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혜수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외에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part.2

김혜수는 단 한 번도 시선 너머의 성취를 겨냥해본 적 없다. 그가 지금 여기에 이른 것, 그건 오직 순간순간을 직시해온 결과일 뿐.

BYESQUIRE2020.11.24
 
 

THE MOMENT SHE LIVES IN

with IWC

 
홍보 활동들 보니까 이번에 개봉한 〈내가 죽던 날〉 출연자들끼리 서로 굉장히 애틋해 보이더라고요. 노정의 씨도 그렇고, 특히 이정은 씨에게는 굉장히 유대를 표하셨던 것 같고.
정은 씨 같은 좋은 배우와 작품을 함께하는 건 배우로서 굉장한 행운이죠.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오래전에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배우는 결국 특정 캐릭터를 통해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간을 드러내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시간들을 잘 살아서 제가 좋은 인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배우가 되는 줄 알았어요. 살면서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제가 ‘진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땐 정말 그런 줄 알았고, 그러다가 상처받았죠. 사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꼭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인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정은 씨는 그 부분을 크게 환기시켜준 것 같아.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정말 좋은 배우이니까요. 너무 성숙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그게 저한테 굉장히 든든하고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너무 반가웠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고. 정은 씨도 그렇고, 선영 씨도 그렇고요.  
안 그래도 오늘 인스타그램에 배우 김선영 씨 사진을 잔뜩 올리셨더라고요.
하… 그분은 태생적으로 좋은 에너지를 가진 것 같아요. 그분이 역할을 얼마나 다채롭게 소화하는지는 우리가 다 알잖아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까 정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거예요. 문정희 씨도 특별 출연했는데, 그분 연기도 너무너무 힘이 있었고요.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셋 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또 좋은 배우예요. 가끔은 같이 연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서 느껴지는 이게 화면에 다 담길까? 담겨야 해.’ 이렇게 안타까울 정도였거든요.
 
 
44.2mm 아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부티크 에디션 477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셔츠 더로우.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지미추

44.2mm 아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부티크 에디션 477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셔츠 더로우.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지미추

 
42.4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 4050만원 IWC. 셔츠 이사 아르펜. 서스펜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2.4mm 레드 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 4050만원 IWC. 셔츠 이사 아르펜. 서스펜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레일러 볼 때보다 김혜수 씨가 하는 배우들 자랑 들으니까 더 기대가 되는데요.
사실 관객 반응은 제가 알 수 없죠. 작품의 의도를 느끼라고 관객에게 강요할 수는 없고, 그걸 못 느낀다고 해서 관객이 잘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결과를 떠나서 저한테는 이미 너무 소중한 경험이 된 거죠. 이 사람들을 직접 경험했고, 배우로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한 작품에서 이런 배우를 셋이나 만난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에요. 아마 그분들도 같은 마음일걸요. 우리 다 같이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그들을 얼마나 대단하게 느끼고, 얼마나 감사해하는지는 모를 거야. 진짜로는.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는 말이 와닿네요. 저는 사실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고주연 캐릭터가 일련의 사건을 겪고 사람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해서 갑자기 연기를 잘하게 됐다는 식으로 끝나지 않아서, 그래서 좋았거든요.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웃음) 작위적인 설정이 많은 코미디 장르 영화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진실이라는 건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눙치면 (보는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기 힘든 것 같아요.
톱스타 배우를 연기하셨지만 성격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김혜수 씨와 정반대였죠.
그래요? 나를 어떻게 알고 있나, 사람들이? 보면 다들 저를 너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노력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또 보면 참 철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고주연은 실력도 없는데 자기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쓸데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캐릭터였으니까요. 반면에 김혜수의 철없음은 뭐랄까. 좀 더 진취적인 방향 아닐까요? 저한테 김혜수 씨는 뭘 보여줄 지 예측할 수 없는, 뭐든 가능할 듯한 이미지가 있거든요. 갑자기 다시 토크쇼를 하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고,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정말로 남장을 하고 수양대군 연기를 한다고 해도 우려보다는 기대가 될 것 같고.
뭐든 가능하진 않겠죠.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일단 저를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들었는데요. 놀랍네요. 제가 그런 걸 의도해서 행보를 결정해온 건 아니니까. 우리 일이라는 게 저 혼자 의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항상 팀을 이뤄 해야 하고, 내가 원해도 거절당할 수 있고, 때로는 그냥 기회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고 싶다고 했다는 일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네. 제가 〈관상〉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무슨 소설책 읽듯이 너무 재밌게. 사실 수양대군은 역사를 잘 몰라도 다들 아는 캐릭터잖아요. 워낙 극적인 인물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지기도 했고. 그런데 이 시나리오에서 수양을 다루는 태도가 너무 매혹적인 거예요. 다 읽고 난 후 수양이 자꾸 어른거리니까, 감독님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죠. “연홍도 너무 좋아요. 제가 연홍을 할 건데, 혹시라도 수양대군이 극 중에서 남장 여자인게 가능하다면 저 너무 하고 싶어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수양이라는 이 사람의 빛과 어둠이 느껴지고, 정말 신비롭고 절제된 인물이었거든요.
아직도 흥분이 남아 있네요. 시나리오 읽는 거 좋아하는 편이에요?
좋아하기도 하지만… 싫어도 봐야죠. 시나리오를 읽지 않고는 제 일을 결정할 수 없으니까요. 원래 글 보는 걸 좋아하긴 해요.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 보면 직업병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책을 읽을 때에도 자꾸 장면 장면을 그리게 된다거나.
그런 건 있어요. 배우들 다 그런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캐스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요. 나는 이 소설이 너무 좋아,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런데 또 읽다 보니까 나보다는 이 배우가 어울릴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는 거죠.
해외에는 제작자를 겸하는 배우가 많잖아요. 마음먹고 데뷔를 한다기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의 판권을 샀다가 결국 제작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그런 욕심은 없어요?
없어요. 관심은 있고 욕심은 없고. 사실 제작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에, 제가 굳이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주변의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한테 얘기해주죠. 해도 안 해도 상관은 없는데, 괜찮은 것 같으니까 한번 보라고. 이제는 먼저 저한테 정보 좀 달라는 사람도 있고요.
 
 
44.2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5250만원 IWC. 재킷 마그다 뷰트림 by 무이.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5250만원 IWC. 재킷 마그다 뷰트림 by 무이.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아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부티크 에디션 477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우영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4.2mm 아머 골드 케이스와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부티크 에디션 4770만원 IWC. 재킷, 팬츠 모두 우영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낙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잖아요.
볼 때나 보는 거예요. 제가 작품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책을 아예 안 보거든요. 대본 보기도 바쁘니까.
그런 핸디캡을 쥐고서도 온라인 서점 우수회원이시라고.
아니, 그건 뭐. 제가 일을 그렇게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니잖아요. 평균적으로 1년에서 1년 반에 한 편 정도 하니까. 매일 일하는 사람에 비하면 시간이 많죠. 시간이 많으니까 책 읽는 시간도 많은 거고. 뭐 그냥 푹 늘어져서 멍청하게 보내는 시간도 많아요.
다독가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애쓰시는 것 같은데요.(웃음) 책을 좋아하긴 하시잖아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어릴 때부터 좋아한 건 아니에요. 독후감을 써야 할 때면 언니 것을 베껴 쓰거나, 앞의 몇 장만 읽고 대충 늘여 쓰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배우가 되고, 대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좀 늦게 왔어요. 특수한 경험들은 많이 했지만 보편적인 부분들은 점점 더 편협하고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아까 말씀하셨던 그 결핍.
맞아요. 그래서 글을 읽기 시작했죠. 스스로 독서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본인한테 필요한 게 그 안에 다 있었으니까 그랬겠죠.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정직하게 얘기하면 책이란 건 저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직접적인 경험을 따라갈 수는 없죠. 하지만 저는 너무나 많이 비어 있었고, 결여됐었으니까. 책 안에서 느끼고, 발견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절실했어요. 제가 20대, 30대 때 이런 얘기도 들었거든요. “김혜수는 책도 많이 읽는다면서 시나리오 보는 눈이 왜 그렇게 없어?” 왜 업계에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배우를 따라갈 수 없다고. 그게 맞는 말이거든요. 한번은 누가 대놓고 그러더라고요. “너는 제발 책만 끊으면 된다”고. 그렇다고 제가 책을 쌓아두고 밤새 읽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남들이야 그렇게 말을 해도 그때 저한테는 책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지금 돌이켜봐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고요. 아주 많이.
그런데 왜 하필 책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영화나 드라마가 더 가까웠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밖에 없었으니까요. 제가 대학생 무렵에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했어요. 그 일들도 대부분 자의로 선택한 게 아니었고요. 일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늘 새벽이고, 가족들 모두 잠들어 있었죠. 그런데 저는 들어오면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셨어요. 혼자 깨 있고 싶어서. 너무 피곤하지만, 내 선택으로 가질 수 있는 시간은 그 시간밖에 없었으니까. 멍청하게 그냥 앉아 있더라도 그 순간에는 온전히 나인 거예요. 그러다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거고요. 대학생 때까지 같은 방을 쓴 친언니가 책을 좋아해 많이 갖고 있었거든요. 정말 다행이죠.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저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거예요. 아주 건강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거나.
저는 김혜수 씨의 MC나 영상 인터뷰도 좋아하는데요. 특유의 안정적이면서도 경쾌한 리듬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것보다도 김혜수 씨의 지면 인터뷰를 참 좋아해요.
갑자기? 감사해요.(웃음)
뭐든 스스럼없이 척척 해내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인터뷰에서는 늘 자기 안의 어려움과 어쩔 수 없는 감정까지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시니까요. 정확한 표현을 골라서 세심하게,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선선히. 그게 읽는 사람한테도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인터뷰라는 게 처음 만난 사람들이 ‘요이땅’ 하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한 두 시간 안에 스스로를 어필하고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인터뷰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내밀한 실체를 알려고 계속 노력하는 거라면 그것도 불편한 일이고요.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충실하게 보냈는가, 저는 그게 인터뷰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너무 조심하다 보면 정말로 해야 할 걸 못 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김혜수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외에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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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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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안주영
  • STYLIST 이보람
  • HAIR 우호림
  • MAKEUP 이수민
  • ASSISTANT 이하민/윤승현
  • LOCATION 포시즌스 호텔 서울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