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혜수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외에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part.1

김혜수는 단 한 번도 시선 너머의 성취를 겨냥해본 적 없다. 그가 지금 여기에 이른 것, 그건 오직 순간순간을 직시해온 결과일 뿐.

BYESQUIRE2020.11.24
 
 

THE MOMENT SHE LIVES IN

with IWC 

 
혹시나 입 냄새가 날까 봐 민트 캔디를 먹었는데 아직 다 안 녹았네요. 문득 생각하니까 사탕 물고 인터뷰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요.
(데스크에 엎드려 턱을 괸 채로) 아유, 전혀요. 저도 이렇게 편하게 인터뷰하는데요 뭘.
보기만 한 저도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인데, 피곤하진 않아요? 온종일 촬영했잖아요.
괜찮아요. 피곤한 것보다 좀 체하긴 했는데, 소화제 먹고 손 따니까 괜찮아졌어요.
 
42.4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 4050만원 IWC. 셔츠 이사 아르펜. 팬츠, 서스펜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츠 로저 비비에.

42.4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 4050만원 IWC. 셔츠 이사 아르펜. 팬츠, 서스펜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츠 로저 비비에.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770만원 IWC. 재킷 무디디,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770만원 IWC. 재킷 무디디,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다들 놀랐어요. 내색을 전혀 안 하셔서.
처음에는 저도 몰랐어요. 사실 제가 소화제도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거거든요. 소화가 완전 잘되는 편이라. 촬영 중간부터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려서 왜이러지 했는데, 그게 체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쉴 때마다 스태프들이 와서 김혜수 씨 등을 왜 그렇게 쓰다듬나 했어요. ‘애정이 되게 각별한가보다’ 했죠.
(웃음) 그렇기도 하고, 오래 같이 일한 분들이라서.
체한 건 촬영 때문에 긴장했던 걸까요?
아뇨. 저는 원래 긴장을 안 해요. 그냥… 도시락으로 나온 음식 중에 떡갈비를 좀 급하게 먹은 것 같아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원래는 좋아하거든요, 고기.
사실 김혜수 씨 정도의 이력을 가진 분에게 촬영 때문에 긴장했냐고 묻는 게 우스운 일인데, 그래도 여쭤봤어요. 화보 촬영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과 분위기가 다르기도 할 테니까.
맞아요. 다르죠. 연기를 하는 건 제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거지만 화보 촬영은 내 자신을 드러내는 거잖아요. 그런데 또 아주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고, 의도하는 바가 따로 있는거니까요. 그래서 나이긴 한데, 스스로도 조금은 낯선 나? 그런 지향점이 있는 거죠.
직접 사진 촬영도 하시잖아요.
촬영하긴 하죠.
직접 그린 그림으로는 전시까지 했는데, 사진은 공개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아, 그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제가 전시를 의도한 게 아니라, 가끔 가는 갤러리가 있는데 거기 대표님이 전시를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제 폰 배경화면을 보고 “누구 거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냥 제가 그린 건데요” 하니까 “너무 좋다. 서울아트페어 같은 데에서 전시를 좀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전시를 그렇게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거겠지만, 무엇보다 그려놓은 게 몇 개 없어요”하고 대답했고, 그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기사가 나버린 거예요. 대표님이 그참에 저를 데뷔시키고 싶었나 보더라고요. 지금 같으면 이게 뭐냐고, 못 한다고 했을 텐데(웃음) 그때는 제 그림이 걸릴 자리를 보여주시는데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어요. 일단 빨리 그리자. 공간이 크니까 크게 그리자. 너무 성의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국 그렇게 전시까지 하게 된 거죠.
얼떨결에 시작한 거라도 반응이 좋으면 마음도 달라지지 않나요?
미술 애호가들의 평은 제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한 점이 팔리긴 했어요. 그분은 그 그림을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정말 감사했죠. 그런데 그 외에는 사실 제가 연예인인데 그림을 그린다는 이슈와 화제성으로 다뤄진 부분이 큰 거잖아요. 전시를 했고 작품이 팔렸으니 작가라고 하던데, 저는 그런 이야기를 염두에 두진 않아요. 저한테 그림은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요. 제가 준비가 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44.2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5250만원 IWC. 재킷 마그다 뷰트림 by 무이. 셔츠, 팬츠, 타이, 포켓스퀘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5250만원 IWC. 재킷 마그다 뷰트림 by 무이. 셔츠, 팬츠, 타이, 포켓스퀘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는 결국 자기 안의 뭔가를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시각에 따라서 미술과도 접점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보통 배우들이 쉴 때 자기 성찰이나 충전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거나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하기는 하죠. 그런데 저한테 그림은 정말 연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거든요. 그냥 되게 단순한 장난 같은 거예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핑크색이 너무 예쁘게 보여. 그럼 아, 핑크랑 골드를 섞어볼까? 이런 식으로 해보는 거죠.
워낙 취미가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림, 사진, 독서, 영화 감상, 꽃꽂이….
혼자 하는 건 많아요. 그런데 누가 ‘너 취미 뭐야?’ 하면 생각나는 건 사실 별로 없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들이 많은 거죠.
운동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것 같고요. 최근에는 복싱도 하신다고 들었고, 어릴 때는 태권도로 국가대표 시범단까지 하셨고.
그랬죠. 그런데 사실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도 뭐 국위 선양을 하고 싶다거나 무도인이 되려고 한 건 아니고, 유니폼을 입고 싶어서 했던 거예요. 시범단은 다 똑같은 머리를 하고 유니폼에 가방이나 가죽 구두, 운동화까지 맞춰 신고 다녔거든요. 초등학생 때는 그게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래서 했던 거죠. 그걸 입고 싶어서.
그럼 꿈은 다른 분야에 있었겠네요.
꿈 많았죠. 어릴 때는 꿈이 자꾸 바뀌잖아요. 어떤 때는 뚜렷한 것도 없는데 어른들이 자꾸 물어보니까 괜히 대답용으로 준비해놓기도 하고. 뭐 여러 가지 많이 얘기했었는데, 사실 그중에서도 제가 진짜 되고 싶었던 건 유치원 선생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꿈이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어른들이 “무슨 유치원 선생님이야 선생님 할 거면 대학 교수를 하겠다고 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학 교수라고 대답하고, 그랬죠.
유치원 선생님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섣부른 소리지만, 제가 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만해도 많이 긴장했는데 어느새 되게 따뜻한 기분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 것만 봐도요.
(웃음) 무엇보다도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요. 제가 아기일 때도 아기들을 좋아했다는데, 어린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럽거든요. 한번은 어린이날에 백화점 앞에서 촬영을 하다가 저 때문에 장소를 옮긴 적도 있어요. 제가 아이들 보느라고 집중을 못 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 된 것도 아이들을 마음껏, 늘 만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서였고요.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는 잠깐 기자가 되고 싶은 적도 있고, 외교관도 되고 싶었죠. 꿈이 계속 바뀌었어요.
그럼 배우를 꿈꾼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모델이나 배우가 꿈이었던 적은.
그래도 꿈이 많았던 사람한테는 배우라는 직업이 이점이 있겠네요.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으니까요. 기자든, 외교관이든, 뭐든.
그럼요. 연기라는 게 자신의 인생을 투영할 수밖에 없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가 짧은 기간이나마 다른 사람을 체험해볼 수 있는 정말 유일한 직업인 것 같아요.
우연한 경로로 배우가 되셨죠. ‘태권 소녀’를 찾고 있던 음료수 CF 모델로 발탁되면서. 그런데 아역일 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더라고요.
에이. 뭘 열의가 남달랐겠어요.
(웃음) 일화들 보니까 그렇던데, 아닌가요?
그랬나? 뭐, 기사에는 늘 그 사람이 되게 특별한 것처럼 나오잖아요. 솔직히 너무 어릴 때라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일단 뭘 잘 몰랐어요. 그냥 학교 안 가고 특별한 어른들 틈에서 노니까 좋았던 거죠. 그때는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곤 생각도 안 해봤고.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89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스포트막스. 셔츠, 슈즈, 보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89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스포트막스. 셔츠, 슈즈, 보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89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스포트막스. 셔츠, 슈즈, 보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89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스포트막스. 셔츠, 슈즈, 보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 배우 일을 계속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특정한 순간이 있었던 걸까요?
있긴 해요. 어느 순간 제가 연예인이 되고 또 어느 순간 유명해졌는데, 저한테는 그 모든 게 다 비현실적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지금도 그런 게 적응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이렇게 매체에서 다뤄지는 나를 볼때도 가끔 다른 연예인을 보는 것 같고. 아무튼 그렇게 배우로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청춘을 보냈는데, 20대 후반 정도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일에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구나.
많은 시간을.
맞아요. 무엇보다도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둬야 하나? 계속 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내가 연예인이라는 직업, 그때는 연기자라기보다 연예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데, 아무튼 연예인으로 내 삶을 많이 소모했으니 그 시간에 대해 규정할 수 있는 의미는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얘기하는 것 말고, 내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의미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그리고 그 후로는 좀 다른 태도로 일을 했고요. 물론 그건 관계자들이나 대중이 금방 눈치챌 수 있는 건 아니었겠죠. 저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눈치를 못 챘을 거라고 하셨지만, 사실 저는 2000년대 이전과 이후의 김혜수라는 브랜드는 굉장히 다른 느낌인 것 같거든요.
그래요? 어떻게?
음… 잠시만요. 혹시나 실례되는 표현이 튀어나올까 봐.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셔도 돼요.
아까 지나가듯 말씀하셨던 그 구분에 가까운 것 같아요. ‘연예인’과 ‘연기자’. 셀러브리티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에게 묻든 김혜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배우일 테니까요. 그것도 대체 불가능한, 일가를 이룬 배우.
(웃음) 그건 오래 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 말이 맞아요. 그전에도 물론 열심히 했지만 고민을 하고 난 후에는 진짜 좀 본질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됐달까. 그건 사람들이 금방 알아챌 수는 없는 거지만 그때 그 고민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좀 다른 사람이 되긴 했을 것 같아요. 고민의 시간이 좀 늦게 왔고, 길었긴 한데… 뭐 다 자기만의 타이밍, 각자 삶의 리듬이 있는 거겠죠.
노정의 씨처럼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배우를 보면 감회가 새롭기도 하겠네요.
딱히 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주 가끔? ‘아, 이 친구가 나처럼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했구나. 어쩌면 이 친구가 그 시기에 반드시 누려야 할 것들을 본인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놓칠 수도 있겠구나. 과거의 나처럼.’ 그런 게 느껴질 때면 여러 감정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뭐 제가 어린 배우라고 해서 남다르게 보고 그러지는 않아요. 저는 그냥 다 배우로 봐요.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나 봐요.
음… 제가 어떤 것들을 놓치게 될지 알았다면 저는 이 일을 안 했을 것 같아요. 그 나이에 누려야 할 정서에 공백이 생기고, 그게 성인이 됐을 때 어떤 결핍으로 작용하는지 미리 안다면 그걸 등 떠밀어서 시킬 부모도 없을 것 같고요. 근데 몰랐으니까. 나중에서야 크게 느끼는 거죠. 딱 그 시기에 누려야 하는 것들을 놓쳤다는걸. 그리고 그건 다른 무엇으로도 본질적으로 메워지지 않는다는걸. 물론 살다 보면 누구나 좀 더 크게 얻는 게 있고, 조금 더 잃는 게 있고 그런 거겠죠. 제가 가진 결핍이 있다면, 비록 폭은 더 좁아도 특수한 정서는 얻은 게 또 있을 거고요.
 
 
김혜수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외에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part.2

더 보러가기〉 
 
*김혜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eyword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안주영
  • STYLIST 이보람
  • HAIR 우호림
  • MAKEUP 이수민
  • ASSISTANT 이하민/윤승현
  • LOCATION 포시즌스 호텔 서울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