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코로나 확산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들 Part.2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 중일까?

BYESQUIRE2020.07.02
 

WHAT WE'RE LEARNING 

 
늪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숫자 앞에서 진실을 드러냈다. 불편한 진실이다. 2020년 6월 15일 기준으로 전 세계 187개국에서 약 783만 명이 확진을 받고 43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원고 작성 시점인 4월 말에는 확진자가 390만 명, 사망자가 27만 명가량이었다. 엄청난 속도의 확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앞으로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지금까지와 다르게 만들 것이며 그 변화가 어떨지는 우리가 이해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렵다. 더없이 거대한 공공 보건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위안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에스콰이어〉는 그런 위안과 이해를 얻을 최고의 수단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에스콰이어〉 미국판이 인디애나에 사는 8세 아동 케이티부터 〈투나이트 쇼〉 진행자 지미 팰런, 워싱턴주 주지사 제이 인즐리까지 각계 18명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상황 초기의 경험을 물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해왔으나 지금 겪는 어려움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는 같았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옮겨 적는다.
 
 

이색 동물 수의사 

Christian Walzer 크리스천 왈저
야생보존협회 회장  /  브롱크스 거주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야생동물 거래를 조사했다. 최근 야생에서 잡힌 들쥐가 시장에 나오고 식당으로 옮겨지는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 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쥐가 옮겨지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그로 인해 면역 체계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이게 우리의 가설이다. 쥐들은 가축이 거래되는 사슬을 따라 다른 동물과 접촉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이런 상호작용으로 바이러스의 배열이 바뀌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가축을 도축하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브롱크스 동물원의 호랑이가 코로나19 양성으로 밝혀지기 2주 전, 넷플릭스에서 〈타이거 킹: 무법지대〉가 공개됐다. 그래서 호랑이의 바이러스 감염이 큰 화제가 됐다. 나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다. 나는 유럽인이고, 유럽에서는 호랑이뿐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든 개인이 키울 수 있다. 그래서 그 다큐멘터리가 더 끔찍했다.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아주 가벼운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나 개가 인간에게 다시 전염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나디아의 감염 소식을 뉴스에서 본 아버지가 내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거대 고양잇과 동물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할 것 같다.” 야생에서는 호랑이와 2m 거리 내에 있으면 걱정해야 할 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데. - 구술 정리  에릭 설리번
 
크리스천 왈저가 말한다. ’야생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것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WCS(MARKET)

크리스천 왈저가 말한다. ’야생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것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WCS(MARKET)

NADIA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호랑이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호랑이 이름
8마리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고양잇과 동물의 수(호랑이 5마리, 사자 3마리)
 
 

장의 전문가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장례식장 앞에 선 스티븐 켐프. 뒤로 보이는 냉장차 안에는 매장을 기다리는 시체들이 있다. 미시건주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어 사망 증명서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RYAN GARZA/DETROIT FREE PRESS/ZUMA WIRE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장례식장 앞에 선 스티븐 켐프. 뒤로 보이는 냉장차 안에는 매장을 기다리는 시체들이 있다. 미시건주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어 사망 증명서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RYAN GARZA/DETROIT FREE PRESS/ZUMA WIRE

Stephen Kemp 스티븐 켐프
켐프 장의사 사장  /  사우스필드 거주
 
14% 미시건주 인구 중 흑인 비율
41%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중 흑인 비율
 
장의 전문가는 지역사회 사람이다. 늘 그랬다. 특히 흑인 사회에서는 더욱 그랬다. 나는 지역사회의 리더란 의사, 변호사, 행정가, 장의 전문가라고 늘 말한다.
요즘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다. 손을 잡을 수도 없고 포옹할 수도 없다. 인간미가 사라진 기분이다.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도 없다. 꼭 예배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딱 열 명만 입장해서 서로 떨어져 앉는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그냥 매장해주세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이렇게 되지 않을까. 고인을 기리기 위해 고인이 좋아하던 곳에 잠시 모셔야 하는데 앞으로는 집 뒷마당, 아니면 술집, 아니면 그냥 장의사 건물 어디에 둘지 유가족에게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은 달라져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말이다.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나의 문제가 남의 문제고, 남의 문제가 나의 문제다. 특히 전염병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어제 랜싱에서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주지사가 자유를 억압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였다. ‘나를 협박하지 마’ 같은 슬로건이 내걸렸다. 내 동네, 이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그 사람들은 이것만 생각한다. ‘나는 여기 내 앞마당에서 잔디도 못 깎고 있다. 내 자유가 짓밟혔다!’ 그런데 우리 흑인들은 다른 선택권도 없이 죽어가고 있다. 이 동네 흑인들은 한 집에 열 명이 사는 경우도 있다. 한 집에 그렇게 식구가 많은데 자가 격리가 가능하기나 할까?
우리는 서로 편을 가를 게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금 옆집 사정이 어떤지, 아픈 사람은 없는지 알 수 없다. 집 안에서 사람이 숨 쉬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런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이웃을 알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 구술 정리 데이브 홈스
 
 

의사 

Alexa Van Brunt 알렉사 반 브런트
노스웨스턴 대학교 맥아더 저스티스 센터 병원장  /  시카고 거주
 
우리는 쿡 카운티 교도소가 미국에서 가장 큰 감염지가 된 것에 대해 수감자의 건강을 보호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쿡 카운티 보안관을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돈 때문이 아니다. 교정 시설의 기존 관행을 바꾸는 게 목표다.
쿡 카운티 교도소는 시카고 시내에 있다. 지역 공동체의 한 부분이다. 재소자의 건강만 위험한 게 아니다. 직원들, 직원들이 퇴근해서 만나는 가족, 그 가족 구성원이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의 건강이 위험에 처했다. 쿡 카운티 교도소는 팬데믹의 큰 진원지이며, 그래서 우리는 교도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자세히 알아야만 한다.
내부 사람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감방과 교도관들의 숙소가 지나치게 비좁다. 위생 관리도 엉망이며 청소 도구도 부족하다. 마스크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런 상황을 들은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교도소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재소자 대부분은 아직 재판을 받기 전이며, 그 상당수가 보석금을 낼 형편이 안 돼서 감금된 사람들이다. 아직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다. 법정에 서지도 않았다. 아직은 무죄로 추정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비누 하나를 놓고 싸워야 하나?
나는 침실에 둔 작은 탁자에서 일하고 있다. 남편과 번갈아 그 탁자를 쓴다. 우리 집에는 네 살짜리와 한 살짜리 두 아이가 있다. 집은 대혼란 상태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판사에게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는데 뒤에서 아기가 울고, 판사가 묻는다. “무슨 소리죠?”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밖에 바람이 심하게 부나 봐요. 나뭇가지가 마구 흔들리네요.”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일하기란 무척 힘들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교도소에 있는 4500명이 넘는 사람들도 걱정된다. 그 둘 사이를 오가는 것은 정말이지… 나는 가끔 균형을 잃곤 한다. - 구술 정리 브래디 랭만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 재소자가 도와달라고 바깥세상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 재소자가 도와달라고 바깥세상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4500명 쿡 카운티 교도소 재소자 수
919명 직원 포함, 교도소 내 확진자 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이 됨)
 
 

기상학자 

Gavin Schmidt 개빈 슈미트
나사 고다르 우주연구소 소장  /  뉴욕 거주
 
기후변화에 잘 대비하지 못하는 이유와 팬데믹에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같다. 사람들은 코앞에 닥치지 않으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팔이 부러지면 응급실로 달려간다. 눈앞의 문제니까. 기후변화는 높게 나온 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거다. ‘월요일부터 식단 조절해야지’ 생각하는 정도. 게다가 높은 수치가 만성적이라면 오히려 관심을 덜 기울인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중요한 문제를 간과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 곧 위기가 닥친다는 말이 과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야 안정을 느끼니까. 그 상태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 구술 정리 데이브 홈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의 뉴욕 상공 분포도. 위는 2019년 3월. 방역으로 인간 활동이 줄어서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의 뉴욕 상공 분포도. 위는 2019년 3월. 방역으로 인간 활동이 줄어서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의 뉴욕 상공 분포도. 위는 2020년 3월. 방역으로 인간 활동이 줄어서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의 뉴욕 상공 분포도. 위는 2020년 3월. 방역으로 인간 활동이 줄어서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50% 지상 교통량 감소.   -60% 항공 교통량 감소.   -8%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바이러스 학자 

Paul Duprex 폴 듀프렉스
피츠버그 대학교 백신연구센터 소장  /  피츠버그 거주
 
바이러스는 아름답다.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으로 흥미롭다. 바이러스는 늘 경이롭다. 나는 바이러스를 사랑한다. 바이러스를 존경한다.
백신을 개발하는 모든 집단이 WHO를 통해 매주 연락한다. 대단한 일이다.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백신 개발은 경쟁이다. 그렇지만 이기는 데에는 관심 없다.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과정에서 깨우치는 것들이 앞으로 다른 일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제품화되기 전까지는 백신이라 부를 수 없다. 누가 지금 백신을 만들었다고 말해도 사실이 아니다. ‘백신 후보를 개발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희망’은 아주 중요한 말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솔직하지 않은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언행 중에서 가장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우리는 인류애가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희망으로 우리는 협력하고,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하고, 열심히 일한다. 인류애는 이전에도 그런 일을 해냈다. 천연두 같은 질병을 뿌리뽑았다. 홍역과 소아마비 같은 질병을 잘 관리하고 있다.
나는 과학계가 해결책을 찾아내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거짓 희망을 주고 싶지는 않다. - 구술 정리 에릭 설리번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온 오로퓨스 바이러스 배양 접시. 오로퓨스 바이러스는 출혈열을 일으킨다. 뒤에 보이는, 폴 듀프렉스 박사의 사무실 벽지 무늬는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 모양.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온 오로퓨스 바이러스 배양 접시. 오로퓨스 바이러스는 출혈열을 일으킨다. 뒤에 보이는, 폴 듀프렉스 박사의 사무실 벽지 무늬는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 모양.

95개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백신 수

10~15년 평균 백신 개발 기간
12~18개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목표 기간
 
 

응급실 의사 

’차에서 딸을 바라봤을 때 딸을 꼭 껴안고 싶었다.“ 퇴근 후 집에 막 도착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엔리크 로페즈가 말했다. 로페즈는 세 자녀의 아버지다. ’하지만 내게 접촉하게 할 수는 없다.“

’차에서 딸을 바라봤을 때 딸을 꼭 껴안고 싶었다.“ 퇴근 후 집에 막 도착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엔리크 로페즈가 말했다. 로페즈는 세 자녀의 아버지다. ’하지만 내게 접촉하게 할 수는 없다.“

Enrique Lopez 엔리크 로페즈
피비 퍼트니 메모리얼 병원  /  올버니 거주
 
1180억 달러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 보건을 위해 미국 연방 정부가 사용한 돈
60억 달러 6000개 이상의 병원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 들어간 돈
 
지난주에 조지아주 올버니는 인구당 환자 비율이 5위 안에 드는 도시가 됐다. 이곳은 뉴욕이 아니다.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는 소도시다. 뉴욕에 비해 훨씬 단순한 삶을 살던 곳이다. 이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계속 싸우고 있다.
나는 14개 모니터 앞에 서 있었다. 모니터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환자들은 죽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구나. 무력감에 휩싸였다.
우리는 서로 껴안는다. 껴안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도 껴안는다.
오늘은 환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 인공호흡 장치를 확인하려고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환자 병실에서 나온 간호사가 환자의 인공호흡 장치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병실에 들어갔다. 환자가 내뿜은 호흡이 온 방을 덮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N95 마스크를 썼지만 그래도 망가진 호흡기에서 나온 공기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환자를 구하기 위해 기계를 손보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이제 나도 걸릴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며칠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환자의 인공호흡 장치가 망가졌다. 병실에 바이러스가 새나왔다. 나는 방호복을 입고 있어 안전했다. 옆에 있는 간호사 세 명에게 말했다. “안에 들어가지 마세요. 내가 할게요.” 혼자 고치려면 아주 힘들지만 다른 간호사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내 뒤에 따라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 명 모두. 간호사들이 말했다. “저희도 같이 해요. 얼른 해치워요.”
우리 집에는 작은 서재가 있다. 나는 거기에 아버지 사진을 붙여놨다. 아버지는 멕시코에서 유아 심장 수술을 무료로 해왔다. 아버지 사진을 보면 자부심이 생긴다. 아버지는 세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기를 바란다.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 수도 있고 그러면 비극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자 최선을 다했고, 내 가족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나는 위기의 시대 한가운데 있다. - 구술 정리 브래디 랭만
 
 

장애인 운동가 

©EDDIE HERNANDEZ PHOTOGRAPHY

©EDDIE HERNANDEZ PHOTOGRAPHY

Alice Wong 앨리스 웡
장애인 문화예술 커뮤니티(Disability Visibility Project) 창립자  /   샌프란시스코 거주
 
66센트 비장애인이 1달러를 벌 때 장애인이 벌 수 있는 돈
 
미국에서 팬데믹이 시작될 때 사람들은 말했다. “걱정 마. 평소 건강이 나쁜 사람한테만 위험해. 나머지는 심한 독감 정도야.” 모든 것이 부족한 이 심각한 시기에는 계층 구조가 명확해진다. 차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상에는 이미 장애와 만성 질환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우리에게는 아직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 중요성이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이 팬데믹으로 장애인들의 접근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예술 공연을 본다. 원격 근무를 한다. 이전에 장애인들이 이런 일을 하려고 하면 돌아왔던 말은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안 된다”였다. 나는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상 음악 콘퍼런스)의 패널로 두 번 초대되었고 그때마다 말했다. “나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스카이프 화상 통화로 참여하겠다.” 두 번 다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다.” 그게 핑계였다.
이번 팬데믹으로 우리 장애인들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정상’이라는 개념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전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모두가 일터로, 혹은 버닝맨 페스티벌(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약 일주일간 열리는 축제)로, 코첼라 페스티벌로 돌아간다고 해서 접근성에 대한 생각을 멈춰서는 안 된다. - 구술 정리 매디슨 베인
 
 

신입사원 

Dacavien Reeves 다카비엔 리브스
모어하우스 대학 2020년도 졸업생  /  멤피스 거주
 
19.5% 직원 채용을 폐지했거나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회사의 비율
 
나는 기숙사 사감이다. 봄방학이 끝난 뒤에야 짐을 챙겨서 나와야 했다. 친구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기숙사에서 보낸 마지막 날에 나는 울었다.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 했다. 학생 신분으로 대학 캠퍼스를 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었다. 이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졸업반 학기가 갑자기 끝났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 대학교에는 불안정한 가정 출신의 학생이 많다.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안정된 위치를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살며 학교에 와서 화장실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학우들도 있다. 이제는 살아갈 집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가을부터 JP모건에 출근한다. 텍사스주 플라노에 살 예정이다. 국제경제경영부서에 들어갔다. 취업이 취소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아직 하지 않는다. 언제 출근할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 구술 정리 저스틴 커클랜드
 
다카비엔 리브스가 팬데믹 이전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 리브스는 사진 속 친구들과 직접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다카비엔 리브스가 팬데믹 이전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 리브스는 사진 속 친구들과 직접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작업 감독관 

스태이튼아일랜드의 아마존 지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크리스천 스몰스는 강도 높은 직원 안전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끌었다. 스몰스는 그날 해고됐다. ©REUTERS/JEENAH MOON

스태이튼아일랜드의 아마존 지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크리스천 스몰스는 강도 높은 직원 안전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끌었다. 스몰스는 그날 해고됐다. ©REUTERS/JEENAH MOON

Christian Smalls 크리스천 스몰스
전 아마존 직원  /  스태튼아일랜드 거주
 
우리를 꼭 필요한 인재라고 말하려면 우리 건강을 생각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건강도 그만큼 꼭 필요하다.
코로나19 대비에 늦은 미국은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아마존의 창고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3월 중순, 회사는 DJ를 초청하고 팝콘 기계도 놓고 파티를 열었다. 나는 ‘방역은 어쩌지?’ 생각했다. 방역 대책은 전혀 없었다. 안전 기준도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가 돌아갔다.
3월 24일,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나와 같은 작업 감독관이다. 확진자 발생 후 회사의 대처는 전혀 투명하지 않았다. 회사는 내게 절대 직원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했다.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우리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다. 내 가족을 보는 시간보다 직원들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와 동료들은 퇴근 시간 뒤에 자유 의지로 건물 앞에 모였고,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시위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선구자들, 개척자들은 힘의 균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본다. 생사를 오가는 이런 시기에는 더더욱 자본주의는 하층민과 중산층의 피를 빨아 이익을 얻는다. 아직도 돈을 계속 벌고 있는 억만장자들은 일꾼들을 보호할 생각이 없다. 존중?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존중하나? 그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없다.
‘똑똑하지도 않고 자기 생각도 제대로 표현 못 한다’는 메모에 대해서는 들었다. 우스울 뿐이다. 똑똑하지도 않고 자기 생각도 표현 못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세상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시급 25달러를 버는 사람에서 세계 최고 부자와 대화하는 사람이 됐다. 내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 구술 정리 사라 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