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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뇌피셜] 코로나 이후 여행은 어떻게 될까?

놀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은 어떻게 폭발할까? 음악, 영화, 관광, 미식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나름의 뇌피셜을 받아봤다.

BYESQUIRE2021.08.03
 

대폭발 뇌피셜 

여행 고난의 시대
다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벼르고 있다. 2년 가까이 못 나갔으니 왜 아니겠는가? 폭발이 당연해보이는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판을 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보급되기 약 한 달 전인 올해 1월부터 ‘베트남 노보텔 숙박권’을 선보이며 업계 최초로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이후 ‘필리핀 헤난 리조트’가 주문 금액 14억원, 전 세계 400여 개 해외여행 상품이 포함된 ‘참좋은여행 희망 패키지’ 예약 건수  1만5000건을 달성하는 등 차별화 상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한진, 하나, 모두 등 대형 여행사들 역시 9월 추석을 겨냥해 너도나도 전세기를 띄우고자 협상에 돌입해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집단면역에 성공했다고 확신해 마스크를 벗어젖힌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폭탄이 터졌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신 1차 접종률이 30%를 넘겼음에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는 4차 유행이 시작됐다.
 
현실은 항상 너무 복잡하게 움직인다. 지난  6월 30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 최초로 북마리아나제도 연방과 ‘트래블 버블(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에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해 상호 여행을 자유롭게 하는 협약)’ 협정을 체결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자들은 7월부터 자가 격리 없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할 수 있게 됐지만, 여행의 장벽은 너무 높다. 우선 여행자들은 출국 72시간 전, 현지 도착 직후, 5일 차, 한국 입국 72시간 전, 한국 입국 후 1일 내, 한국 입국 후 6~7일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려 6번이다. 검사 횟수도 어마 무시하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출국 전 받아야 하는 개인 부담 검사 비용(10만~15만원)도 무시하지 못한다. 사이판 외에도 몰디브, 괌, 하와이, 모리셔스 등 여행이 가능해진 나라들이 꽤 있지만, 관광산업 의존도가 워낙 높은 곳들이라 궁여지책으로 국경을 연 것이지 방역에 뚜렷한 해결책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격리와 검사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누가 어떻게 항공기를 띄울 것이냐, 어떻게 모객을 할 것이냐도 어려운 숙제다. 항공기 한 대를 띄우려면 누군가가 억 단위의 비용을 미리 지불해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 아마도 ‘단체 관광 상품’이 가장 먼저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세기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행사가 총대를 멘다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해당 여행 상품의 방역 타당성을 두고 관련 부처들과 협의라 쓰고 읍소라 말하는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모객에 실패할 수도 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여행이냐”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수도 있는 언론과 SNS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처럼 벌어지는 인식의 전환처럼 모든 국가들이 이 감염증을 ‘심한 감기’ 정도로 여기게 되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다. 문제는 급변할 때까지 맷집이 남아 있느냐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손해를 가장 많이 입은 업종인 항공사와 여행사가 또 한 번의 큰 실패를 감수하고 ‘진짜 여행’을 시작하기란 너무 큰 부담이다. 맷집 있는 여행사는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서로 물고 물리는 여행산업 생태계의 사슬은 너무나 길고 약하다. 오랜 시간 격납고에 멈춰 있던 항공기가 본 괘도로 날아오르려면 활주로를 힘껏, 오래 달려 운동에너지를 저장해 힘을 받고 떠올라야 하는데, 그 누구 하나 차분히 기다려주고 책임져줄 여력이 없다. 다들 너무 지치고 오래 견뎠다. 슈퍼 히어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인스타그램이나 끄적이고 있을 수밖에.
 
내가 홍보를 맡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7월 13일 하루 확진자 4만7000명이 추가되며 세계 1위를 찍었다. 관광청 본사에서는 곧바로 올해 계획된 ‘모든 프로모션 중단’을 선언했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게 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관광청의 역할은 여행으로 그 국가의 국민들에게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니, 여행으로 먹고살던 기업과 개인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면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손재주 좋은 발리, 피지, 사모아 등 섬나라 사람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제품을 우리나라의 예술가, 기술력을 가진 기관들과 협업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브랜딩하고, 포장, 라벨 등을 개선해 수출 판로를 열어주자는 제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관광부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미 6개월 전부터 해외 마케팅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시만난인도네시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오지 않아도 유지 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것이다. 명동, 경복궁 거리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흉물스러운 한복 마네킹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코로나가 이 정도로 창궐할 줄 모르고 아이들과 가볍게 떠났던 2019년 1월 발리 여행을 생각한다. 인천-발리 왕복 항공권 가격은 60만원이었다. 베트남, 태국행 저가 항공은 10만원 떼기 장사도 했으니 당시 김포-제주보다 더 쌌다. 그 2019년이 아마도 인류 역사상 여행이 가장 저렴하고 자유로운 시기였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 시국이 종료되면, 버텨낸 회사들은 고가격 정책을 유지하며 ‘승자독식’의 파티를 벌일 것이다.
 
환란 직후에 살아남은 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2022년이 될지 2023년이 될지 모르지만, 그때의 여행 비용은 2019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높을 것이다. 관광 목적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건 1983년으로, 불과 38년 전이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고통, 고난, 힘든 일을 뜻하는 ‘travail’이다. 서양에서도 교통수단이 발달하게 된 19세기나 되어서야 여행이 고생이 아닌 쾌락이나 오락으로 여겼다. 당분간 여행을 예전처럼 다시 고비용을 들여야 하는 고난의 활동으로 돌아갈 것이다. 박재아(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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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MYCDAYS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