크다.
발병 초기부터 집단면역을 주창한 스웨덴의 경우 스톡홀름이 감염 발생자와 희생자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스톡홀름 역시 전체 인구 집단의 감염률이 약 7%밖에 되지 않는다. 10배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항체는 보통 1년 정도 유지되고 그 이후로는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치료되어도 재감염의 위험이 있다면 결국 백신 개발 없이는 코로나19 상황을 종식시키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왜 이리 백신을 만드는 게 힘들까? 이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막에 있는 ACE2라는 단백질 수용체를 이용해 세포에 침입한다. 세포라는 집에 ACE2라는 자물쇠가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라 부르는 돌기가 ACE2 자물쇠에 들어맞는 열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세포 안으로 들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포의 복제 기능을 활용해 수천만 개에서 수억 개의 RNA 복제를 만들어내고 다시 자신의 바이러스를 조립하고 인간 세포막을 뚫고 나와 체내외로 번식한다. 이렇게 호흡기의 세포를 자신의 카피 머신으로 만들어 죽이며 번식해 폐 등의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들고 결국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또 이렇게 번식한 바이러스가 공기와 닿는 호흡기 바깥쪽에 붙어 있다가 날숨이나 기침에 섞여 공기 중에 퍼져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바이러스는 크게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가 있는데, DNA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두 가닥으로 서로 결합되어 안정적이나 RNA 바이러스는 한 가닥으로만 이뤄져 있다. RNA 바이러스의 특징은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정보 복제 메커니즘에는 발생한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이 존재한다. RNA 바이러스 역시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일부는 가지고 있으나 DNA 바이러스에 비해 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주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오래전 성능이 매우 떨어지는 스마트폰의 ‘자동 수정 기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좀 쉽다. 내 생각과는 다른 이상한 문장이 얼마나 자주 탄생했던지.
엉터리 자동 수정 기능이 생성한 문장처럼 무작위 변이가 마구 생기는 특성이 있다 보니, 이들 돌연변이가 생길 걸 예상해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여기에 맞춰 백신을 개발한다. 그런 이유로 RNA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매우 어렵고 심지어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바이러스는 3만 개 정도의 염기 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30억 쌍의 염기 서열을 가진 사람보다 약 100만 배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 또한 어렵게 치료제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런 돌연변이들이 발생함으로써 빠르게 이를 회피해 약제에 대한 내성을 만들기 때문에 힘들게 개발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무의미해지곤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돌연변이 발생 속도가 일반 독감보다 2배 정도,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보다는 4배 정도 느리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바이러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용이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현재 10여 개의 백신을 임상 참여자를 통해 테스트 중에 있으며 수백 개의 백신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좋은 소식들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6월 3일에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혈장을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100여 명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 시험을 통해 초기 중증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기존 약물은 효능이 없다는 힘 빠지는 발표만 계속되었는데 이 혈장 치료만은 적어도 초기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 효능이 유의미하게 확인되어 매우 고무적이다.
올해 5월 말 중국의 캔시노 바이오로직스(Can Sino Biologics)사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임상 시험 1상을 완료하고 관련 데이터와 결과를 〈란셋〉(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해당 데이터를 보면 참여자 대부분이 안전하게 항체를 생성한 것으로 나온다. 2020년 6월 7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약 10개 백신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그중 중국의 캔시노바이오로직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모데나에서 개발하는 백신이 임상 시험 2상까지 진행 중에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죄다 주요 강대국들이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한 경쟁 중에 있다. 현재 국가별로 임상 시험 중인 10개 백신을 분류해보면 중국이 5개, 미국 3개, 영국 1개, 독일 1개이다. 또한 123개가 전 임상 시험 중에 있는데 이 중에 국내 제약 회사인 제넥신 컨소시엄도 등록되었다. 이들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임상 시험 기간 동안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흘러 최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다면 백신 개발 기간을 9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기존 백신 개발이 10년 걸리던 걸 생각하면 이상적인 예측이긴 하다.
백신이 개발되는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면 우선순위에 따라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즉 감염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과 방역 요원을 중심으로 우선 접종이 진행되고, 가장 위험한 나이 많은 노인을 대상으로 접종한 뒤 점차적으로 일반인까지 넓혀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세계 유수의 제약 회사들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12억 달러 계약을 통해 최소 3억 건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영국 제약 회사들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개발 중인 백신을 대량생산할 준비를 마쳤으며 존슨앤존슨은 내년까지 10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 백신이 만들어지면 전 세계 백신 공장이 숨 가쁘게 돌아가며 수억에서 수십억 명 분량의 백신 제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존 백신의 80% 이상은 달걀을 대량생산에 이용한다. 백신의 원리는 불활화(활성을 억제한)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인체에 주입해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불활화 바이러스를 배양해야 하는데 이때 유정란을 사용한다.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감염시켜 증식한 후 이를 다시 추출하는 방식이다. 60년 이상 사용해온 방식이라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세포배양 방식에 비해 생산 단가 측면에서도 유리해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선진국의 필수 접종 백신 생산에 유정란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모데나, 바이오엔텍, 이노비오 같은 DNA 및 RNA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이들 업체는 불활화 바이러스를 백신의 균주로 사용하는 기존 방법과는 달리 아예 유전자만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 그 부분을 실험관 내에 전사해 RNA 백신을 만든다. 이 방법은 단기간에 제조 과정을 수립할 수 있고 달걀 또는 세포배양 방식에 비해 짧은 기간 내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들 DNA 및 RNA 바이러스 백신이 아직은 사람에게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어 판매 허가를 받은 사례가 한 번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런데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모두가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번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 있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감염 질환도 백신 개발로 완전히 사라진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백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집단면역을 형성해가며 이 바이러스와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Who’s the Writer?
김태형은 인체 유래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체 연구로 부산대학교 생명정보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8년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연구원으로서 최초로 한국인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테라젠바이오 유전체 사업부 총괄,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