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북촌 청송재에서 만난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와 로로피아나 화보 촬영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시대적이고 우아한 공간을 만든다. 그에게는 공간뿐 아니라 옷 역시 자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도구다.

BYESQUIRE2020.09.29
 
 

TIMELESS BEAUTY

with

LORO PIANA 

 
 
 
트래블러 재킷 3백90만원대, 브라이스 크루넥 스웨터 2백만원대, 쿨리세 플란넬 팬츠 1백만원대, 아일릿 퓨어 캐시미어 스카프 2백5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트래블러 재킷 3백90만원대, 브라이스 크루넥 스웨터 2백만원대, 쿨리세 플란넬 팬츠 1백만원대, 아일릿 퓨어 캐시미어 스카프 2백5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수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와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공간을 노출하는 일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모든 공간 디자이너가 다 그런 것은 아닐 거다. 이번 〈에스콰이어〉와의 로로피아나 화보 촬영과 인터뷰도 이곳 북촌 청송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북촌에서 산 지 8년 차, 처음 이 공간을 만났을 때의 단상이 궁금하다.
처음 이 공간을 만났을 때 굉장히 충격이었다. 대개 사람들은 한옥을 제대로 경험해볼 기회가 없다. 한옥을 멀게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그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에서 일하며 지극히 사대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산 것은 아닌지 처음 돌아보게 됐다. 나의 배경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거다. 그 아름다움을 마주했을 때 하루빨리 살고 싶었고, 우리나라 고유의 미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지금의 청송재의 모습으로 고치고 매만지고 생활하면서 한옥을 바탕으로 공간의 다양성에 대한 실험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향하는 삶의 모습, 사는 방법에 따라 공간도 그 모습을 같이한다. 이전에 한옥 주거 경험은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한옥이라는 주거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인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보다는 그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자신에게 잘 맞는, 솔직한 룩’을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한옥에 살면서 나의 본질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만약 내가 서양인이었다면 서양의 본질을 탐구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됐을 거다. 어떻게 하면 겉치레를 좇지 않고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나를 과장해서 꾸미지 않는 정직한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이것의 해결 지점이 내게는 한옥이었던 거다. 나는 전통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의 이야기, 본질적 아름다움의 이야기에 더 깊은 관심이 있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바라보고, 이러한 탐구를 통해 미래를 보여주는 게 나의 매니페스토다. 나에게 주어진 과거가 바로 한국의 전통이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바다.
 
실제로 살아본 한옥은 어떤가?
비로소 한옥에 와서야 내 모습을 찾게 되었다. 지금의 삶이 내겐 가장 균형을 이룬 삶이다. 나는 항상 밸런스를 맞추고자 한다. 삶에서도, 공간 디자인에서도. 이를테면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한옥이라는 공간에는 한국 전통의 토기에 단색화 그림, 스칸디나비아 가구가 어우러져 있다. 공간의 밸런스라 하면 동서양의 조화, 시대의 조화, 시간의 조화가 될 거다.
 
    
트래블러 울 더블 재킷 6백만원대, 카프리 셔츠 2백70만원대, 시티 원 핀스 코튼 팬츠 1백1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트래블러 울 더블 재킷 6백만원대, 카프리 셔츠 2백70만원대, 시티 원 핀스 코튼 팬츠 1백1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양태오의 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좇는 것이 아닌 ‘공간으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균형 있게 아우르는 가치의 미를 선보이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태오양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전엔 시카고, 암스테르담, 베를린에서 일했고. 공간 디자이너로서 자신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나?
사실 인테리어는 굉장히 머티어리얼리스틱한 분야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큰 단위의 자본이 엮인 사업이다. 소재는 대부분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산 대리석은 이탈리아 어느 산의 일부분을 깎은 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 우리는 손대지 않아도 될 아파트를 헐고 대리석으로 끼워 맞춘다. 굉장히 소모적이고 머티어리얼리스틱한 작업인 거다. 나 역시 이와 같은 경향에 휩쓸린 삶을 살기도 했다. 한옥에 살고부터는 굳이 우리가 수많은 자본과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삶을 살 필요가 있는지 되묻게 됐다. 그보다 가구 하나를 사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지,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전통의 정신과 가치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집은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면 집을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바탕으로 삼는 거다. 집은 더 이상 목적과 수단이 아니다. 예쁘기만 한 집은 좋은 집이 아니다. 집과 공간을 도구 삼아서 더 나은 사람, 자신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고차원적일 수 있도록 도구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태오양 스튜디오의 중요한 화두다.
 
2018년 11월에 론칭한 모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이스라이브러리(EATH Library)는 공간으로써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갔듯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도구다. 이처럼 양태오의 영원한 관심사는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접근 방법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내려놓음으로써 자신을 높일 수 있다. 화려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좋은 것을 입고 먹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스라이브러리라는 모던 한방 화장품 브랜드를 통해 한국적, 본질적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소개하고 싶었다.
 
조금 더 개인의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현재 레지던스 등 개인 집의 주거 공간, 상업 공간, 전시 등 디자인 작업의 범주와 영역은 공간이 중심이 되어 넓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지 공간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에 국한하지 않은, 미술이나 예술에 깊은 조예가 있어야 가능한데, 부모님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부모님이 미술 컬렉팅을 했다. 사실 집에 있는 수많은 미술품도 어머니의 컬렉션이다. 나 역시 미술과 예술을 너무 좋아하고 예술과 나의 작업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예술은 시대정신을 지닌다. 이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미술이다.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시대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지, 혹은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컨템퍼러리한 예술 작품이 만들어진다. 디자인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정신과 문제 해결 의식, 예술적 감각은 우리를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이끈다.
 
관심사에 따라 청송재의 소품이나 가구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SNS를 통해 흥미롭게 보고 있다. 최근에 구입한 예술 작품이나 요새 가장 관심 있는 예술가가 있나?
오늘 로로피아나와의 촬영도 최근에 구입한 작품 앞에서 이루어졌다.(웃음) 숯으로 작업하는 현대 예술가 이배 선생님의 작품이다. 숯이라는 물성은 살아 있는 무언가가 불타서 사라지고 정화되어 다시 새로운 물질로 탄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숯이라는 물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다. 요즘은 본질, 물질, 물성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져서 토기, 도자기에도 관심이 많다. 이전에는 완성도와 아름다운 것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지금은 내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본질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옷도 같은 이치다. 아무리 기교를 부리고 화려하게 만들어도 정작 소재가 좋지 않으면 입었을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본질은 매우 중요하다.
 
 
로드스터 캐시미어 재킷 5백80만원대, 리버사이드 크루넥 스웨터 1백50만원대, 쿨리세 플란넬 팬츠 1백만원대, 서머 워크 스웨이드 로퍼 9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블랙 삭스 본인 소장품.

로드스터 캐시미어 재킷 5백80만원대, 리버사이드 크루넥 스웨터 1백50만원대, 쿨리세 플란넬 팬츠 1백만원대, 서머 워크 스웨이드 로퍼 90만원대 모두 로로피아나. 블랙 삭스 본인 소장품.

실내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공간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최초의 기억이나 원형이 되는 공간이 있나?
어릴 때 어머니 따라 가구를 이리저리 바꾸곤 했다. 공간을 꾸미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된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을 거다.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내 방을 꾸몄다. 독특한 건, 항상 테마를 정했다.(웃음) 일본에 관심이 많을 때는 일본 젠 스타일로, 어느 날은 중국의 어떤 스타일로. 고등학생때는 장이머우 감독의 〈홍등〉이라는 영화를 보고 내 방을 꾸몄다. 너무 본격적으로 하니까 부모님이 그리 반가워하진 않았다. 공부해야 하는데 매일 비디오 빌려서 영화를 보고 방을 바꾸고 하니까. 그런데 이런 기억들이 지금 내 일과 커리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항상 고객들은 내 공간의 주인공이 된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원래 실내 디자인이 아닌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다고.
패션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당시만 해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저명한 한국 패션 디자이너가 드물었다. 지금은 분야나 장르를 불문하고 능력 있고 영향력을 지닌 분이 많지만. 부모님은 내가 패션 디자이너보다 건축가나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길 내심 바랐던 것 같다. 어머니가 내게 공간을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간의 벽, 바닥, 가구는 물론이고 공간에 흐르는 음악, 옷, 음식 뭐든 다 알고 볼 수 있는 통찰력과 감각을 지닌 직업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화장품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면서 이스라이브러리의 유니폼이나 패브릭 소품은 다 내가 셀렉팅을 한다. 만약 패션 디자이너라면, 지금 하는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과 일맥상통한 선에서 최고의 소재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꺼내주고 라이프스타일을 읽어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국내외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닌다. 여행 옷차림이 궁금한데,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오히려 서울에 있는 게 어색할 정도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해외여행길에 미팅을 많이 하고 오는데, 그때 주로 로로피아나 옷을 입는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사실 국내보다 홍콩 면세점 로로피아나 매장을 즐겨 이용했다. 매장 직원들과 꽤 친한 정도다.(웃음) 해외 다닐 때는 어느 로케이션이나 다 잘 어울리면서도 추레해 보이지 않는 동시에 과하지 않아야 한다. 편한 것은 물론이고 색상도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려야 한다. 로로피아나 옷은 기능성이 뛰어나다. 특히 그중에서도 오늘 입은 로로피아나의 트래블러 재킷. 정말 잘 구겨지지 않는다. 무언가 얼룩이 묻었을 때도 빠르게 잘 닦인다. 기능성과 비주얼 면에서 포멀과 캐주얼을 모두 아우르는 옷이다.
 
이번 화보 촬영에 로로피아나와 함께한 이유나 계기도 그것인가?
로로피아나는 우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겨 입는 브랜드다. 게다가 로로피아나는 내가 추구하는 삶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근접한 옷을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본질’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삶이야말로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가치관과 타임리스 클래식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가 추구하는 지점이 같다. 로로피아나는 자신을 보라고 소리치는 패션이 아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정직하고 진중하다. 본질적으로 잘 만들어짐으로써 자연스레 빛이 나는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음악이나 그림, 책에서 영감을 얻듯 패션도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로로피아나의 좋은 퀄리티의 옷을 입고 미팅을 하고 출장을 다니면서 나 또한 허례허식 없는, 진솔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듯 패션 역시 가장 빠르게, 비교적 쉽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패션을 선호하는 듯하다.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나?
옷과 집은 사람의 격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꾸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다. 다만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나는 늘 고객을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정한 모습,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꾸미거나 트렌드에 휩쓸리고 싶지는 않다. 옷 역시 나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옷이 좋다. 언젠가 아주 클래식한 정장을 입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한 10년, 15년 후에 클래식한 정장을 입었을 때 잘 어울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럭셔리만을 추구한다’는 세간의 평판에 대해 ‘럭셔리가 아닌, 타임리스에 대한 동경’이라고 바로잡아 이야기한 인터뷰를 본 적 있다. 동서양을 떠나서 수백 년간 하나의 목소리로 가치와 철학을 이어온 브랜드에 대한 경외심이 든다고. ‘타임리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정의를 내리기엔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본질을 잘 알고 상위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해 〈에스콰이어〉는 10월호 발행으로 25주년을 맞는다. 무언가를 지속해간다는 것은 그만큼 유의미하고 대단한 일이다. 디자이너로서 25년 차,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일을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자신을 더 숙이게 된다. 더 겸손한 태도로 조금 더 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한국적이면서 굉장히 동시대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일에서 나와 나의 공간이 타임리스에 좀 더 가까워지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