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전문가 뇌피셜] 코로나 이후 공연은 어떻게 될까?

놀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은 어떻게 폭발할까? 음악, 영화, 관광, 미식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나름의 뇌피셜을 받아봤다.

BYESQUIRE2021.08.03
 

대폭발 뇌피셜 

아레나급 아이돌은 있는데 아레나가 없다
롤라팔루자의 최종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내 가슴은 뛰었다. 그건 하나의 계시였다. 캘리포니아에 코첼라가 있다면, 시카고에는 롤라팔루자가 있다. 코첼라는 4월 공연을 포기했다. 롤라팔루자는 강행한다. 그만큼 상황이 변했다는 얘기다. 롤라팔루자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또 있다. 한적한 휴양도시에서 열리는 코첼라와는 달리, 시카고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는 애프터쇼가 진짜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랜트 파크에서 본공연이 열리는 7월 29일부터 8월 1일을 끼고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50여 개의 팀이 로컬 공연장 무대에 다시 선다. 그랜트 파크에서 공연을 마친 밴드들이 도심 곳곳으로 개선하면, 시카고의 주민들이 이들을 환호한다. 코로나 종식의 계시다. 한국에선 지난 6월 27일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이 4000명의 관객을 맞았다. 공연이 열리는 88잔디마당 바로 앞 체조경기장에 거대한 방역센터를 차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방역센터에서 입장객들은 열 측정을 하고, QR코드로 체크인을 하고, 신분증을 대조해 티켓을 수령하고, 신속항원키트로 자가 진단을 하고 나서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고, 스탠딩이 아닌 정해진 좌석에서 관람해야 했으나, 그건 여전히 페스티벌이었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음악 공연 시장이 좀 풀릴 거라는 기대, 그게 바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을 주최한 엠피엠지의 뜻이기도 하다. 엠피엠지의 서현규 이사는 “사실 이걸 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방역센터를 차리느라 체조경기장을 대관하면서 생긴 비용만 수억 원대였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이종현 프로듀서와 저희 엠피엠지는 ‘방역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공연을 할 수도 있다’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고 싶었던 거죠.” 코로나 방역 단계가 2단계와 2.5단계를 오가는 동안 클래식 음악 공연과는 달리 함성을 지르고 떼창을 한다는 이유로 대중음악은 대규모 공연을 열 수 없었다. 이런저런 분노가 쌓여 대중음악 공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설립한 단체가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고, 이종현 대표는 이 협회의 초대 공동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뷰민라’의 성공은 그래서 선언적이다. ‘봤지?’라는 느낌. “정부 지침에 따르는 떼창 금지, 함성 금지를 관객들이 잘 지켜주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공입니다.” 서 이사의 말이다. 곧 미국에선 롤라팔루자가 열리고, 이미 한국에선 야외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근미래에 공연이 대폭발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의 대폭발은 우리의 생각보다 한참 늦게 한반도에 도착할 것이며 2021년의 장마처럼 미약할 게 뻔하다. 아쉽지만 이건 수학이다. 유승호 대표가 이끄는 본부엔터테인먼트는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 갓세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세븐틴 등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50회 이상 아레나급 공연을 연출한 회사다. 유 대표는 “폭발적으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죠. 다들 얼마나 공연이 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니까…”라고 말을 시작했다. 아레나급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아레나급 아이돌들이 공연에 목말라 있는데, 아레나가 모자란다는 얘기다. 유 대표는 말을 이었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아레나급 공연장은 정해져 있어요. 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스포돔), 고척돔, 수원체육관 정도가 수도권의 수요를 충당하기 적당한 베뉴일 겁니다.”
 
더 아픈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내년 대중음악 공연은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풀리기 시작해 내년 2월쯤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딱 그때 하필 가장 상징적인 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유지·보수 공사에 돌입한다. 체조경기장에서 대형 공연을 보고 나면 지하철을 타는 데 수십 분이 걸리고, 택시를 타자면 기사가 부르는 대로 값을 쳐줘야 하고, 자차를 가지고 갔다가는 주차를 하고 빼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최고의 아레나 공연장을 찾자면 무조건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다. 공연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천장 없는 서울 공연장 중 최고라는 잠실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역시 보수공사에 들어간다.
 
가장 힘든 상황에 직면한 건 해외 아티스트들을 국내로 모셔오는 내한 공연 시장일 수도 있다. “공급은 폭발하고 있죠. 지금 들어온 제안을 전부 실현해내면 저희 회사가 내년에 내한 공연 50번을 치러야 할 판이에요.” 내한 공연은 물론 BTS 등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 프로모션을 맡고 있는 다국적 이벤트 프로모션 회사 라이브네이션 홍희선 이사가 말했다. “거물급 해외 아티스트 측에서 ‘내년 말고 내후년 공연이라도 잡자’는 제안도 들어왔어요. 내년 공연도 기약을 못 할 판에 내후년 공연을 잡자니 웃음이 나오죠.” 홍 이사가 내후년 공연을 기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내한 공연 시장은 내년 7월쯤부터 공급이 가장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아요. 내한 공연을 하려면 방역과 운송이 다 풀려야 하니까요. 국내 시장보다 복잡하죠. 그런데 한국의 공연장들은 7월 공연 대관 신청을 내년 2월에 한 번에 받아요.” 국외 다수의 공연장처럼 수시로 대관 신청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홍 이사는 “한국에는 5천석 이상 수용이 가능한 중대형 아레나급 전문 공연장이 없어서 체육 시설들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체육 시설에서 열릴 국가 행사나 스포츠 이벤트에 우선권을 줘야 하기 때문도 있겠죠? 그건 이해가 되는데 굳이 체육시설이 아닌 일반 공연장들 중 대관을 유동적으로 접수받지 않는 곳들은 해외처럼 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다.세상 모든 게 쉽지 않다. 공급은 폭발할 게 뻔하고 수요도 폭발할 게 뻔한데, 그 둘이 만날 곳이 없다. 그게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뇌피셜이다. 박세회(〈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

Keyword

Credit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MYCDAYS
  • DIGITAL DESIGNER 김희진