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소셜 딜레마: SNS는 진짜 민주주의일까?

소셜 미디어는 정말로 민주주의인가?

BYESQUIRE2020.11.02
 

소셜 딜레마: 소셜 미디어는 정말로 민주주의인가? 

 
또 고양이 건강식품을 샀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내 고양이는 열두 살이고 건강하다. 노령 고양이지만 크게 아픈 곳은 없다. 다만 변비가 조금 있다. 변비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앓는 사람에게는 꽤 귀찮은 병이다. 말 못하는 고양이도 괴로울 것이다. 나는 구글에서 ‘고양이'와 ‘변비'라는 키워드를 두어 번 검색했다. 즉시 페이스북은 고양이 장 건강에 좋다는 비피더스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양이용으로 특별히 개발된 비피더스라고 했다. 장까지 내려가서 시원하게 변비를 고쳐준다고 했다. 도리가 없었다. 즉시 구매 버튼을 눌렀다. 두 박스를 사면 한 박스 가격으로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두 박스를 샀다. 아침마다 굵은 가루로 된 비피더스 한 봉지를 숟가락으로 으깨어 사료와 비볐다. 고양이는 먹지 않았다. 열심히 손으로 사료를 떠먹였다. 그제야 먹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비피더스 가루를 으깼다. 내 고양이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기쁨에 사로잡혀 열심히 으깼다.
 
또 고양이 건강식품을 샀다. 정말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내 고양이는 열두 살이고 변비가 조금 있으나 여전히 건강하다. 페이스북으로 구입한 비피더스를 먹이고 있으니 변비도 금방 나을 것이다. 따로 고양이에게 주는 것은 없다. 나는 최고급 사료를 먹인다. 보통 사료의 두 배 값이 넘는 이 사료만 먹여도 고양이는 건강하다. 잠깐. 정말? 혹시 내 고양이는 나에게 인간의 언어로 전달하지 못하는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은 확신이 됐다. 페이스북은 고양이 영양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현직 수의사가 만든 영양제라고 했다. 고양이에게 비듬이 있는가? 의심하라! 고양이 털을 쓸어봤다. 비듬이 나왔다. 고양이가 평소보다 수면 시간이 더 늘었는가? 의심하라! 확실히 내 고양이의 수면 시간은 늘었다. 당신은 혹시 영양분이 부족한 사료만 먹이는 게으른 집사가 아닌가? 의심하라! 맙소사 이걸 어떡하나. 나는 사료만 먹이는 집사다. 나는 게으른 게 틀림없다. 구매 버튼을 눌렀다. 추석 시즌이라 50% 할인이다. 두 박스를 구매했다. 비피더스 한 봉지를 으깬 다음 영양제를 짜서 사료와 비벼 주었다.
 
또 고양이 건강식품을 샀다. 정말이지 단언하건대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내 고양이는 열두 살이고 변비가 조금 있으나 비피더스와 영양제를 먹이고 있다. 충분히 건강할 것이다. 다만 고양이는 종종 헤어볼이라는 걸 토한다. 스스로 혓바닥으로 털을 그루밍한 뒤 삼키게 되는 털은 위나 장에서 뭉친다. 그러면 고양이는 헛구역질을 여러 번 해서 스스로 그걸 토해낸다. 모든 고양이의 습성이다. 토해놓은 꼴이 좀 지저분하지만 물티슈로 닦으면 그만이다. 페이스북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헤어볼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헤어볼이 장을 막아서 장폐색이 오면 배를 가르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경악하며 구매 버튼을 눌렀다. 당신이 고양이를 키우는 평균적인 집사라면 돌연사의 미세한 가능성까지도 차단하고 싶게 마련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는 비피더스와 영양제와 헤어볼 방지 약품을 으깨어 섞은 간식을 숟가락으로 비빈다. 이제야 나는 책임감 있는 고양이 집사로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잠깐? 정말로 내 고양이는 이 모든 건강식품 때문에 더 건강해지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이 내 고양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식품인 걸까?
 
나는 〈허프포스트〉라는 미국 매체의 한국판에서 일했다. 잡지 출신으로 글만 쓰던 나에게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이용자를 거느린 온라인 매체는 정말이지 새로운 세계였다. 미국 스태프들은 나에게 실시간 이용자 수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기사를 발행하는 온갖 새로운 디지털 놀이를 가르쳤다.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페이스북이었다. 시작은 놀라웠다. 독자들은 매체의 페이스북을 미친 듯이 팔로우했다. 기사는 페이스북에 오르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바이럴이 됐다. 하나의 기사를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클릭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페이스북의 어마어마한 전파력 덕분이었다.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수정했다. 그들은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포스팅을 더 보여주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호언한 뒤 매체들의 기사가 전파되는 횟수를 일부러 막아버렸다(그리고 노출을 원한다면 돈을 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오래전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팔로우하는 사람들과 매체들을 시간에 따라 가장 먼저 보여줬다. 당신은 당신의 타임라인을 정말 당신의 취향대로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런 자유는 몇 년 만에 빠르게 사라졌다. 페이스북은 이제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따라 해당 포스팅의 노출 횟수를 관리한다. 그러자 소셜 미디어로 덩치를 키운 매체들의 기사는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갑자기 독자들을 향한 노출 횟수가 추락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알고리즘이란? 그건 바로 당신이다. 페이스북 본사의 지하에 있을 거대한 슈퍼컴퓨터들은 인공지능의 두뇌를 굴리며 ‘당신’을 파악한다. 당신이 어떤 성향의 팔로워를 최근에 팔로우했는가, 당신이 어떤 제품을 검색했는가, 당신이 평소에 지나치지 않고 꼭 보는 포스팅은 어떤 종류인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매일 매 시간 매 초 분석한 뒤 당신이 그걸 여는 순간 알고리즘으로 정리된 콘텐츠들을 먼저 보여준다. 갑자기 정치적으로 당신의 구미에 맞는 포스팅이 페이스북에 제일 먼저 떴다고? 그건 당신이 매일매일 그런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이다. 계속 비슷한 광고가 뜬다고? 그건 당신이 그와 관련된 상품을 계속 검색했기 때문이다. 혹은 그와 관련된 포스팅을 했기 때문이다. 더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인간'의 커뮤니티는 없다. 페북은 나를 하나의 온라인 상품으로 만든다. 내 정보를 규합해서 그것을 기업들에게 넘긴다. 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광고들은 조용히 내 타임라인에 도사리고 있다가 내가 무언가를 클릭하는 순간 ‘따봉'을 외치며 우르르 몰려든다. 그리고 당신은 쉽게 구매 클릭을 누른다. 당신은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이용자가 더는 아니다. 그들이 설계한 대로 움직이는 ‘구매자'에 지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훌륭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레딧 등 가장 거대한 소셜 미디어 회사를 만들었거나 그곳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지금의 소셜 미디어들이 이용자들을 ‘중독'시키기 위한 설계로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만약 당신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음모론자라면 당신의 소셜 미디어들의 인공지능들은 비슷한 ‘지구 평면설' 음모론이 담긴 콘텐츠를 먼저 당신에게 보여주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당신에게는 확증편향이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의 견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정보만 골라서 (혹은 소셜 미디어가 골라줘서) 계속 취하게 된다. ‘팩트'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는 정말로 민주주의인가? 어쩌면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어떤 아테네 아고라의 이상향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시대가 개막한 이후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는 점점 더 양극화되기 시작했다. 내가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만 선택하고, 내가 믿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친구 사이는 끊어버리거나 차단해버린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그런 당신의 정치적· 상업적 취향에 딱 맞는 글과 영상과 광고만 집중적으로 노출하기 시작한다. 이제 소셜 미디어 세상은 극우와 극좌와 포퓰리즘으로 넘친다. 그것은 실제 정치 세계에 곧바로 영향을 끼친다.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 전 고객의 정치적 취향과 내밀한 정보를 선거 마케팅 업체에 팔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저 자리에서 지상 최대의 쇼를 펼치게 한 가장 큰 조력자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다. 저커버그는 이미 미국 국회 청문회에 나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 민주주의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불가능한 약속이다. 알고리즘은 무소불위의 파워가 됐다. 그건 창립자들이 고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알고리즘은 스스로 진화하고, 저커버그도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또 고양이 건강식품을 샀다. 진짜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내 고양이는 열두 살이지만 비피더스와 영양제와 헤어볼 방지 간식을 먹는다.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빨이 문제라고 했다. 페이스북 광고는 외쳤다. 당신은 고양이에게 양치질을 해주고 있습니까? 아니오. 당신의 고양이는 입 냄새가 납니까? 네. 당신의 고양이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치아 문제를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양치질을 해줄 시간이 없다면 ‘덴탈 워터'만 사면 된다고 했다. 평소 먹는 물그릇에 서너 방울만 타주면 치석과 플라크를 방지한단다. 광고는 마지막 문구로 나를 녹다운시켰다. ‘고양이 치아 문제가 치은염으로 발전하면 당신의 고양이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즉시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페북이 내게 안겨준 알고리즘의 안정감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나는 내 고양이를 위해 모든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더는 사줄 것이 없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저커버그도 화면 너머에서 페북 계좌에 들어올 세상 모든 고양이 집사의 코 묻은 돈을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WHO'S THE WRITER?
김도훈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씨네21〉, 〈GEEK〉과 〈허프포스트〉에서 일했고 에세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