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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다시 계산해봤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비용.

BYESQUIRE2021.04.15
 
 

지구에서 살아가는 비용 

 
작년 이맘때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인류 100만 명을 화성에 보낼 수 있다며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주 가격’이었다. 화성으로 이주하는 인당 비용은 얼마일까? 당장 화성에서 살 생각은 없지만, 이건 가격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 특성상 갖게 된 직업적 호기심에 가까웠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살아야만 할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누군가가 지구 이외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니 조금 안심이 됐다.
 
화성 이주에 가격표를 붙이기 위해서는 우선 ‘이주가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화성까지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로도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주는 탐사와 다르다. 지구에서 김장 김치나 ‘꼬북칩’을 소포로 받을 정도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비상 상황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화성 이주민들은 안심하고 이주를 선택할 것이다. 최근에 화성에 도착한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화성은 네바다주 어느 사막처럼 보인다. 화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고, 평균기온도 -63도라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화성에서는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동네를 산책하는 일도 쉽진 않을 것 같다. 오죽했으면 탐사 로버의 이름을 ‘인내(Perseverance)’라고 지었을까.
 
결국 실제 화성 이주가 가능하려면 사람이나 가축, 작물들이 살 수 있도록 지구화(地球化)하는 테라포밍(Terra forming)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에는 거대한 자금이 동원돼야 하므로, 화성 이주 가격에는 이 자본을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금융 비용까지 포함될 것이다. 이쯤 되면 구체적인 금액을 추산하는 건 내 지식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분명한 건 적지 않은 가격표가 붙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가격은 단순히 원가만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경쟁품’이다. 대체가 가능한 경쟁품보다 성능이 나쁘면서 가격이 비싸면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가장 강력한 경쟁품이라면 아마 지구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까지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그저 미친 사업가의 허언증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는 우리가 화성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푸른 별’에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에 사는 가격은 정말로 공짜일까?
 
공급이 무한할 때는 누구도 가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이렇게 무한정으로 숨을 쉴 수 있는 맑은 공기와 생존이 가능한 온도,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기후를 무료로 제공해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인류는 전체 생물량의 0.0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을 기점으로 인간이 만든 인공물은 이미 전체 생물의 양을 넘어섰다. 지구 입장에서 인간은 지구 곳곳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동의받지 않은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 중인 ‘골치 아픈 세입자’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지구는 이미 독촉 고지서를 보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지구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집주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격이 없던 것에 가격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깨끗한 식수가 흔한 곳에서는 생수의 가격이 생길 수 없다. 하지만 깨끗한 물의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나면, 즉 깨끗한 물이 ‘귀한 몸’이 되면 물은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가격이 붙는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제 생수에 붙은 가격표에 큰 의심을 하지 않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물 1L에 기름 1L와 비슷한 가격을 붙여 파는 사람은 사기꾼 취급을 당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21세기의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지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도 가격이 붙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교토의정서를 통해 각 나라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정해지자 ‘탄소배출권’은 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사고 팔리기 시작했다. 각 국가 또는 회사가 주어진 양 이하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남은 양을 할당량을 초과한 다른 곳에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탄소배출권 덕이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격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인류가 지구에 거주하는 데 가격표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누군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육식 대신 채식을 선택하고, 어떤 국가가 더 많은 값을 내고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쓰기로 했다면 여기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역시 지구를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이 될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할부로나마 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지구가 갑자기 일시불로 그동안의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때는 정말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일지 진지하게 계산해봐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Who's the writer?
신현호는 뉴욕의 다국적기업 본사에서 전략 부문 업무를 한다. 스스로 “주 40시간은 회사에서 가격과 가치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 80시간은 레스토랑을 다니고 요리를 한다”고 말할 만큼 미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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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WRITER 신현호
  • Illustrator 이은호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