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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주식 시장 최악의 시나리오

주식 광풍이 불고 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동학개미(한국), 로빈후드(미국), 닌자개미(일본), 청년부추(중국) 등 전 세계가 들썩인다. 금융에 시큰둥하다는 유럽의 2030까지 주식투자에 적극적이다. 지속되는 ‘버블 논쟁’만큼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크다.

BYESQUIRE2021.03.04
 
 

주식, 천국과 지옥 사이

 

THE WORST SCENARIO

 
주가? 한 마디 말로 무너지는 거야!
1636년 네덜란드에선 튤립 알뿌리 투기가 절정에 달했던 적이 있다. 1637년 2월 3일, 그날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과 함께 오후부터 매수세가 실종됐고 이후 튤립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1년도 안 돼 튤립 가격은 종전시세의 93%로 폭락했다. 바로 그 유명한 네덜란드 튤립버블의 붕괴 과정이다. 2021년 국내 및 세계 증시 상황은 꽤나 낙관적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당신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칠지 모른다.
 
 
달러 가격이 오른다.
현재 10명 중 9명의 전문가들은 올해 기조적인 달러약세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달리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일단 세계자산시장으로 나가 있던, 또는 나가려던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게 불 보듯 뻔하다. 혹은 투자를 멈추고 현금화하거나. 이러면 국내 증시도 수급 악재가 터질 수밖에 없다. ‘동학개미’의 물량을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세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걱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대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칭화유니그룹, 화천자동차, 융청(永城)석탄전력 등 알짜 대기업들이 뜻하지 않는 디폴트를 냈다. 올해 초엔 하이난 그룹마저 쓰러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엄청난 부채 문제는 이미 7~8년 전부터 새어 나오던 레퍼토리이다. 중국의 부동산버블도 마찬가지. 너무 익숙해 ‘에이 설마’ 하고 지나치지만 터지기만하면 시장을 초토화시킬 만큼 파급력이 크다.
 
그런데도 시진핑 정부는 “통제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디지털 위안화’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의 위상도 위태로워 보인다. 그간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 엄청난 차관을 빌려주었는데 대부분 디폴트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달러가 강세(위안화 약세)로 돌아서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원만한 상승을 넘어 급등한다면 중국 내수시장은 꽤 가파른 물가 급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소비는 급격하게 얼어붙고 성장은 동력을 잃는다. 위안화의 몰락이 달러의 몸값을 띄우는 꼴이 되는 셈이다.
 
암초는 또 있다. 비(非)체계적 위험으로도 달러는 금세 강세로 돌아선다. 백신 효과가 신통하지 못하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는 다시 쪼그라들 것이다. 그럼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린다. 또한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한다거나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아도 달러는 귀해진다. 음, 너무 복잡하다고? 만약 2021년 어느 시점에 원/달러 환율이 1130~1150원대를 넘어 지속 상승한다면 달러 강세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부채라는 시한폭탄이 터진다.
지난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미국과 세계 경제는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채와 시중 채권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동시에 달러를 펑펑 찍어냈다. 쉽게 말해 부채로 부채를 막는 꼴이었다. 물론 일정 시점 이후 빚을 갚으려는 노력도 했다. ‘테이퍼링’(테이프 되감기)을 통해 시중 돈을 흡수하려는 노력도 했고, 금리도 올렸다. 미 연준은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한 후, 2015년 12월 7년 만에 금리를 올렸고, 2016년 한 차례, 2017년 세 차례, 2018년 네 차례까지 총 아홉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2019년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다시 제로 금리 시대로 회귀했다. 미국은 지금도 매달 1200억 달러를 찍어내는 중이다.
 
재정 정책 방향도 돈을 뿌리는 데 열중이다. 미 행정부는 작년 코로나 19 발발 이후 약 1년 만에 벌써 5조 달러 이상을 뿌렸다. 이 또한 전부 ‘빚’ 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 증시는 빚더미 위에 세워진 모래성과 다름없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이 기이한 현상을 갈음한다. 부채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기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실물경제가 너무 많이 망가졌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실물경제의 그림자와 같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소비 주체인 가계가 쓰러지면 그림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만 끝나면 실물경제가 회복된다지만, 바꿔 말하면 “이제 부채를 갚아라”라는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뜻도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 물론 단기간 깔끔하게 부채를 털어낼 방법은 있다. 바로 디폴트다. 파산신고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슬금슬금 새어 나오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라는 개념이 결국 이런 방식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믿는 연준에 발등 찍힌다.
국내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에 맞서지 말라!”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확실한 인플레가 나오지 않으면 금리 인상도 없다” “테이퍼링 할 때는 몇 개월 전 말해준다” “경제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은 없다고 했으니 증시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다. 전문가들마저 “연준이 YCC(Yield Curve Control, 수익률 곡선 통제)를 할 테니까 시중금리 상승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미국이 금리 상승을 억제하면서 돈을 계속 찍어낼 것이란 이야기다. 바이든 행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니 최소한 2021년까진 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럴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든다. 도대체 언제부터 미국 연준이 대한민국 개인 투자자의 편이었나?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도, 금융의 신(神)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돌아보면 연준은 ‘절대악’에 가깝다. 긍정적 이미지가 만들어진 건 최근 ‘양적 완화’ 때문인데, 이 또한 때가 지나니 금리 인상을 시도했다. 이걸 막아준 건 트럼프였다. 최초로 비(非)유태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임명하고 끊임없이 연준과 대립하며 말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신이 짊어진 3억원의 가계대출을 금융이 해결해줄 일은 절대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개인이 채무를 갚을 능력을 상실한 순간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은 당신의 모든 자산을 경매에 넘길 것이다.
 
재닛 옐런 신임재무장관도 마찬가지다. 옐런 장관이 어느 날 “지금 주식시장 너무 과열됐고,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크다”라는 말 한 마디만 해도 시장은 휘청인다. 주식의 속성이 그렇다. 추세를 만드는 튼실한 주가 상승은 실물이 따라와야만 한다. 1990년대 미국 경제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게 없다면, 빚으로 만들어진 허상이라면 일순간 무너진다.
 
2021년 증시, 상승의 이유가 훨씬 더 많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대전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버블(거품)’이란 말을 꺼낼 단계는 아닌 것도 같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외로운 싸움이다. 남의 의견을 참조는 해도 믿어서는 안 된다. 무책임하게 들리겠지만, 이 글도 마찬가지다. ‘달러 약세(강세)=주가 상승(하락)’이 아니라 ‘달러 약세=주가 하락’이 될 수도 있는 게 주식이다. 이번 상승 랠리는 사상 최대의 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들고 달린다. 여차하면 그 기차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해두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 방법일 수 있다.
 
Who's the writer?
정철진은 경제 신문 기자로 10년, 경제평론가로 10년을 보냈다. 지금은 투자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주문 클릭을 할 때마다 되뇌는 투자 격언이 있다.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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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호준
  • WRITER 정철진
  • PHOTO 게티이미지스 코리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