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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뇌피셜] 코로나 이후 레스토랑은 어떻게 될까?

놀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은 어떻게 폭발할까? 음악, 영화, 관광, 미식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나름의 뇌피셜을 받아봤다.

BYESQUIRE2021.08.03

대폭발 뇌피셜

어떤 승자가 독식할까?
한 친구가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그곳을 취재해주세요. 저도 같이 가요!” 그는 수개월째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초밥집에 갈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예약하면 되지, 웬 소란인가! 그런데 아니었다. 인터넷엔 ‘인류 역사상 예약이 가장 어렵다는 A스시’라든가 ‘A스시 예약에 성공하는 법’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초밥집은 매달 20일 오후 5시, 딱 한 번만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통해 한 달치 예약을 받는다. 이 초밥집은 2019년 3월께 개업했다. 개업한 지 1년 만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 집이 팬데믹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비대면 예약 서비스를 독특하게 활용해서 성공했다. 매달 20일에만 예약을 받는 주인의 선택이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이 되어 명성을 구축했다. 코로나라는 지진이 뒤흔들어놓은 미식의 지평에서 여의도 초밥집처럼 섬세한 대처로 승기를 잡은 식당은 그리 많지는 않다.
 
‘누가 어떻게 승기를 잡았느냐’가 다가올 미식 대폭발의 모양새를 결정할 것이다. 우선 먹거리와 기술의 결합이 눈에 띈다. 특히 비대면 서비스의 종류와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해졌다. 이젠 분식집에서도 쉽게 발견하는 키오스크(비대면 주문 결제 시스템)는 종업원과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음성으로 반응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리도 기술 집합체가 넘본다. 로봇 셰프가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죽하고, 뜨거운 기름 따위는 상관없이 움직이며 정확한 타이밍에 닭을 튀겨 한결같은 맛을 생산한다. 번과 토마토, 잘 익힌 패티를 순서대로 쌓아 그럴싸한 버거를 만드는 로봇도 있다. ‘로봇 바리스타’로 유명해진 달콤커피는 이젠 빅데이터와 영상 인식,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취향도 분석하고, 윙크까지 날려 감성 소통을 시도한다. 비대면과 최소 접촉이 강조되는 팬데믹 시대에 맞물려 ‘푸드테크’가 식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식문화의 다른 변화도 도드라져 보인다.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Meal Kit)의 고급화다. 유명 요리사들을 필두로 한 전문가 그룹과 유명 맛집이 맨 앞줄에 섰다. 과거 유명 요리사들은 밀키트 비즈니스엔 관심이 없었다. 팬데믹은 단단했던 이들의 미식 철학을 산산조각 냈다. 최현석의 ‘가리비 바질 페스토’, 이연복의 짬뽕, 정호영의 ‘닭다리살 가라아게’ 등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을 비롯해 〈미쉐린 가이드〉 스타 요리사들까지 밀키트 비즈니스에 합류했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대게장 새우먹물파스타’, 주옥 신창호와 유면가 이유석 셰프가 협업한 ‘유면가×주옥 들기름 표고버섯’ 등이 회자된다.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의 고기완자전, 을지로 ‘보석’의 보리새우미나리전, 고기리막국수의 들기름막국수, 미로식당의 국물떡볶이, 연안식당의 알폭탄알탕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민구 셰프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며 “대세를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의 어려움은 “파인다이닝 손님과 다른 고객층의 취향 분석”이라고 한다.
 
푸드 콘텐츠업체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는 “밀키트 시장은 (팬데믹) 이전보다 진입이 쉬워졌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며 “라방(라이브 방송) 등 판매 플랫폼은 다양해졌고 그 수도 많아졌는데, 그래서 플랫폼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플랫폼이 곧 미식 취향을 결정한다. 팬데믹 이전에 미식가는 “나, 요즘 이 레스토랑 자주 가”라고 말했다면 이젠 “나, 요즘 마켓컬리(혹은 오아시스)에서 주문해”라고 말한다. 외식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한 현상이다. 아주 고급 식당이거나, 매우 저렴하거나!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은 팬데믹 초반엔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원상회복됐다고 한다. 그 레스토랑의 셰프는 “해외여행 가는 대신 (여기를) 찾는 듯하다”며 “홀이 넓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레스토랑의 식사비는 와인을 포함하면, 3인 기준 최소 200만원 이상이다. 한편, 팬데믹 시대 최고의 수혜주가 와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혼술’, ‘홈술’ 문화와 결합하면서 인기가 팝콘 터지듯 치솟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류 수입량은 2019년에 견줘 13.7% 줄었지만, 와인 등 과실주의 수입량은 30.4%나 늘었다. 최근 와인 음용 트렌드도 ‘고급화’다. 한 와인 수입사 마케팅 담당자는 “최고급 프랑스 와인 수입이 느는 추세”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아예 접근이 어려운 식당도 생겼다. 강남의 한 최고급 초밥집은 여의도 초밥집과 다른 이유로 예약이 안 된다. “기존 저희 고객과 함께 오시거나, 그 고객의 예약을 양도받으세요.” 코로나19 확산이 이유가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신들의 정책이란다. 한마디로 ‘너, 우리가 정한 기준선 안에 없네. 그럼 오지 마’, 이 소리다. 식사비가 계층을 나눈 적은 있지만, 아예 접근 자체를 막는 건 새롭다.
 
그런가 하면 상수동의 한 식당은 평양냉면 가격이 8000원이다. 문전성시다. 1만원이 훌쩍 넘는 다른 ‘평냉’에 견주면 싸다. 아주 고급 식당이거나, 매우 저렴하거나! 팬데믹 시대에 식당은 선택해야 한다. 이 전쟁에서 생존한 식당들은 세상 과실을 송두리째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승자독식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요식업은 늘 전망을 뛰어넘는다. 다만 미식의 본령을 믿고 싶다. 여의도 초밥집 성공 요인 중 중요한 항목을 빠트렸다. “요리사의 정성 어린 맛에 감동했다.” 인터넷에 가장 많은 평이다. 박미향(〈한겨레신문〉 음식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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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MYCDAYS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