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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샤머니즘'이 흥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뜬금없이 샤머니즘이 부상하고 있다.

BYESQUIRE2021.06.15
 
 

TRAIN AS SHAMAN!

 
사이비나 미신 정도로 치부됐던 샤머니즘이 서구권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애초에 한국에서는 사주나 신점 등이 꾸준히 사랑받아 왔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유행 중인 샤머니즘은 이보다 한 단계 위다. 약간의 환각을 선사하는 ‘굿판’과 이를 주재하는 ‘무당’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국인 도미닉 페든의 이야기는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6세 때 그는 이미 글로벌 건축기업의 재무담당 이사였다. 그의 이력서에는 공인회계사, 자금 부장, 재무이사 등 그야말로 상당한 스펙이 가득 기재돼 있었다. 거기에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 담보대출 없이 구입한 런던의 집까지 가진 그의 삶은 완벽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삶이 전환점을 맞이한 건 2018년이었다. 그 무렵 페든은 네덜란드에서 ‘아야와스카’ 수행을 접했다. 아야와스카는 샤먼, 즉 무당의 인도를 받아 참가자가 환각성 차를 음용하고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일종의 ‘굿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탐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수행’이라고 불린다. 첫 수행 때 그곳에서 한 주를 보낸 페든은 이후 두 차례 더 그곳을 찾았다. “환각은 치유 효과를 줍니다.” 그의 말이다. 현재 그는 아야와스카를 집행하는 무당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재무나 회계 분야에서의 재능을 살리는 게 아니라, 환각 물질을 정신적 성숙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법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삶의 목표가 된 것이다.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라 네거스는 페든보다 일찍 이 길을 택했다. 2008년, 번아웃을 겪은 그는 아마존 우림지대의 아야와스카 의식에 참석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현대적 심리학’을 ‘고대 주술적 방식’과 조합해 교육 서비스인 ‘모던 샤먼’을 출시했다. “주술적 방식이 포함된 교육 인증서를 만들었어요. 지난해 서비스 이용자 비율이 엄청나게 늘었죠.”
페든과 네거스의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 샤머니즘은 이제 건강 및 복지 산업의 첨단에 서 있다. 물론 신점이나 사주팔자가 그렇듯 모든 샤머니즘 의식이 아야와스카처럼 약물과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독 아야와스카가 유럽 등지에서 ‘전통적 방식의 정신 치료’라는 명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야와스카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아야와스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이다.(물론 한국에서도.) 그렇기에 서구권에서는 이를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간다. 이게 포인트다. 여행지에서 얻는 정신의 성숙!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영적인 체험을 통한 ‘정신적 성숙’은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영국에서는 오락용 환각 약물로 주로 사용되는 DMT(디메틸트립타민)로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미국 오리건주와 워싱턴DC는 각각 환각 버섯의 유효 성분인 실로시빈을 합법화했다. 이런 방침은 대마를 비롯한 환각 물질을 이용한 치료법 교육 돌풍을 불러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런 열풍은 캘리포니아의 웨스트코스트 지역에서 탄생한 대마 관련 사업인 ‘그린 러시(green rush)’에 비유되는데, 아야와스카 열풍은 이보다도 더 거세다. 그린 러시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이와 비슷한 환각 물질이 몇 달 만에 이뤄낸 것이다. “시장 규모가 엄청나요. 그리고 무한 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죠. 사실 좀 무서운 부분도 있어요.” 미국 덴버의 사이키델릭 소마틱 인스티튜트에서 교육을 총괄하는 사지 라즈비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했던 말이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한몫했다. 팬데믹은 ‘내가 뭘 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진부한 고민에 머무는 것을 넘어, 직업 전환과 재훈련에 대한 실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잘나가던 이들이 갑자기 무당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런 분위기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네거스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진을 ‘영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도 회의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들 모두가 네거스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엄청난 직감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고,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남다른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겠죠.” 네거스의 말이다. “이런 직감을 이해하는 ‘영적인 기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고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건 더 나은 직업을 얻거나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른 의미죠.”
 
아마 이 글을 읽으며 눈살을 찌푸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은 여행을 떠나 환각제를 음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미신을 믿고자 하는 작은 마음이 싹트고 있다면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팬데믹의 불안정한 상황이 개인을 샤먼의 길로 인도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샤먼이 될 필요는 없지만 샤머니즘의 르네상스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이해할 필요도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국에서도 언젠가 대세가 될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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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WRITER Josh Bolton
  • TRANSLATOR 오태경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