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요즘 런던에선 새 구경이 유행이다

새를 찾는 일. ‘탐조’가 이렇게나 즐거울 줄은 몰랐다.

BYESQUIRE2021.06.15
 
 

SPOT!

 
사우스 다운스에 있는 부모님 집 정원엔 딱따구리 두 마리가 살고 있다. 왕립조류보호협회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들은 ‘오색딱따구리’로 영국에서 가장 흔한 종이다. ‘쇠오색딱다구리’와 다르다. 그건 굉장히 희귀한 종으로 우연히 볼 확률이 희박하다. 오색딱따구리의 깃털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얼룩덜룩하며 머리 뒤쪽과 배에 진한 빨간색 점이 있다.
 
지난해 5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1차 록다운이 절정일 때, 그 두 마리의 딱따구리는 매일 아침마다 사과나무 옹이에 작은 머리를 두들기거나 가지에 매달린 모이통을 기웃거렸다. 참고로 딱따구리의 두개골은 나무를 쪼으는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다.
 
딱따구리 한 쌍이 열정적으로 나무를 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딱따구리는 코로나가 몰고 온 먹구름과 무관하게 하염없이 나무만 두드릴 뿐이었다.  10여 분 동안 나무를 두드리던 딱따구리는 눈매가 사나운 술집 건달처럼 으스대는 울새에게 자리를 맡기고 떠나갔다. 때론 푸른박새, 할미새, 찌르레기, 까치도 그 나무에 앉아 잠시 쉬었다.
 
조류 관찰은 한때 몇몇 애호가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취미였지만, 최근엔 자연의 평온과 영감을 만끽할 수 있는 근사한 취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리두기에 지쳐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넬대학교 조류학연구소에 따르면 연례 조류 관찰 행사인 ‘2020 빅 버드 데이’는 200만 건이 넘는 관찰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심지어 가디언은  “조류 관찰은 야생을 관찰하는 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얼마나 유용한 일인지 잘 보여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이미 취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적었다.
 
비교적 동물 분포가 단조로운 영국에도(영국에는 곰조차 없다) 574종의 새가 있다. 콩새, 참매, 도요새, 나이팅게일, 그리고 콘월 북부와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절벽에 태연하게 매달려 있는 코뿔바다오리까지. 매일같이 마주치는 도시의 흔한 새들도 각자의 자그마한 생태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나는 법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비둘기, 지저분한 연못에서 진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청둥오리, 야생 앵무새가 휙 날아갈 땐 잿빛이던 런던 하늘이 일순간 알록달록하게 보인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1960년대 후반, 지미 헨드릭스가 카나비 스트리트에서 앵무새 암수 한 쌍을 방사한 이후 야생 앵무새가 번성하게 됐다는 이야기 말이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버스 정류장 옆에서 자라나는 한 무리의 수선화처럼 도시의 새들은 놀라운 회복력과 적응력을 지닌다. 새들은 시끄럽고 정신없으며 지저분한 도시의 삶과 공생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매년 5월에는 제비 가족이 부모님의 정원으로 온다. 그들은 남아프리카를 떠나 중앙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모로코, 스페인, 피네레산맥과 프랑스를 거치는 아주 길고 험난한 비행을 한다. 제비는 죽을 때까지 매년 같은 여행을 반복할 것이다. 그들은 헛간의 오래된 기둥 위에 둥지를 틀고 들판의 전신주 높은 줄 위에 모여 지저귀며 춤춘다. 늦은 오후의 파란 하늘을 무도회장처럼 이리저리 쏘다니기도 한다.
 
9월이 오면 그들은 전신주 위에 모여 회의라도 하듯 재잘거린 후, 일제히 날아가 버릴것이다. 평야와 산맥과 사막을 건너 남아프리카로. 매년 봄 제비를 볼 때마다 내가 힘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아직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조류 관찰이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