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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쿠팡의 성공과 보통 스타트업의 미래

쿠팡과 보통 스타트업의 미래.

BYESQUIRE2021.05.07
 
 

쿠팡과 보통 스타트업의 미래 

 
최근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쿠팡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부터 쿠팡이 스타트업계에서 갖고 있던 위상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원래 컸고 당연하지만, 이번에는 반응 자체가 달랐다. 전에는 쿠팡에 대한 의견이 ‘잘될 것 같다’와 ‘오래 못 버틸 것 같다’ 두 가지로 팽팽하게 나뉘었다면, 지금은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쿠팡의 미국 상장이 두 의견 사이 균형을 무너뜨린 모양새다.
 
이런 여론은 쿠팡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재 상황과, 그간 쿠팡이 들인 모든 노력이 ‘상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거대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에 안착하게 된 사례는 사실상 쿠팡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스닥이라니! 마치 몇 년 전, 마윈의 알리바바가 보여준 것 같은 거대한 성공이 한국에서 벌어진 것 같은 기분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의 스타트업도 이게 가능하다니. 모두가 놀랐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서비스지만, 과연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먹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상외의 성적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쿠팡이 걸어온 고난의 길은 꽃길로 포장됐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성공 공식’을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분 좋은 파티를 열기 전에 몇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엄밀히 말하면 쿠팡은 한국 기업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둘 사이 차이는 크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태극기가 펄럭인 것을 두고 자축 파티를 벌이는 것은 파티를 연 사람의 자유지만,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국가적 성공’이라고 볼 만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자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쿠팡은 한국의 치열한 커머스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고, 여러 문제를 헤쳐나가며 상장에 성공했다. 이런 성과는 회사의 국적에 따라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쿠팡이 앞으로 걷게 될 길이 ‘꽃길’이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스타트업계가 아닌 곳까지 영역을 확대해본다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쿠팡의 성공에 기존 강자들도 큰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신세계나 롯데와 같은 오프라인의 공룡들부터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르는 스타트업의 강자들까지, 이커머스를 하고 싶지 않은 곳은 없다. 기존에 자신의 구역이라고 생각한 영역을 뺏긴 그들이 쿠팡의 성공을 보고 손 놓고만 있을까? 이 기존 강자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이미 충분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으며, 투자 여력도 만만치 않다. 쿠팡이 조달하는 자본만큼 경쟁은 더 격해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자원이 투자될 것이다. 쿠팡의 완벽한 성공과 밝은 미래와는 별개로,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다. 독점적인 시장이 보여준 각종 폐해들은 이미 경제학 원론 교과서만 봐도 나올 정도로 명확하다. 반대로 다양한 거대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과점적인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는 소비자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다양한 포인트 적립과 무료배송 등 혜택이 비처럼 쏟아질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소비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니. 어쨌든 쿠팡의 성공에 대한 평가는 결국 성과로 나올 것이다. 아직은 성공을 이야기하기에도, 실패를 이야기하기에도 너무 빠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쿠팡의 상장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여부는 제쳐두고, 쿠팡의 상장을 ‘스타트업 성장 공식’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쿠팡은 스타트업계에서는 유니콘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다. 한국의 ‘1호 유니콘’이라는 기록 외에, 전 세계의 유망한 유니콘에게만 투자한다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 회사가 아니던가. 그 사실만으로도 쿠팡은 스타트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는 ‘넘사벽’ 같은 존재였다. 높은 자본을 투자받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공식은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기본 전략 중 하나다. 제이커브를 그리면서 높은 성장을 추구하라고 이야기하는 시장에서 쿠팡이 가지고 있는 성장 곡선은 스타트업의 성장 공식인 셈이다.
 
결과는? 모두가 보다시피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 그동안 쿠팡이 보여준 성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나열한다면 스타트업계의 모두가 따르고 싶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대로 공부해 높은 성적을 거둔다는 건 일부 특출난 이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좀 더 와닿게 설명하자면, “좋은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고, 적자를 내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다 보면 상장할 기회가 옵니다”라는 쿠팡의 성공 공식은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 명문대학을 갈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공부는 ‘운칠기삼’이라도 먹힐지 모르겠지만 사업은 그렇게 설명하기도 부족하다. ‘운구기일’ 정도라고 봐야 할까? 많은 창업자는 작은 시드머니와 오지 않는 기회에 현실의 문턱에서 계속 좌절한다. 부족한 자금과 늦어지는 서비스의 개발, 그리고 오픈 뒤 벌어진 예상치 못한 현실. 이런 고난의 계단을 한 단계씩 밟아나가며 많은 스타트업은 깨닫게 된다. 정말 힘든 길이라는 것을. 살아남은 스타트업이 밟아온 길은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거친 자갈밭인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유니콘의 길은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유니콘’이 된 회사들을 보면, 처음부터 웅장한 꿈을 꾸던 곳은 없었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생존에 허덕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유니콘이 된 것이다.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들이 사업의 아주 초창기에 한 인터뷰를 찾아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당장은 쿠팡의 승패를 점쳐보기보단, 스타트업계를 위해 쿠팡처럼 ‘엑싯(Exit)’을 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왔으면 바람이다. 스타트업을 키워가면서 상장 또는 매각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엑싯을 하는 창업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 2014년에 유니콘에 등극한 쿠팡이 이제서야 미국 시장에서 상장했다면, 그 이후 창업한 회사들은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배달의 민족’과 같이 해외에 매각된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상장이나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후보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창업의 길에 이러한 기업들이 보여주는 성공의 이야기들이 다른 창업자들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 버티고 이겨나가면 그래도 좋은 미래가 있다고, 오늘도 힘들어도 버티면 된다고 노력하는 스타트업의 모든 구성원이 마음속에 품고 갈 수 있는 희망의 징표 말이다.
 
희망의 상징들은 많을수록 좋다. 그것도 주위에서 손에 닿을 수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업들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도 좋지만, 내 주위에서 작은 성공으로 희망을 갖게 해주는 기업들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작은 스타트업들의 성공 스토리들이 또 다른 스타트업들이 시작하고 견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Who's the writer?
최정우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기업 인수와 매각 자문을 하고,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실에서 브랜드 인수와 전략 수립을 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를 썼고, 현재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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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이은호
  • WRITER 최정우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